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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때 다른 전관예우 기준 …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중앙일보 2014.05.29 02:25 종합 4면 지면보기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단·인사청문사전검증팀 연석회의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공직의 청렴성과 공정성·객관성을 위해 퇴직 후 다시 공직에 취임하는 것을 제한한다는 법을 5월 안으로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른쪽부터 박 원내대표,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 박범계 의원. [김형수 기자]


‘국민 검사’로 불렸던 안대희 총리 후보자도 결국 ‘전관예우(前官禮遇)’의 수렁을 건너지 못했다. 총리 지명 엿새 만인 28일 스스로 후보직을 내놓았다. 안 후보자뿐 아니다. 전관예우는 법조계 출신 인사가 고위 공직에 임명되려면 꼭 넘어야 하는 고비다. 일단 빠지면 몸부림칠수록 더 나오기 힘든 ‘늪’과 같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2005년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5년간 60억원을 수임한 내역이 공개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개업 5년 동안 오히려 ‘전관박대’를 받았다”고 강력히 항변했고 청문회를 통과했다.

법조인 공직 진출 때 번번이 논란
"판검사는 개업하지 말라는 거냐"
"고위직 가려면 사건 가려 맡아야"
현직 법조인들도 의견 엇갈려



 하지만 2011년 1월 감사원장 후보자로 내정된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전관예우 때문에 낙마한 첫 사례가 됐다. 2007년 11월 대검 차장을 그만둔 뒤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로 일하며 7개월간 7억원가량을 받은 게 발목을 잡았다. 이를 계기로 ‘전관예우금지법’까지 만들어졌지만 관행은 좀체 근절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전관예우 논란은 청문회 때마다 단골 메뉴가 됐다. 정홍원 총리는 법무법인 로고스에서 24개월 동안 10억원가량의 급여를 받은 게 도마에 올랐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부산고검장 퇴임 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17개월간 받은 16억원의 성격을 해명하느라 애를 먹었다.



 사실 전관예우는 퇴직한 지 얼마 안 되는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현직에 있는 선후배들이 잘봐 준다는 의미다. 덕분에 의뢰인이 몰려 일반 변호사와는 차원이 다른 고액의 수임료를 받아 단기간에 거액을 모은다는 것이다. 청문회가 아니더라도 전관예우에 따른 형평성 논란은 법조계에선 다반사로 제기된다. 대법원의 경우 한 해 3만5900여 건(2011년 기준) 중 2만3800여 건(66.5%)이 “상고 이유가 적절치 못하다”는 이유로 심리 없이 기각된다. 하지만 대법관이 수임한 사건은 최소한 심리는 한다. 승패를 떠나 선임계에 도장을 받는 데만 2000만~3000만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기소를 독점하고 있는 검찰의 경우 퇴직한 지 얼마 안 된 선배 검사의 부탁 전화가 피의자의 구속 여부나 기소 내용을 결정하는 데 무시하기 어려운 압력이 되는 건 여전하다. 이처럼 검찰 단계에서 끝나는 사건의 수임료는 재판 중인 사건에 비해 훨씬 비싸다.



 이를 막아 보자는 전관예우금지법은 판검사가 퇴임 직전 1년간 일한 법원이나 검찰청 사건을 퇴임 후 1년간 맡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제정 이후 이 법을 어긴 전관은 없다. 안 후보자 역시 대법관을 그만둔 뒤 1년간 아예 사건 수임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개업하자마자 의뢰인들이 몰렸다.



 서울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하창우 변호사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사건 하나 맡아 100만원 벌기도 힘든 상황에서 하루 1000만원의 수입은 대법관이라는 후광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현직을 오래한 변호사는 꼭 필요한 서류와 증명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준비도 잘하기 때문에 승소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청문회에선 전관예우의 기준을 실제 행위 여부가 아니라 ‘금액’으로 따지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 법을 지켜도 번 돈이 많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다. 문제는 ‘금액 기준’도 모호하다는 것이다. 정동기 후보자 이후 월 1억원 이상 수입이 암묵적 기준이 된 듯하지만 황교안 장관은 무사 통과했다.



 현직 판검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법무부의 한 검사는 “원래 부잣집 자제가 아니면 공직에 나가지 말라는 의미인데 이 또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는 “대법관 퇴임 후 공직에 뜻이 있었다면 사건 수임을 가려서 했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의 이모 부장판사는 “전관이 나오지 않게 법조 환경을 만들고 나오더라도 예우를 받지 않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며 “전관예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보다 자세하게 만들어 때와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기준을 하나로 정립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글=최현철·박민제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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