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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기획의 여왕' 박은주 김영사 대표 사퇴

중앙일보 2014.06.03 00:23 종합 23면 지면보기
출판업계 대표적인 여성 최고경영자(CEO)이자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으로 활약한 박은주(57·사진) 김영사 대표가 지난달 31일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2일 출판계와 김영사에 따르면 박 대표는 최근 제기된 ‘사재기’ 의혹 등과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다. 한국출판인회의에도 회장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재기 의혹 등 도의적 책임
한국출판인회의 회장도 사의

 박 대표는 30대 초반의 나이에 김영사를 맡아 탁월한 기획력으로 출판계 전성기를 이끌어 ‘출판계의 신데렐라’ ‘기획의 여왕’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따라서 그의 퇴진을 둘러싸고 출판계가 술렁이고 있다. 김영사는 최근 내부적으로 유통과 마케팅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서 자체 조사를 벌여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 서적도매업체가 김영사의 자회사인 김영사온에서 펴낸 책을 직원들에게 한 권씩 사라고 지시한 일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현재 출판유통심의위원회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유통사와 내부 마케팅부에서 문제가 됐고, 출판인회의 회장 재직 중 사재기 의혹이 불거진 데에 도의적 책임을 느껴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당분간 재충전 시간을 갖고 향후 계획을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출판계에서는 이 문제 외에도 김영사의 매출 감소와 내부 경영권 문제가 박 대표 퇴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사의 창업자인 김정섭 전 사장은 1989년 박은주 당시 편집부장을 사장에 앉히고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올해 4월 회장직에 복귀했다. 복귀 후 경영혁신을 내세우며 전면적인 조직개편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와 갈등이 불거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영사의 지난해 매출은 277억원으로, 전년(349억원)에 비해 20.7% 하락했다.



 79년 평화출판사에서 출판 일을 시작한 박 대표는 89년 32세의 나이로 김영사 대표에 발탁됐다. 대표 취임 직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자서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기획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어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문명의 충돌』 『정의란 무엇인가』 『안철수의 생각』 등 숱한 대형베스트셀러를 기획해 ‘출판계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으로 최대 15% 할인 등을 내용으로 하는 도서정가제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출판문화진흥기금 조성 등에 힘을 쏟았다. 출판계 관계자는 “기획자로도 뛰어났지만 다양한 출판계 현안에 적극 나서는 등 출판계 발전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선 분”이라며 “안 그래도 어려운 출판계가 더 침체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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