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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억 vs 52억 … 고무줄 아파트값

중앙일보 2014.06.03 00:31 경제 4면 지면보기
한남더힐 아파트


“이 아파트 값은 24억원이다.”(세입자 측)

의뢰인 따라 값 매기는 감정평가
고급 임대 '한남더힐' 분양전환
세입자·시행사 적정 가격 다툼



 “아니다. 52억원이다.”(시행사 측)



 서울 한남대교 북단에 있는 고급 아파트 단지 ‘한남더힐’ 세입자와 시행사의 의뢰를 받은 감정평가사가 각각 내놓은 적정 가격이다. 같은 284㎡ 아파트를 두고 세입자가 고용한 평가사는 24억1800만원이라고 판단한 반면, 시행사 측 평가사는 51억9700만원으로 본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두 평가 결과 모두 의뢰인 입장에 치우친 부실 감정평가로 판단하고 해당 평가사와 평가법인에 대한 징계 절차를 시작한다고 2일 밝혔다.



 국토부 판단의 핵심은 세입자 측 평가사는 과도하게 싼 가격을 매겼고, 시행사 측 평가사는 비싸게 평가했다는 것이다. 당초 임대주택으로 운영하던 아파트를 분양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양측이 각자 유리한 주장을 하기 위해 이 같은 부실 평가를 근거로 내세웠다는 게 국토부의 지적이다. 세입자는 되도록 싼값에 분양받기 위해 아파트 가치를 과소평가한 반면, 시행사는 될 수 있으면 비싸게 팔기 위해 과대평가했다는 것이다. 유병권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감정평가의 신뢰도를 해친 행위에 대해 관련 절차를 거쳐 엄중 처벌하겠다”며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이번 사건뿐 아니라 관행화된 부실 평가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옛 단국대 서울캠퍼스 부지에 지어진 한남더힐은 ‘부자들이 사는 임대아파트’로 주목을 받았다. 2009년 2월 입주자 모집 공고에 나온 임대료는 보증금 25억원에 월세430만원에 이르는 물건(332㎡)도 있었다. 단지 안엔 파티 공간과 회의시설이 있고, 실내골프장·수영장과 요가·에어로빅 스튜디오도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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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지난해 7월부터 분양으로 전환하면서 그 가격을 두고 세입자와 시행사 간에 다툼이 생겼다. 시행사가 “284㎡ 주택의 감정평가액이 평당(3.3㎡) 6114만원이니, 이를 근거로 분양가를 정하겠다”고 하자, 세입자들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며 다른 평가사를 고용해 가격을 다시 매기기로 한 것이다. 세입자의 의뢰를 받은 평가법인은 같은 넓이 아파트에 대해 “3.3㎡당 가격이 2845만원”이라고 발표했다.



시행사 측이 파악한 가격의 절반 이하로 평가된 것이다. 가장 넓은 면적인 332㎡ 주택에 대한 가격은 세입자(2904만원)와 시행사(7944만원) 간의 가격 의견차가 가장 컸다. 같은 집의 가격이 누구의 의뢰로 평가했느냐에 따라 두 배 넘게 차이가 난 것이다. 이에 세입자들이 국토부에 “진상을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고, 국토부는 한국감정원을 통해 올해 1~5월 조사를 시행해 “양쪽 다 틀렸다”고 결론을 내렸다.



 국토부는 가장 물량이 많은 284㎡(204가구)형에 대해 “3.3㎡ 당 분양가는 4100만 ~



4800만원이 적당하다”고 발표했다. 김상권 감정원 심사·공시본부장은 “주변에 비슷한 형태의 집값이나 추정 건설비용, 현재 임대료 현황과 매매지수 같은 요소를 반영해 감정가격을 결정하는 게 정상”이라며 “하지만 양측 조사에서는 이들 지표에 대한 반영 상태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이들 평가법인과 평가사에 대해 최대 2년의 업무정지를 검토하고 있다. 과징금도 평가사 한 곳당 최대 5억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이 같은 부실 평가는 부동산시장 침체와 관련이 있다는 게 국토부의 분석이다. 신도시 개발이나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담보대출 평가가 활발히 일어나던 활황 분위기가 식으면서 감정평가 업계도 일감이 줄었다. 업계에서는 10년 뒤 감정평가 시장 규모가 2500억원대로 줄어들 거란 우려도 나온다. 현재 3600명이 활동하는 감정평가 시장에 매년 200명씩 자격시험 합격자가 추가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때문에 평가사가 의뢰인 요구에 휘둘린 평가 결과를 내놓는 것 같다”며 “하지만 정부로서는 이들 부실 평가에 대한 단속을 소홀히 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의 판단에 대해선 세입자와 평가업계 모두 반발했다. 세입자 대표인 윤인섭 한남더힐 분양대책위원장은 “국토부·감정원은 ‘임차인이 더 나쁜 놈이더라’는 식으로 시행사에 유리한 평가 결과를 내놨다”며 “실무조사단장이 이번 건 조사 도중 사직한 점이나, 책임자가 지방으로 보직 이전된 것은 시행사에 유리한 결과를 만들어내려 한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박준철 한국감정평가협회 정책연구팀장은 “심의 과정에서 ‘감정원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오자 심사위원을 설득해 재투표를 실시했다’는 정보가 있는데, 이에 대한 사실관계가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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