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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의 빅데이터, 세상을 읽다] 어떤 휴식이 필요하십니까?

중앙일보 2014.06.03 00:10 종합 28면 지면보기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딸이 중2가 되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북한도 무서워서 쳐들어오지 못한다는 중2가 되니 한마디 건네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 비교적 무난하고 스트레스 없이 초등학교를 다녔지만 어쨌거나 공부는 해야 하는 나라에 태어났으니 학원이라는 곳에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이따금 학원이 밤 늦게 끝나는 날, 집으로 돌아온 딸은 대충 저녁을 먹고는 바로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한 손으로는 컴퓨터를 켜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아이팟에 있는 카카오톡을 연결합니다. “좀 쉬지 그러니?”라고 했더니 엉뚱하게도 “이게 쉬는 거야”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몇 개의 스크린을 켜고, 여러 사람과 바쁘게 연락하고, 정신없이 수많은 정보를 보고 듣는 것이 ‘쉬는 것’이랍니다.



 여러분에게 쉬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1998년 모 이동통신사의 광고에서 영화배우 한석규씨가 멋진 목소리로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고 했던 것 기억나시는지요. 그 당시 휴대전화를 끄고 스님과 함께 대나무 숲을 걷던 휴식의 이미지는, 통화를 많이 해야 매출이 올라가는 이동통신 업체에 대한 유쾌한 반전과 더불어 우리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것이죠.



 그때만 하더라도 휴식이라는 것은 기계를 “끄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휴식이 이제는 패드와 컴퓨터, 그리고 스마트폰을 한꺼번에 켜놓고 실시간 TV 시청과 웹서핑, 카카오톡을 동시에 즐기는 상황으로 바뀌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영국과 미국 사람들의 생활이 담긴 110억 개의 빅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요즈음 휴식의 양상은 여러 개 모바일 기기를 동시에 사용하며 디지털 콘텐트를 소비하거나 소셜미디어에 몰입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불안하고 각박한 사회 분위기 속에 휴식을 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를 도와주기 위해 휴식을 위한 모바일 기기를 만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998년에는 기계를 끌 수 있게 만들어야 했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많은 스크린을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지금의 CEO가 자신의 경험에 대한 믿음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이라면 여전히 휴식은 끄는 것이라 단정하며 본인의 과거를 현재에 대입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기술이 변화하고 사회도 변화합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이 있습니다.



 휴식마저 변화하는 지금, 여러분의 사업은 이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습니까?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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