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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 탱화·불상 줄줄 꿰는 서양 사나이

중앙일보 2014.06.03 02:30 종합 22면 지면보기
3년 전 국내 유일의 석굴 사원인 경북 경주 골굴사를 찾은 데일 쿼링턴이 보물 제581호인 마애여래좌상 앞에 섰다. 그는 이곳을 10점 만점에 9.5점으로 평가했다. [사진 데일 쿼링턴]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데일 쿼링턴(Dale Quarrington·36)이 한국에서 가르치는 것은 영어뿐만이 아니다. 틈틈이 한국 사찰을 찾는 그는 이를 기록해 한국 불교의 아름다움을 전파한다. ‘데일의 한국 사찰 여행기(Dale’s Korean Temple Adventures)’라는 영문 블로그를 통해서다. 2011년 1월부터 사진을 찍고 감상을 적어놓은 게 190곳이 넘으니 한 달에 서너 군데씩 돌아다닌 셈이다. “한국의 종교와 역사, 예술사 등 제가 한국에 오기 전부터 흥미를 느꼈던 것들이 한국의 절에 다 응축돼 있습니다. 결국 한국 역사를 배우는 것이죠.”


한국 사찰 순례 캐나다인 쿼링턴
영문 블로그에 영어책도 곧 출간
통도사·화엄사 등 7곳 10점 만점
"한국 불교 포용성 독특한 매력"

 불교에 대한 관심은 고등학교 때 생겼다. “원래부터 종교에 관심이 많았는데 제가 처음 접한 절이 토론토의 한국식 사찰이었어요.” 그는 외국인들이 느끼는 한국 불교의 매력으로 포용성을 꼽았다. 그는 “한국 불교에는 무속신앙과 도교, 유교 사상이 녹아 있어 동북아에서도 독특하다”고 했다.



 토론토의 요크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2011년부터 경남 양산에서 초등학교 영어 원어민 교사로 있다. 한국에 자리를 잡자마자 집 근처 부산·울산·김해 등 경상도 등지 절을 하나씩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한국 절들을 소개하는 영문 자료들이 많지 않아서 시작했지요.”



 역사성, 건축미, 접근성 등을 따져 나름대로 점수도 매긴다. 10점 만점을 받은 곳이 통도사(경남 양산)·불국사(경북 경주)·화엄사(전남 구례)·금산사(전북 김제) 등 7곳 정도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곳은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의 통도사다. 그는 “통도사는 볼거리가 너무 많은 곳”이라면서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불보(佛寶) 사찰이지 않느냐”고 했다. 많은 외국인 스님이 통도사에서 공부하고 있는 것도 그가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다. 쿼링턴은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불교에 대한 지식과 깨달음을 넓혀간다.



 탱화나 불상 같은 불교 미술 지식도 해박하다. 그는 전북 부안의 내소사 대웅전을 예로 들며 “대웅전 안쪽에 석가모니가 보살들 사이에 둘러싸여 설법하는 모습을 그린 게 영산회상도”라고 설명했다. 블로그에는 부도·용뉴 같은 전문용어들도 따로 풀이해 뒀다.



쿼링턴은 답사 경험을 바탕으로 곧 영어책 『한국의 사찰 : 경상도 편』을 출간한다. 그는 “당신이 무언가에 열정이 있다면 공부가 더 쉬워질 것”이라면서 “나에게 그 열정은 한국의 불교와 사찰”이라고 말했다.



 꾸준히 한국 절을 찾아다녔지만 그는 불교 신자는 아니다. 다만 법당에 드나들 때 공경의 의미로 머리를 숙이고 합장한다. 그의 한국인 부인과 처가는 불교를 믿는다. 그는 “종교는 진실하고 공경할 만한 것이라고 깨달았다. 세상의 모든 종교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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