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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네덜란드 … 국적 달라도 홍명보 ‘원 팀’

중앙일보 2014.05.31 02:21 종합 20면 지면보기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축구 대표팀이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전지훈련지인 미국 마이애미로 출국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의 목표는 사상 첫 원정 8강이다. [뉴스1]


훌륭한 지휘관 곁에는 뛰어난 참모가 있기 마련이다.

월드컵 대표팀 다국적 코치진



 축구대표팀 홍명보(45) 감독도 든든한 다국적군 코치들을 옆에 두고 있다. 김태영(44)·박건하(43)·김봉수(44) 등 3명의 한국인 코치와 일본인인 이케다 세이고(54) 피지컬 코치는 홍 감독을 보좌해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썼다. 이들은 홍 감독이 지난해 6월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뒤에도 같은 배를 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외국인 코치가 한 명 더 영입됐다. 네덜란드 출신의 톤 뒤샤티니에(56) 전력분석 코치다.



 홍 감독은 능력 있는 인재를 잘 활용한다. 그가 코칭스태프를 구성하고 통솔하는 방식을 보면 ‘홍명보 리더십’의 비결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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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명보호에는 수석코치가 없다. 대신 홍 감독은 정확히 코치들의 역할을 분담했다. 김봉수 코치는 골키퍼, 김태영 코치는 수비, 박건하 코치는 공격 담당이다. 홍 감독은 코치들에게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부여했다. 홍 감독은 수시로 코치들의 생각을 듣고 꼭 그 이유를 되묻는다. 코치들은 머릿속에 자신만의 해답을 갖고 있어야 한다. 늘 팽팽한 긴장 속에 산다. 최종 판단은 감독 몫이지만 그 분야에 전문가인 코치 의견을 십분 존중하는 것이다. 런던 올림픽 때 딱 한 번 홍 감독이 독단적인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영국과 8강전을 앞두고 지동원(23·아우크스부르크)과 김보경(25·카디프시티) 중 누구를 선발로 내느냐를 놓고 홍 감독과 코치 의견이 엇갈렸다. 코치들은 컨디션이나 감각 등 모든 면에서 김보경이 낫다고 했지만 홍 감독은 지동원의 손을 들었다. 지동원은 당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벤치만 지키고 있었다. 홍 감독은 지동원이 남다른 정신력으로 영국을 상대할 거라 봤다. 예상은 적중했다. 지동원은 선제골로 서러움을 훌훌 털어냈다.



 홍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는 전적으로 이케다 코치에게 맡긴다. 이케다 코치는 홍 감독이 삼고초려해 모셔온 사람이다. 2009년 여름 홍 감독은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우라와 레즈 구단에서 일하고 있던 이케다 코치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우라와 구단이 허락하지 않자 홍 감독은 직접 세 번이나 일본으로 건너가 담판을 짓고 승낙을 받아냈다. 이케다 코치는 한국 축구대표팀 최초의 일본인 코치다. 이케다 코치가 처음 20세 이하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 선수들 반응은 시큰둥했다. 선수들은 일본인 코치에게 묘한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홍 감독은 이를 알아채고 선수들에게 “앞으로 어떤 경기든 이케다 코치와 상의하겠다. 이케다 코치가 피지컬 면에서 오케이한 선수만 경기에 내보내겠다”고 선언했다. 그 다음부터 선수를 눈빛이 달라졌다.



 홍 감독은 치열한 정보전인 월드컵을 앞두고 전력분석 전문가의 필요성을 느꼈다. 홍 감독은 지난해 1월 스승인 거스 히딩크(68) 감독이 사령탑으로 있던 러시아 프로축구 안지 마하치칼라로 연수를 떠났을 때 뒤샤티니에 코치와 인연을 맺었다. 뒤샤티니에 코치는 네덜란드 클럽에서 감독을 하다가 히딩크를 따라 안지 코치로 와 있었다. 그는 네덜란드의 인접 국가인 벨기에 선수들의 특성을 훤히 알고 있다. 안지에서 코치를 했기에 러시아 축구에도 정통하다. 러시아는 한국의 조별리그 1차전, 벨기에는 3차전 상대다. 뒤샤티니에 코치 영입이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 이유다.



 홍 감독은 코치를 아랫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동등한 관계라 보고 가족처럼 대한다.



 이케다 코치는 최근 펴낸 저서 『이케다 효과』를 통해 홍 감독에게 인간적인 매력과 배려심을 느낀 일화를 소개했다. 런던 올림픽 때 동메달이 걸린 운명의 3·4위전 상대는 이케다 코치의 고국 일본이었다. 이케다 코치는 경기 전 홍 감독이 일본의 전력 분석에 대해 자신에게 당연히 조언을 구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홍 감독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물론 홍 감독이 일본 J리그에서 오래 활약해 일본의 장단점을 샅샅이 알고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이케다 코치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분명 있었다.



윤태석 기자



역대 대표팀 수석코치들



역대 월드컵 대표팀의 수석 코치는 김호곤(1986)·이차만(90)·허정무(94)·김평석(98)·핌 베어벡(2002·2006)·정해성(2010) 등 6명이었다.



이들은 현재 지도자·행정가로 축구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히딩크·아드보카트를 보필하며 월드컵에 두 차례 참가했던 핌 베어벡(58) 감독은 한국(2006~2007)·호주(2007~2010) 사령탑을 거쳐 지금은 모로코 23세 이하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다.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수석코치였던 이차만 감독은 올해부터 경남 FC 감독직을 맡고 있다. 50년생(만 64세)인 그는 K리그 클래식 최고령 감독이다.



94년 미국 월드컵 수석코치였던 허정무(59)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지휘봉을 잡고 16강 진출이라는 값진 결실을 이뤘다. 이번 대회에는 선수단장을 맡았다. 선수-코치-감독-단장 등 다양한 직책으로 월드컵에 출전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수석코치였던 정해성(56) 감독은 지난해 12월부터 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을 맡고 있다. 86년 멕시코 월드컵 수석코치였던 김호곤(63) 감독은 지난해 울산 감독직에서 물러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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