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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초 스트립 클럽 가자며 나를 시험 … 여성들 강해져야"

중앙일보 2014.05.31 03:21 종합 4면 지면보기
‘제주포럼’ 셋째 날인 30일 스페셜 세션에선 칼리 피오리나 전 휼렛패커드 회장(오른쪽)과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대담했다. 피오리나 전 회장은 은퇴 후 자선단체 ‘Good360’을 설립해 활동 중이다. 그는 CEO로서의 활동과 상원의원 도전 경험을 토대로 여성인재 육성과 기업가 정신을 이야기했다. [제주=김성룡 기자]


‘알파걸’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스펙’ 좋은 여성 고학력자가 많은 시대다. 하지만 가사·출산·육아 부담으로 경제활동을 중단하는 여성도 여전히 많다. 여성의 경제활동과 사회 참여는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라고 한다. 일과 가정 사이 위태롭게 중심을 잡으면서 유리 천장까지 깨야 하는 여성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피오리나 전 휼렛패커드 회장 - 조윤선 장관 '여성 리더십' 대담
여성엔 타인과 협력하는 본능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유용
기업가정신 요점은 리스크 테이킹
실수가 실패 아니라고 말해줘야



 미국 20대 기업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였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CEO’로 수차례 선정된 칼리 피오리나 전 휼렛패커드 회장 겸 CEO가 이에 대한 답을 제안했다. 제주포럼 사흘째인 30일 ‘기업가 정신과 여성 리더십’이란 제목으로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과 대담한 자리에서다. 두 사람은 여성 리더 경험을 공유하며 한국 사회에 필요한 여성 리더십과 이를 위해 필요한 변화를 논의했다. 피오리나 전 회장은 “여성을 경쟁력이 없다고 전제하고 보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은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은 조 장관이 주로 질의하고 피오리나 전 회장이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잡는 게 어렵다. 정부는 기금을 마련해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지만 기업가 정신에 아쉬움이 남는다. 기업가 정신의 정의를 내려달라.



 “요점은 ‘리스크 테이킹’이다. 실수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발전하기 위해선 가끔 넘어지고 실수해야 한다. 리더들도 말해줘야 한다. 실수가 실패가 아니라고 말이다.”



 -나 역시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일하면서 혹시나 내가 소외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했었다. 남성 동료들과 어떻게 잘 일할 수 있었나.



 “처음 기업에서 일했을 때 고객과의 약속 장소가 스트립 클럽(스트립쇼를 하는 나이트클럽)이었다. 남성 동료가 나를 시험하기 위해 장소를 정한 것 같았다. 나를 겁먹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당당히 갔다. 여성은 이런 식으로 종종 시험에 빠진다. 그래서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나는 그 남성 동료에게 앙심을 품지도 않았다. 종국엔 친해졌다. 성공한다는 건 동료들과 원만하게 잘 지낸다는 뜻을 포함한다.”



 -남성과 비교해 여성 리더십의 장점은.



 “리더는 가능성을 보고 잠재력을 육성하는 사람이다. 남녀 리더십을 구분할 필요는 없다. 차이는 있다. 여성은 타인과의 협력을 도모하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 이런 경향은 복잡한 현대 사회에 유용하다. 혼자 풀 수 없는 문제는 힘을 합쳐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더 많은 권한과 일자리를 줘야 한다고 국제기구들이 권고하고 있다. 여성의 고용이 증가할 시대에 남성들에게 해줄 조언은.



 “여성을 다른 종(種)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 소통·협력 등에서 다른 방식을 가졌을 수는 있지만 그대로 수용하라고 말하고 싶다. 최고의 의사결정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자리에서 함께 생각하고, 다른 의견을 표출하면서 서로를 받아들이고 견해차를 좁히는 가운데 이뤄진다.”



 -한국에서 대학 진학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다. 기업에서도 남성을 채용하는 게 어려울 만큼 젊은 여성이 탁월하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기업에서 여성 임원을 보기도 어렵다. 봄바람이 불어도 만년설이 바로 사라지지는 않는 것과 같다.



 “맞는 비유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인간의 잠재성을 활용해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여성의 참여를 확장시켜야 한다.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모두가 승자가 되는 것이다.”



제주=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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