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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리밥·발아현미·찰현미 … "종류 많고 밥맛도 좋아"

중앙일보 2014.05.31 02:46 종합 18면 지면보기
롯데마트가 지난달 즉석밥을 선보였다. 햇쌀한공기 즉석밥은 개당 600원으로 CJ 햇반 실속의 절반 가격이다. [뉴시스]


지난 16일 동해안에서 1㎞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한 강원도 고성 해양심층수 전용 농공단지 안의 한국바이오플랜트 공장. 페인트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건물에 들어서자 구수한 밥 짓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100m 정도의 컨베이어벨트 위에서는 쉼 없이 즉석밥 짓는 공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완제품을 박스에 담는 것 외에는 모든 게 자동화돼 있었다. 포장지에는 ‘햇쌀한공기 즉석밥’이라는 제품 이름이 찍혀 있었다. 롯데마트가 지난 4월부터 자체브랜드(PB)로 개발한 즉석밥이다.

쑥쑥 크는 즉석밥 시장



 가격은 현재 국내 시장 1위인 ‘CJ 햇반 실속’(개당 1269원)의 절반도 안 되는 개당 600원이다. 지난달 17일 출시한 이후 3주 동안 롯데마트에서 21만 개가 팔렸다. 즉석밥의 대명사인 CJ햇반 판매량(27만5000개)에 근접했다.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은 “값이 절반 수준이라고 품질도 절반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이 제품의 재료인 쌀은 충남 서천, 전남 무안, 전북 익산 농협에서 직접 들여온다. 지난해 가을 수확한 햅쌀이다. 물은 동해안에서 뽑아낸 해양심층수를 사용한다. 롯데마트와 한국바이오플랜트는 ‘이천쌀 즉석밥’ ‘고시히카리 즉석밥’ ‘통큰오곡미로 만든 즉석밥’도 함께 생산하고 있다. 특이 이천쌀 즉석밥은 마트 안에서 이천쌀과 함께 전시돼 있다. 최진아 롯데마트 곡물 상품개발자(MD)는 “내년 쌀 시장 개방을 앞두고 이천농협과 의논해 이천쌀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이자고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대형 유통업체인 롯데마트가 작심하고 즉석밥 시장에 뛰어든 것은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인 가구의 증가는 물론 캠핑 등 야외 활동을 즐기는 레저문화가 확산되면서 즉석밥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 따르면 서울시의 1∼2인 가구수는 2000년 전체 가구수의 33.3%(102만7000가구)에서 2012년에는 48.9%(173만 가구)로 증가했다. 주말 가족과 캠핑을 떠나는 강재헌(37·회사원)씨는 “예전에는 쌀을 사가 밥을 직접 지어먹었는데 요즘은 즉석밥을 가지고 간다”며 “과거엔 맛없는 인스턴트식품 같아 꺼렸지만 요즘은 종류도 다양하고 밥맛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즉석밥의 시초는 1993년 천일식품에서 내놓은 냉동볶음밥이다. 96년 CJ가 햇반을 출시하고 뛰어들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2010년 945억원 규모에서 매년 10% 이상 성장해 지난해 1800억원 규모가 됐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즉석밥 시장의 업체 점유율은 CJ제일제당(64.4%), 오뚜기(23.5%), 농심(7.9%), 동원F&B(2.9%) 순이었다.



 규모만 커진 게 아니다. 종류도 다양해졌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신제품 ‘100% 현미로 지은 밥’을 출시했다. 웰빙 바람이 불면서 2011년 60억원 정도였던 즉석 잡곡밥 시장이 지난해 세 배 이상 성장해 200억원대로 커진 데 자극을 받은 것이다. 동원F&B와 오뚜기도 이미 100% 현미밥인 ‘발아현미밥’ ‘찰현미’를 내놓았다. 농심 역시 지난해 귀리로 만든 ‘햅쌀밥 귀리밥’과 국내에서 재배된 적현미·찰현미 등 다섯 가지 현미에 경기도에서 재배한 고시히카리 쌀을 섞은 ‘햅쌀밥 오(五)현미밥’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즉석밥에 집중하고 있다. 동원F&B는 즉석밥을 간식용으로 변형한 ‘쎈쿡 맛있는 찰진약밥’도 팔고 있다. 찹쌀과 네 가지 고명(밤·대추·잣·건포도)을 넣어 전통 간식인 약밥을 즉석밥 형태로 만들었다.



고성=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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