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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 다국적군 코칭스태프

중앙일보 2014.05.31 07:00
튀니지에 0-1로 졌지만 관중은 야유 대신 박수를 보냈다. 대표팀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출정식에서 대형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 뉴시스]


훌륭한 지휘관 곁에는 뛰어난 참모가 있기 마련이다.



축구대표팀 홍명보(45) 감독도 든든한 다국적군 코치들을 옆에 두고 있다. 김태영(44), 박건하(43), 김봉수(44) 등 3명의 한국인 코치와 일본인인 이케다 세이고(54) 피지컬 코치는 홍 감독을 보좌해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썼다. 이들은 홍 감독이 작년 6월,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뒤에도 같은 배를 타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외국인 코치가 한 명 더 영입됐다. 네덜란드 출신의 안툰 두 샤트니에(46) 전력분석 코치다.



홍 감독은 능력 있는 인재를 잘 활용한다. 그가 코칭스태프를 구성하고 통솔하는 방식을 보면 '홍명보 리더십'의 비결이 드러난다.



홍명보호에는 수석코치가 없다. 대신 홍 감독은 정확히 코치들의 역할을 분담했다. 김봉수 코치는 골키퍼, 김태영 코치는 수비, 박건하 코치는 공격 담당이다. 홍 감독은 코치들에게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부여했다. 홍 감독은 수시로 코치들의 생각을 듣고 꼭 그 이유를 되묻는다. 코치들은 머릿속에 자신만의 해답을 갖고 있어야한다. 늘 팽팽한 긴장속에 산다. 최종 판단은 감독 몫이지만 그 분야에 전문가인 코치 의견을 십분 존중하는 것이다. 런던올림픽 때 딱 한 번 홍 감독이 독단적인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영국과 8강전을 앞두고 지동원(23·아우크스부르크)과 김보경(25·카디프시티) 중 누구를 선발로 내느냐를 놓고 홍 감독과 코치 의견이 엇갈렸다. 코치들은 컨디션이나 감각 등 모든 면에서 김보경이 낫다고 했지만 홍 감독은 지동원의 손을 들었다. 지동원은 당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벤치만 지키고 있었다. 홍 감독은 지동원이 남다른 정신력으로 영국을 상대할 거라 봤다. 예상은 적중했다. 지동원은 선제골로 서러움을 훌훌 털어냈다.



홍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는 전적으로 이케다 코치에게 맡긴다. 이케다 코치는 홍 감독이 삼고초려해 모셔온 사람이다. 2009년 여름, 홍 감독은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우라와 레즈 구단에서 일하고 있던 이케다 코치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우라와 구단이 허락하지 않자 홍 감독은 직접 3번이나 일본으로 건너가 담판을 짓고 승낙을 받아냈다. 이케다 코치는 한국 축구대표팀 최초의 일본인 코치다. 이케다 코치가 처음 20세 이하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 선수들 반응은 시큰둥했다. 선수들은 일본인 코치에게 묘한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홍 감독은 이를 알아 채고 선수들에게 "앞으로 어떤 경기든 이케다 코치와 상의하겠다. 이케다 코치가 피지컬 면에서 오케이한 선수만 경기에 내보내겠다'고 선언했다. 그 다음부터 선수를 눈빛이 달라졌다.



홍 감독은 치열한 정보전인 월드컵을 앞두고 전력 분석 전문가의 필요성을 느꼈다. 홍 감독은 작년 1월, 스승인 거스 히딩크(68) 감독이 사령탑으로 있던 러시아 프로축구 안지 마하치칼라로 연수를 떠났을 때 두 샤트니에 코치와 인연을 맺었다. 두 샤트니에 코치는 네덜란드 클럽에서 감독을 하다가 히딩크를 따라 안지 코치로 와 있었다. 그는 네덜란드의 인접 국가인 벨기에 선수들의 특성을 훤히 알고 있다. 안지에서 코치를 했기에 러시아 축구에도 정통하다. 러시아는 한국의 조별리그 1차전, 벨기에는 3차전 상대다. 두 샤트니에 코치 영입이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 이유다.



홍 감독은 코치를 아랫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동등한 관계라 보고 가족처럼 대한다.



이케다 코치는 최근 펴낸 저서 『이케다 효과』를 통해 홍 감독에게 인간적인 매력과 배려심을 느낀 일화를 소개했다. 런던올림픽 때 동메달이 걸린 운명의 3-4위전 상대는 이케다 코치의 고국 일본이었다. 이케다 코치는 경기 전 홍 감독이 일본의 전력분석에 대해 자신에게 당연히 조언을 구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홍 감독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물론 홍 감독이 일본 J리그에서 오래 활약해 일본의 장단점을 샅샅이 알고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이케다 코치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분명 있었다. 박건하 코치는 런던올림픽 직전인 2012년 4월, 부친상을 당했다. 홍 감독은 가장 먼저 대전에 차려진 빈소를 찾았는데 발인 전날 또 방문해 박 코치를 놀라게 했다. 홍 감독은 장지로 가기 직전까지 자리를 지켰다. 박 코치는 “감독과 코치를 떠나 홍 감독은 너무나 인간적인 그래서 따를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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