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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인증 요양병원서 참사 … "치매병동 따로 관리해야"

중앙일보 2014.05.29 02:30 종합 8면 지면보기
28일 오전 전남 장성군 삼계면 효실천사랑나눔병원 별관 2층 복도에 그을린 침대와 의자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복도 양측으로 사상자가 발생한 병실이 있고 복도 맨 끝이 화재가 발생한 다용도실이다. 이 사고로 유독가스에 질식해 21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프리랜서 오종찬]


전남 장성군 효실천사랑나눔병원(이하 효사랑 요양병원) 화재로 요양병원 관리부실의 민낯이 드러났다. 요양병원은 2004년 100여 개뿐이었지만 28일 기준으로 1262개로 10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었다.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성 질환자가 증가하자 정부가 낮은 이자로 정책자금을 융자해 중소병원들이 요양병원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요양병원은 양적 팽창에 비해 안전관리는 뒷전이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스스로 요양병원을 대표적인 정책 실패로 여길 정도다.

병원이 불안하다 ① 요양병원
10년 사이 113곳 → 1262곳 폭증
그나마 평가인증 받은 곳 20%뿐
소방청 연 1회 점검 … 복지부는 뒷전



 사실상 유일한 요양병원 품질 관리 장치가 인증평가다. 복지부 산하 기관인 의료기관인증평가원이 환자 안전 등 203개 항목을 조사해 평가한다. 합격 또는 불합격 두 종류로 평가한다. 효사랑 요양병원의 경우 지난해 12월 의료기관평가원의 요양병원 평가인증을 받았다. 더구나 최근엔 복지부와 전남도의 지시로 행한 자체 점검과 보건소 현장점검에서도 ‘문제 없음’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의 요양병원 안전 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요양병원 중 평가인증을 받은 곳은 255곳으로 전체의 20%뿐이다. 신청 병원 중 탈락한 곳은 1곳도 없다. 효사랑 요양병원은 가장 먼저 인증을 받은 병원에 포함됐는데 이런 곳에서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했으니 다른 곳에 대한 불안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요양병원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경고는 그동안 끊이지 않고 나왔다. 4년 전 발생한 포항 인덕노인요양센터 화재가 대표 사례다. 70~90대 노인 10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이번 사고와 유사하다. 포항 사고를 계기로 600㎡ 이상만 설치가 의무화됐던 스프링클러가 2011년 모든 노인 시설로 확대됐지만 요양병원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복지부 전병왕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요양병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소방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 중”이라고 말했다.



 요양병원의 품질 관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유사한 사고가 빈발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김기웅(분당서울대병원 교수) 국립중앙치매센터장은 “배회나 머리 박기 등 문제행동을 하는 치매 환자를 제대로 돌보기 위해서는 요양병원 안에 전문인력을 갖춘 치매전문병동을 설치해 환자가 자유롭게 배회하고 약물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가 요양병원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 관리의 주체가 이원화된 것도 문제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기 전까지 복지부는 병원의 안전사고에 대해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화재 예방은 소방방재청 업무라고 여기고 복지부는 사실상 무관심했다. 소방법에 따라 관할 소방서에서 일부 건물(병원 포함)만 연 1회 점검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기·소방·환자 안전과 같은 문제는 통합관리가 돼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며 “보건소에서 점검을 나가도 다른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어 점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의 인력 기준이 너무 느슨한데도 이마저 안 시키는 곳이 많다. 의료법에 따르면 요양병원은 연평균 1일 입원환자 40명에 1명꼴로 의사를, 연평균 1일 입원환자 6명에 1명꼴로 간호사를 둬야 한다. 야간 당직의 경우 환자 200명당 의사 1명, 간호사 2명이 근무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요양병원 의사 1인당 평균 담당 환자 수는 31명이었지만 65명을 진료하는 경우도 있었다. 간호사는 1인당 평균 11.4명, 최대 47.1명의 환자를 맡았다. 야간이나 휴일에 당직의사가 상주하는 요양병원은 44%뿐이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28일 성명서에서 “의료법에 미달하는 의료인력을 운영하고 있는 요양병원이 상당수 있는데도 복지부가 개선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주영·김혜미·김윤호 기자



◆요양병원= 의료법이 정한 시설·장비와 의료진을 갖춘 의료시설. 주로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노인성·만성질환 환자가 이용한다. 건강보험으로 운영되며 노인장기요양보험 적용이 안 돼 간병비(월 100만원 안팎)를 환자가 부담한다. 의무적으로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요양원(요양시설)=복지시설로 방문 의사(촉탁의)만 두면 된다. 전국에 4711곳이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운영돼 1~3등급 판정을 받으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간병인만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비교적 질환이 가벼운 경증 노인환자가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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