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학위에 취업까지 '일석이조' … 젊은이·어르신 함께 향학열 불태워

중앙일보 2014.05.29 01:36 12면 지면보기
호서대 평생교육원 학점은행제 동기생들이 강의실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성호·김소미·서아영·황지희·이선례·김주은·최은경·이남동씨(왼쪽부터). 채원상 기자


호서대 평생교육원 학점은행제가 배움의 시기를 놓친 만학도와 취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인기다. 정식 학위 취득은 물론 취업에도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호서대 학점은행제에 입학한 학생들을 만났다.

호서대 평생교육원 학점은행제 인기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고령 응시생으로 화제가 된 이선례(78·여)씨. 이씨는 환갑을 앞둔 1995년 일성여상에 입학했지만 당시 학력 인정 교육기관이 아니어서 정식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4년 뒤 일신여상이 학력 인정을 받는 일성여중·고로 바뀌자 다시 입학해 고교 졸업 학력을 취득했다.



 이씨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올해 호서대 평생교육원 학점은행제에 등록했다. 이를 디딤돌 삼아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해 노인복지학을 전공하는 것이 목표다. 본인 역시 노인이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노인들을 위해 남은 인생을 그들의 손과 발이 돼 봉사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친척 집에서 얹혀 살며 조카들을 돌보다 보니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했습니다. 남편과도 일찍 사별하는 바람에 20년간 택시운전을 하며 혼자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힘든 생활 속에서도 공부에 대한 미련을 풀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씨는 수업을 듣기 위해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집에서 새벽에 나와 버스와 전철·기차를 번갈아 타며 호서대 천안캠퍼스로 등교한다. 강행군이지만 딸·아들·손자 또래 학생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설렘과 기쁨에 결석한 적이 거의 없다.



 호서대 평생교육원 학점은행제에 입학한 학생 중에는 대학을 중퇴하고 학점은행제에 다녀 취업에 성공한 청년도 있다. 김성호(25)씨는 최근 천안시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우송대 철도경영학과를 다니던 김씨는 1학년을 마치고 군에 갔다. 제대 후 자퇴했는데 점수에 맞춰 선택한 학과가 적성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호서대 평생교육원 학점은행제에 등록했다. 사회복지학과에 들어가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겠다는 확신이 그의 진로를 바꿔놓은 것이다.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점을 쌓아 대학 편입도 가능하고 대학원에 진학할 수도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지난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공무원시험 준비에 매진했다. 마침내 지난 3월 1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천안시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사회복지학과에서 공부한 지식이 많은 도움이 됐다.



 김씨는 “20대부터 80을 바라보는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한데 어울리며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공부하는 곳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며 “배움에 대한 열정은 나이를 나타내는 숫자와는 전혀 상관 없다. 이곳에서는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기본적인 예의만 있으면 모두가 친구이자 동기생”이라고 말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학점은행제 우수 대학으로 뽑혀



호서대 평생교육원 학점은행제는 지역 대학 최초로 우수 기관에 뽑힐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한 ‘2013학년도 학점은행제 평가’에서 전국 573개 학점은행제 기관 가운데 선정된 우수 기관 10곳에 들었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1998년 3월 11일 평생교육원 학점은행제 1기를 시작으로 16년간 쌓아온 학점은행제 운영 노하우가 전국 최고 수준 학점은행제 기관으로 발돋움하게 만들었다.



 호서대 학점은행제는 전문학사로 사회복지·아동가족·경찰행정 같은 3개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학사 과정은 신학·경영학·사회복지학·심리학·체육학·미용학·식품조리학·실용음학학 등 8개 학과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학점은행제를 통해 대학 교수 같은 꿈을 이룬 중·장년층 만학도가 많기로 유명하다. 최근 들어서는 고교를 졸업한 학생들도 적성을 살리기 위해 대학 진학 대신 학점은행제를 선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평생교육원 학점은행제는 정부에서 인정한 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신청한 학점만큼 수업료를 내기 때문에 학비 부담도 적다. 평일과 주말에 주·야간으로 수업하기 때문에 원하는 시간에 수업을 골라 들을 수 있어 편리하다. 모든 학사 일정을 학생 사정에 맞춰 짜므로 공부에 대한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학사 학위나 전문학사 학위를 딸 수 있다.



 정규 대학과 같은 수준의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호서대 학부생과 동일하게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공무원·근로자들을 위해 다양한 장학 제도를 운영해 학생의 수업료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유영기 호서대 평생교육원장은 “평생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 부족하지만 차별화·특성화된 교육 프로그램과 평생교육원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면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학점은행제 경쟁력은 대학 등록금의 30% 정도만 투자하면 학위를 취득할 수 있고 적성에 맞는 전공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우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