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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남자의 권력욕과 심장질환

중앙일보 2014.05.31 01:30 종합 28면 지면보기
김형경
소설가
그는 사춘기 때부터 용돈을 아껴 여자 친구에게 줄 선물을 샀다. 청춘기에는 월급을 쪼개어 데이트 비용을 부담했다. 결혼 후에는 아내가 원하는 편안한 주거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자녀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자 애썼다. 그것을 가장의 책임과 의무라 생각했고 그 소임을 다하면 합당한 보상이 돌아오리라 기대했다. 아내의 헌신적 사랑이나 자녀들의 존경 같은 것. 하지만 가족들은 그의 눈치를 보며 그를 소외시키는 분위기이고, 그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다.



 그는 생계를 책임지는 만큼 가정에서 누려야 하는 권리도 당연히 있다고 믿었다. 그가 누리고자 하는 권리에 대해 아내는 군림하려 든다면서 화를 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이 스트레스가 될 때는 그것을 표현하고 위로받고 싶었다. 하지만 아내는 그가 애처럼 군다고 타박했다. 가장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해 자책감이 들 때는 자기를 비난하는 강도만큼 가족을 향해 거친 말이 나갔다. 가족들은 아버지의 언어 폭력, 정서 폭력을 문제 삼았다.



 여성의 역할이 예전과 달라진 지금도 여자들은 주도권을 남자에게 떠넘긴다. 데이트 요청, 데이트 비용 부담, 애프터 신청은 남자에게 달려 있다. 꽃과 이벤트를 준비하는 쪽도, 반지를 준비해서 구혼하는 쪽도 늘 남자다. 결혼 후에는 가사 노동 중 많은 양이 남자의 몫으로 넘겨진다. 여자들이 평등한 지위는 즐기되 그에 따른 책임은 감수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환경은 남자에게 이중 부담이 된다. 변화된 환경에서 남자들은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듯 보인다. 결혼을 피하거나 늦추는 것, 혹은 더 큰 힘을 갖고자 맹렬히 노력하는 것.



 본질적으로 남자가 권력과 지위를 탐하는 이유는 가정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다. 모든 인간이 꿈꾸는 ‘불멸’을, 자식과 재산을 통해 성취한 듯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안정감을 원하는 이들은 더 큰 권력을 탐하며, 정의조차 힘이 있어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믿는다.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서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나 이타성을 발견하기 어려운 이유가 거기 있을 것이다. 그들의 목표는 힘 그 자체였을 뿐이다. 힘을 얻기만 하면 나머지 좋은 것, 선한 것들은 절로 이루어지는 줄 알고 있었으므로.



권력 지향적인 사람들은 심장 질환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심장은 그 자체가 훌륭한 은유다. 감정 기관인 심장을 소홀하게 취급한 대가를 신체적으로 치르거나, 문득 한 여성에게 열정적으로 사로잡혀 생이 무너지거나.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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