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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외교 춘추전국시대 … "강성 김관진, 전략 유연해야"

중앙일보 2014.06.03 01:42 종합 7면 지면보기
김관진 신임 국가안보실장(왼쪽)이 2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 처음 참석하며 김기춘 비서실장과 인사 나누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안보 상황이 위중한 때에 막중한 임무를 맡아서 만전을 기해달라”고 김 실장에게 당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위기는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의 어려움만 모면하려다간 위기를 오히려 키울 뿐이다.

2012년 동시 정권교체 미·중·일·러
자국 내 문제 풀려고 외교적 강수
"상황 앞서 주도할 외교 전략 필요"



 지금 한국이 처한 외교상황이 그렇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단행한 인사가 오히려 ‘안보 구멍’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노려 외교 고립국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는 가운데 미·중·일·러 4강 지도자들은 저마다 국내 문제를 풀기 위한 외교적 강수를 던지고 있다. 한국은 이 틈바구니에서 한동안 안보공백 상태에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수석비서관회의에 처음 참석한 김관진 신임 국가안보실장에게 “지역정세나 북한의 끊임없는 위협, 도발 등 정말 안보 상황이 위중한 때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한 것도 급변 조짐을 보이는 국제정세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시점에서 ‘김관진 카드’가 과연 적합한 선택이었는지를 두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독자적으로 대북제재를 해제해가며 북한과 밀착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국내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납북자 문제를 꺼내들며 한·미·일 공조에도 균열이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통일봉남(通日封南) 전략이 먹혀들 경우 최악의 외교상황이 올 수도 있다. 만일 미국이 북·일 라인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면 북한 문제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한·중관계가 순풍을 타고 있지만 중국이 단기간 내 대북정책의 근간을 바꾸는 것은 힘들다는 분석이다.



 미국에 대항해 중·러가 연합하는 공간에는 한국이 파고들 틈새가 마땅치 않다.



 2012년 한·미·중·일·러에서 한꺼번에 정권교체가 이뤄진 뒤 예고됐던 외교 춘추전국(春秋戰國)의 혼란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김 실장은 2010년 국방부 장관 취임 당시 “전쟁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천명한 대로 임기 내내 강경기조를 이어간 인물이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도발 국면에서는 이런 대응이 효과를 봤지만 지금은 김 실장이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화여대 국제학부 박인휘 교수는 “북한은 박근혜 정부가 겉으로 의지를 보여 기대치를 높여놓고선 막상 그에 상응하는 제재 해제 등의 노력은 없다는 불만을 보이고 있다”면서 “국내정치와 달리 대북, 외교 정책은 다양하게 목표와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데 한 방향만 고집해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당장 북한은 2일 노동신문을 통해 “남조선 호전광들의 반공화국 대경 망동의 맨 앞장에는 극악한 군사깡패인 괴뢰 국방부 장관 김관진 역도가 있다”고 김 실장 지명에 반발하고 나섰다.



 김 실장의 내정은 박 대통령의 외교안보 라인 인재풀의 한계를 반영한 측면도 있다. 물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핵심 멤버인 국정원장은 공석이고, 국방부 장관도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 전까지는 제 역할을 못 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김 실장 말고 다른 카드를 고르기 힘들었을 순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박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제시한 통일준비위원회를 5개월이 넘도록 위원 인선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이번 인사가 복잡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멀티 플레이어’를 선발한 것인지 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현 정부의 가장 큰 안보 문제는 문제가 생긴 뒤에 수세적으로 반응했다는 것”이라며 “상황을 앞서 주도할 만한(proactive) 유연한 외교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김영수 교수도 “총괄적 안보는 NSC가, 대북관계는 통일부가 맡는 식으로 재조정하고 대통령이 이를 감독하는 새로운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외교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일회담의 판을 키워줘 대북 공조가 와해된다면 북한만 전략적으로 유리해진다”며 “한·중·일, 한·미·중 등 소다자주의 노력을 병행해 미·일 대(對) 중·러 구도를 희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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