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열 못 가린 괴물 vs 마녀 … 올해의 뮤지컬 첫 공동 수상

중앙일보 2014.06.03 00:42 종합 20면 지면보기
‘제8회 더 뮤지컬 어워즈’의 ‘올해의 뮤지컬’ 공동 수상작인 ‘프랑켄슈타인’(왼쪽)과 ‘위키드’. 각각 지난 한 해 국내 무대에 오른 창작 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의 대표주자였다. 두 작품은 작품성과 흥행성을 다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 충무아트홀·설앤컴퍼니]


‘괴물’과 ‘마녀’의 한 판 대결은 무승부로 끝났다. 지난 한 해 한국 뮤지컬을 이끈 쌍두마차, ‘프랑켄슈타인’과 ‘위키드’ 이야기다. 2일 발표한 ‘제8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올해의 뮤지컬’ 공동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100명의 본심 심사단 투표 결과 두 작품은 각각 39표씩 얻었다.

'프랑켄슈타인' - 유준상·류정한 등 배우 가창력 힘
연출·음악감독상까지 9관왕 차지
'위키드' - 발랄한 유머, 최첨단 무대 호평
김선영·김소현 바통 받아 순항 중



 2007년 ‘더 뮤지컬 어워즈’가 출범한 이래 대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뮤지컬’에 공동 수상작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본선 심사단은 공연 담당 기자 60명, 뮤지컬 관계자 40명으로 이뤄졌다. 올해 투표에선 이 중 2명이 기권, 유효표는 98표였다. ‘더 뮤지컬 어워즈’ 수상자(작)는 100% 심사단 투표로만 결정된다. 몇몇 심사위원에 의해 결과가 좌우되는 일을 막고 정치적 고려나 안배를 철저히 배제하자는 뜻에서 2012년 처음 도입된 방식이다.



 후보들 사이 경쟁이 치열했던 남우주연상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역을 맡은 박은태에게, 여우주연상은 ‘서편제’ 송화 역의 이자람에게 돌아갔다.



 # 9관왕 ‘프랑켄슈타인’



 서울 중구청 산하 충무아트홀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만든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올해의 뮤지컬’뿐 아니라 ‘올해의 창작뮤지컬’ ‘연출상’ ‘음악감독상’ 등 9개 부문을 휩쓸었다.



 ‘프랑켄슈타인’은 지난 3월 프리뷰 공연 막을 올리자마자 “창작 뮤지컬계의 ‘괴물’이 등장했다”는 평을 들으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영국 작가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원작 삼아 짜임새 있는 전개를 펼쳤고, 주요 배우 1인 2역이란 독특한 설정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프랑켄슈타인’의 가장 큰 무기는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는 웅장한 음악이다. 한국 관객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내지르는 노래’들이 공연 시간을 꽉 채운다. 유준상·류정한·이건명·박은태·한지상 등 가창력 갖춘 배우들이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흥행도 대성공을 거뒀다. 5월 18일 막을 내릴 때까지 89회 진행된 공연에서 관객 8만여 명을 동원했고, 제작비 40여억 원의 손익분기점도 가뿐히 넘겼다.



  # 유쾌한 풍자극 ‘위키드’



 ‘위키드’는 브로드웨이 원작의 명성 덕에 개막 전부터 기대가 높았던 작품이다. 2003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이래 10년 동안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2년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도 23만5000여 명의 관객을 모으며 성황리에 끝나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컸다.



 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프리퀄(Prequel·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 격인 ‘위키드’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란 심오한 주제를 유머와 풍자로 유쾌하게 풀어냈다. 암전 없이 54회나 무대 전환을 하는 최첨단 설비와 40억 원이나 들였다는 화려한 의상도 화젯거리다.



 ‘초록마녀’ 엘파바의 옥주현·박혜나, ‘하얀마녀’ 글린다의 정선아·김보경은 지난 3월 방한한 ‘위키드’ 작곡가 스티븐 슈왈츠가 “브로드웨이 공연과 비교해도 손색없다”고 평할 만큼 열연을 펼쳤다. 지난해 11월 오픈런으로 개막한 ‘위키드’는 지난달 옥주현이 김선영으로 교체됐고, 오는 12일부터 정선아가 김소현으로 바뀌어 계속 무대에 오른다. 지금까지 관객 수는 23만 명에 달한다.



 # 창작뮤지컬 돌풍



 올해 ‘더 뮤지컬 어워즈’의 가장 큰 특징은 창작 뮤지컬의 대약진이다. ‘프랑켄슈타인’이 9관왕, ‘서편제’가 4관왕, ‘공동경비구역JSA’가 2관왕에 올랐다. 총 17개 부문 수상자(작) 중 라이선스 뮤지컬은 ‘올해의 뮤지컬’을 공동수상한 ‘위키드’와 ‘여우조연상’을 받은 ‘고스트’ 밖에 없다. 지난해만 해도 영국에서 초연한 ‘레미제라블’과 오스트리아 뮤지컬 ‘레베카’가 각각 5관왕에 오르는 등 라이선스 뮤지컬의 위세가 대단했다.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는 “이젠 창작이냐, 라이선스냐를 따질 필요가 없을 만큼 국내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이 모두 일정 수준 이상 도달했다는 증거”라고 평했다.



이지영 기자



◆더 뮤지컬 어워즈(The Musical Awards)=한국 뮤지컬의 한 해 성과를 결산하는 상. 한국뮤지컬협회·중앙일보·JTBC가 공동주최한다. 매년 전년도 4월부터 그 해 4월까지 서울·경기지역 400석 이상 극장에서 10회 이상 유료 공연한 작품이 대상이다. 해마다 결과 발표와 함께 축하 공연이 펼쳐졌지만, 올해는 세월호 침몰 사고 애도 분위기에 따라 시상식 행사는 취소됐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