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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 못 지키는 안전 … 요양병원 화재 21명 사망

중앙일보 2014.05.29 02:36 종합 1면 지면보기
경찰 과학수사대원들이 28일 오전 전남 장성군 효실천사랑나눔병원에서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 벌어졌다. 28일 0시27분 전남 장성군 삼계면 효실천사랑나눔병원 별관 2층에서 불이 나 치매 노인 환자 20명과 간호조무사 1명 등 21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부상을 입은 8명 중 6명은 생명이 위독하다. 별관 2층에 있던 환자 34명 중 5명은 와상(臥狀)환자였고 25명은 치매였다. 대부분 자력으로 탈출하기 힘들었다. 경찰은 입원 환자 김모(82)씨를 유력한 방화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씨는 화재 신고 2분 전인 0시25분에 다용도실인 3006호에 들어가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치매를 앓고 있는 김씨는 뇌경색증(뇌혈관이 막히는 질환)으로 지난 1일 입원했다. 그는 현재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뉴스분석]
방화 용의자 80대 치매환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도 없어

 이번 사고 사상자는 대부분이 60대 이상 노인이다. 방화 용의자는 80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 요양병원 입원환자 754명 중 치매가 267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외는 뇌혈관질환 ·고혈압·관절염·당뇨합병증·파킨슨병 등 주로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었다. 우리 사회가 급속히 고령화되면서 피해갈 수 없는 질병들이다. 3월 말 현재 전국 요양병원·요양시설 5973곳에 입원한 환자는 각각 13만8714명과 11만7488명이다. 약 25만 명의 노인성 환자가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올해 65세 이상 노인은 639만 명, 치매 환자는 58만 명이다. 세계 최고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2030년 노인은 1269만 명, 치매환자는 127만 명으로 늘어난다.



 한국은 2000년에 고령화사회(노인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에 접어들면서 고령화의 폭발력에 놀라면서도 투자를 집중하지 않았다. 저출산 대책에 번번이 밀렸다. 그나마 2008년 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해 가정에서 끌어안고 있던 치매·중풍 환자를 ‘사회적 케어’ 대상으로 전환했다. 이 제도를 시행한 지 6년이 돼 가지만 혜택을 보는 치매환자는 중증 노인(1~3등급) 18만 명에 불과하다.



최경증을 제외한 약 30만 명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집에서 돌보다가 힘에 부치면 의지하는 데가 요양병원이다. 자식들이 돌보기 힘들기 때문에 여기서 일생을 마치는 노인이 많다. 이런 배경에서 지난 10년 새 요양병원이 우후죽순처럼 늘었다. 하지만 숫자만 늘었지 질 관리가 따르지 못했다. 사고가 난 요양병원에는 그 흔한 스프링클러조차 없었다. 설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걸 고치려 법률을 바꾸고 있지만 개정 후에도 기존 시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관할소방서인 삼계 119안전센터 관계자는 “사고가 난 건물은 2010년 준공 이후 별도의 소방안전 점검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병원처럼 간호조무사 1명이 밤새 30~40명의 노인 환자를 돌보는 게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치매의 특성상 밤에 배회하거나 이상행동을 하는 등 증세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상황을 어렵게 한다.



 차흥봉(전 보건복지부 장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은 “자식들이 노인을 돌보던 시대는 지났다. 병원이나 요양원이 맡아야 하는데, 여기 노인들은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화재·태풍·수해 등 3대 재난에 매우 취약하다”며 “이런 시설의 직원에게 안전교육을 철저히 하고, 노인들이 라이터 등의 위험물질을 보유하지 못하게 하고 위험 행동을 하지 않게 예방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최경호·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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