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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한 달 전기 값 2000원 … 달려라, 전기자전거

중앙일보 2014.06.03 00:27 경제 2면 지면보기


로스쿨생 강정우(26)씨는 지난해 큰맘 먹고 115만원짜리 전기자전거를 구입했다. 캠퍼스에 유독 언덕이 많아 교문에서 강씨가 수업을 듣는 강의실 건물까지 걸어가는 데 족히 15분은 걸렸기 때문이다. 강씨는 “더운 여름철엔 아침마다 학교 언덕을 오르는 데 진이 다 빠져 구매했다”고 말했다. 강씨가 구입한 자전거는 국내 토종 브랜드인 알톤스포츠의 ‘이스타s’. 그는 “해외 제품보다 싼 가격에 언덕을 올라가는 힘도 좋아 만족한다”며 “다만 주위에서 타는 사람이 많지 않아 보관법이나 배터리 소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유명 브랜드 가격 100만원대로 인하
국내 판매 올 2만 대 돌파 예상
2년 만에 시장 규모 4배 커져



  페달을 밟는 대신 모터를 달아 움직이는‘전기자전거족’이 늘고 있다. 일본이나 유럽 브랜드를 중심으로 400만원을 호가하던 가격이 100만~200만원대로 내려오면서다. 안전행정부와 자전거 업계에서는 2012년 5000여 대 수준이던 국내 전기자전거 시장 규모가 올해 2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급형 전기자전거 인기는 토종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가 2012년 개발한 ‘풋루스’는 세계 최초의 ‘체인 없는 전기자전거’다. 체인 없이 내장된 모터만으로 바퀴를 굴리기 때문에 안전성은 높아지고 디자인은 깔끔해졌다. 지난해 풋루스를 구입한 임청규(42·서울 방이동)씨는 “기존 자전거를 탈 때는 애완견 목줄이 체인에 걸려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도 났었는데, 풋루스로 바꾸니 줄이 엉킬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 대만족”이라고 밝혔다. 만도는 올해 8월 무체인 보급형 자전거를 200만~300만원대에 출시할 예정이다.



  시장 침체 상황을 타개하려는 기존 자전거업체들도 지난해 일제히 전기자전거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천리자전거는 지난해 전기자전거 ‘팬텀’ 시리즈를 출시한 뒤 2012년 대비 매출이 500% 성장했다. 삼천리자전거 홍보팀은 “올해는 지난해 대비 매출이 50% 이상 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알톤스포츠 역시 2011년부터 전기자전거 세 종류를 판매 중이다. 배터리를 자전거 하단 프레임에 넣는 ‘내장식 디자인’으로 깔끔한 외관이 특징이다. 두 회사는 모두 올해 신제품에 삼성SDI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7암페어(Ah)이던 배터리 용량을 8.7암페어까지 늘렸다.



 해외 전기자전거 업체 역시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영국의 전기자전거 회사 A2B는 올해 한국에 진출하고 지난 4월 첫 전기자전거 ‘시마’를 국내 출시했다. 최고 속도가 약 45㎞/h에 달하는 전기자전거계의 ‘스포츠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스마트-이바이크(e-bike) 역시 국내 출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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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자전거 보급화 바람의 비결은 ‘값싼 충전비에 빠른 속도’다. 현재 국내에 출시돼 있는 전기자전거들의 배터리 용량은 8Ah 이상으로 1회 완전 충전 시 페달을 한 번도 밟지 않고 모터만으로 평균 35㎞를 주행할 수 있다. 서울 잠실에 거주하는 성인 남성(체중 70kg 가정)이 전기자전거를 타고 여의도까지 출퇴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잠실~여의도 왕복거리 약 35㎞). 각 전기자전거의 평균 최대 속도는 25㎞/h이기 때문에 출근 시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용 가격을 따지면 더더욱 ‘남는 장사’다. 1회 완전 충전하는 데 드는 전기요금은 50~100원으로 한 달 출퇴근하는 데 1000~2000원이면 충분하는 얘기다. 대중교통인 지하철이나 버스를 한 번 왕복 이용하는 요금(최소 2100원)보다도 싸다. 이 거리를 연비가 10㎞/L인 가솔린용 자동차로 한 달 출퇴근하는 비용은 13만원(2일 휘발유가 1865원 기준)이 넘는다. 1년만 타도 아낀 기름값으로 자전거 비용을 보전할 수 있다.



  경제성과 편리성을 갖춘 덕에 세계 전기자전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기자전거 세계보고서(EBW)에 따르면 2010년 3050만 대 규모였던 전기자전거 시장 규모는 지난해 3443만 대로 20% 가까이 커졌다. EBW는 올해 전기자전거 시장 규모를 3700여만 대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전기자전거 시장은 아직 ‘초보’ 단계다. 도로교통법에 전기자전거를 위한 조항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전기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는 원동기장치자전거(스쿠터나 오토바이용) 면허가 필요하고, 자전거 전용 도로를 이용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전기자전거 시장 점유율 상위 국가인 중국(35%)이나 네덜란드(17%), 일본(8%) 등은 이런 규제가 따로 없어 주로 출퇴근 시간에 자동차 대체용으로 전기자전거를 이용한다. 대림대 김필수(자동차학) 교수는 “세계적으로 복잡한 도시에서 자동차 외에도 카셰어링이나 전기자전거 같은 친환경 이동수단이 각광받고 있는 추세”라며 “국내에서도 선진국 사례를 적극 벤치마킹해 전기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혜경 기자



◆전기자전거=전기모터로 작동되는 자전거. ▶일반 자전거처럼 페달을 밟을 때 센서가 감지해 전기모터를 함께 구동시켜 적은 힘으로도 구동되는 방식 ▶오르막길이나 장거리 주행에서는 페달을 밟지 않고도 버튼만 누르면 바퀴가 굴러가는 자동주행 방식이 있다. 보통 두 가지 구동방식이 같이 탑재돼 있다. 방전되더라도 페달을 밟으면 전기가 다시 충전되기 때문에 길에서 오도 가도 못할 염려는 없다. 일주일에 세 번 완전 충전할 경우 평균 배터리 수명은 5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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