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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나면 질식사 60% … 주범은 일산화탄소·청산가스

중앙일보 2014.05.30 03:02 종합 4면 지면보기
26일 고양종합터미널 화재는 지하 1층에서 시작됐다. 불길은 다른 층으로 번지지 않고 28분 만에 진압됐다. 28일 장성 요양병원 화재도 병실로 사용하지 않았던 방에서 발생해 다른 방으로 번지지 않고 6분 만에 진화됐다. 하지만 두 사고에서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희생자들은 모두 불길이 없었던 장소에서 발견됐다. 주범은 유독가스였다.


병원이 불안하다 ② 종합병원
몇 분 만에 목숨 뺏는 유독가스
나일론·양모·우레탄폼에서 나와
화재진압 빨리 해도 참사 못 막아
"제연설비 의무 건물 대폭 늘려야"

 화재 시 발생하는 유독가스는 혈액 내 산소의 전달을 막는 일산화탄소(CO) 등이 포함돼 있다. 흡입할 경우 몇 분 안에 사망에 이르게 된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요즘엔 거의 모든 것들이 유해가스를 낸다고 보면 된다”며 “특히 이번 화재가 일어난 곳은 유독가스가 나오기 쉬운 물질이 많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인테리어 공사 현장의 플라스틱, 스티로폼, 비닐 등은 일산화탄소, 염화수소(HCL) 등을 내뿜는다. 장성 요양병원 화재에서는 의약품에 불이 붙으면서 유해가스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크다. 박 교수는 “밀폐된 장소여서 불완전연소가 일어나 더 피해를 키웠다”고 말했다.



 나일론, 양모, 우레탄 등이 타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끼쳐 3~4분 내 사망에 이르는 시안화수소(HCN, 청산가스)가 발생한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생화학전에 사용되기도 했던 물질이다. 테러 용도로도 사용되는 포스겐(COCl)이나 독성 물질인 다이옥신·포름알데히드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때는 우레탄폼이 타면서 발생한 시안화수소·포스겐이 사망자 규모를 키웠다. 우레탄폼은 고양종합터미널에서도 천장 단열재로 사용됐다.



 화재가 나면 일단 코와 입을 막고 기는듯한 자세로 빠르게 대피해야 한다. 유독가스는 고온이기 때문에 위로 상승한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질식사는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해 불에 타 죽는 경우보다 많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망 40명), 2009년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사망 10명) 등 대형화재에서도 질식사가 대부분이었다.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에서는 사람들이 출입구의 반대쪽으로 이동했다가 희생을 당했다. 유독가스에 중독돼 의식이 흐려지고, 연기에 방향감각을 잃었기 때문이다. 유독가스인 암모니아가 눈에 접촉되면 점막을 자극해 순간적으로 앞이 보이지 않게 된다.



 전문가들은 화재 대비도 불보다 유독가스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상 제연(除燃)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곳은 지하층과 창이 없는 지상층 등 제한적이다. 김진수 한국소방기술사회 제연기술위원장은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모인 병동 등은 제연설비 설치 기준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선 소방방재청 소방제도과장은 “화재 때 연기로 인한 인명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추세여서 제연설비 의무설치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화·이서준·장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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