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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라 … 자신을 드러내라

중앙일보 2014.05.31 01:55 종합 22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대통령의 글쓰기

서점가 '글쓰기 책' 열풍
취업 등 자기소개서 역할 커지고 SNS 개인적 글쓰기 공간 늘어

강원국 지음, 메디치미디어, 328쪽, 1만6000원



고종석의 문장

고종석 지음, 알마, 430쪽, 1만7500원



힘있는 글쓰기

피터 엘보 지음, 김우열 옮김, 토트, 464쪽, 1만8000원




글쓰기 책을 읽으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의 고민이다. 세계적인 미스터리 작가 스티븐 킹의 대답에서 위로를 얻자. “해야 한다는, 그리고 시작할 용기만 있다면 여러분도 분명 해낼 수 있다.”(『유혹하는 글쓰기』) 글쓰기 관련 책은 오래전부터 독자 수요가 탄탄하게 존재하는 분야였다. 거기에 최근 특색있는 글쓰기 책들이 쏟아지면서 독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5월까지 글쓰기 책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50% 상승했다.



  가장 뜨거운 책은 2월 말 출간된 『대통령의 글쓰기』다. 현재까지 5만 부 이상 팔리며 인터넷 서점 예스24 5월 4째주 인문분야 베스트셀러 4위(전체 30위)에 올랐다. 『고종석의 문장』도 발간 1주일 만에 초판이 다 팔려나가며 인문분야 5위(5월 29일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글쓰기 교재로 쓰이는 『힘있는 글쓰기』를 비롯해 『글쓰기는 주제다』(아카넷) 『글쓰기가 처음입니다』(메디치미디어) 등의 신간도 속속 출간되고 있다.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글쓰기 책 시장은 지난 10년 새 크게 성장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글쓰기 관련 서적 매출은 2004년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2013년에는 10년 전에 비해 4.3배 커졌다. 이는 세대·직업을 막론하고 글쓰기가 중요한 능력으로 평가받게 된 사회적 분위기와 관련이 깊다. 자기소개서 작성은 젊은이들이 갖춰야 할 기본소양이 됐고, 직장인들은 좋은 보고서 만들기에 고심한다. 교보문고 인문담당 이익재씨는 “글쓰기 교육 강화와 인문학 열풍은 물론이고 블로그와 SNS 등으로 개인 글쓰기 공간이 확장된 것과도 연관이 깊다”고 설명했다.



글쓰기 책은 크게 유행을 타지 않는다. 교보문고가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팔린 글쓰기 관련 책을 조사한 결과 『글쓰기의 공중부양』(개정판·해냄) 『글쓰기의 전략』(들녘) 『유혹하는 글쓰기』(김영사) 가 1~3위에 올랐다. 3권 모두 출간 이후 매년 글쓰기 책 분야 베스트셀러 5위 안에 꾸준히 오른 책들이다. 한편 글쓰기 책이 겨냥하는 독자층은 세분화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의 글쓰기 책이 전반적인 글쓰기 기법이나 문장·문법 등을 다뤘다면, 최근에는 직장인을 위한 보고서 작성법(『보고서의 정석』 『서른살 직장인 글쓰기를 배우다』), 학생들을 위한 『사회계 글쓰기』 『인문계 글쓰기』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핵심은 스토리텔링=최근 서점가를 휩쓰는 글쓰기 책들은 단지 글쓰기의 팁을 알려주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독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스토리텔링 가운데 자연스럽게 글쓰기 방법을 전한다. 청와대 연설담당 비서관을 지낸 강원국씨가 쓴 『대통령의 글쓰기』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이어나가며 ‘메모하라’ ‘짧게 쓰라’ ‘이미지를 생각하라’ 등 대통령들이 중요하게 여긴 글쓰기 원칙을 들려준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고종석씨 의 글쓰기 강의를 녹취한 『고종석의 문장』은 책의 절반 이상을 글쓰기와 연관된 인문교양과 언어학 지식에 할애했다. 조지 오웰과 마르크스의 저작을 예로 들며 ‘글은 왜 쓰는가’를 살피고,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시니피에(개념)’ ‘시니피앙(청각영상)’을 통해 한국어의 언어학적 특징을 설명한다. 출판사 알마 측은 “글쓰기 비법류의 책들이 놓치는 지점을 파고들며 글쓰기의 기본이 되는 교양을 전달한 점이 독자들의 지적 욕구를 자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명작가들의 인터뷰를 모은 『작가란 무엇인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애거서 크리스티 등의 글쓰기 습관을 담은 『리추얼』 등도 인문학과 글쓰기를 결합한 책이다.



◆글쓰기 책, 누가 사나=글쓰기책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연령대는 30~40대다. 예스24가 지난 10년간 글쓰기책 스테디셀러 6권을 기준으로 구매자를 조사한 결과 30~40대가 전체의 66.5%를 차지했다. 30대가 35.1%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31.4%, 20대(17.3%), 50대(13.9%) 순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50.8%, 여성이 49.2%로 남녀 비중이 비슷하다. 예스24 인문담당 김성광씨는 “일반적인 책 구매 비율은 남녀가 4대 6, 문학은 2대 8 정도다. 글쓰기가 사회생활의 중요한 능력으로 거론되면서 글쓰기 훈련의 필요성을 느끼는 직장인 중년 남성들이 관련 책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스티븐 킹의 글쓰기 "6주 뒤에 다시 본다"



좋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글쓰기 책에서 공통으로 강조하는 것이 있다. 일단 많이 읽고 많이 써 볼 것. 그리고 퇴고(推敲)다.



 퇴고란 글의 문장과 어휘를 다듬는 과정을 말한다. 글쓰기 책 저자들은 일단 퇴고를 하기 전 자신의 원고와 거리를 두고 충분한 시간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스티븐 킹은 가능하다면 6주 정도, 자신의 작품이 마치 남의 글처럼 느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고 했다. 이유는? “자기가 사랑하는 것들을 죽이는 일보다 남이 사랑하는 것들을 죽이는 일이 훨씬 더 쉬운 법이니까.”(『유혹하는 글쓰기』)



 다음은 『힘있는 글쓰기』의 저자 피터 엘보가 권하는 빠른 퇴고의 주요 단계.



 -자신에게서 벗어나 실용적인 초연함으로 무장하라. 잘라내기에 방점을 찍어라.



 -독자와 목적을 마음 속에서 명확히 하라.



 -좋은 단락들을 표시하라.



 -핵심 요점을 파악하라.



 -좋은 단락들에 순서를 붙여라. 개요를 만드는 것도 좋다.



 -빠뜨린 부분을 추가하라.



 -서두(글머리)는 뛰어넘고 본문부터 살펴라.



 -서두를 고쳐라. 결론이 서두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라.



 -잘라내기로 글 전체를 바짝 조이고 명확하게 만들어라. 소리 내어 원고를 읽으면 독자의 관점에서 글을 경험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문법과 문장의 오류를 제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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