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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히 오셔서 내 그림 보고 느낌 받으면 전 그걸로 만족해요"

중앙일보 2014.05.29 01:11 5면 지면보기
최 작가가 당림미술관 전시실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당림미술관에서 화가 최효순(64)의 신작전 ‘내면의 성찰’이 다음 달 16일까지 열린다. 전업 작가 후원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이번 전시회에는

[문화 in 문화人] 최효순 극사실주의 화가

화가의 작업 과정을 알 수 있는 드로잉 작품도 전시 중이다. 극사실주의 화풍의 선구자라 불리는 최 작가를 만나 전시회 얘기와 작품 세계를 들었다.



국내 몇 안 되는 극사실주의 화가이자 아산이 고향이라는 점이 최 작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 봐도 최 작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그를 만나러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에 있는 당림미술관을 찾았다.



 이경렬 당림미술관 관장은 “웬만한 스님보다 내공이 깊은 ‘수행자’”라고 최 작가를 설명했다. 화가와 수행자, 그 둘 사이에는 과연 어떤 교집합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내성적인 성격과 고집이 만들어내



“제가 좀 내성적이에요. 사람들 만나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최 작가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리고 고향 아산에 내려온 것 또한 내성적인 성격이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아산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 이후 줄곧 서울 생활을 했다. 하지만 서울이라는 공간에 적응하는 것이 그에겐 쉽지 않았다. 그래서 좀 더 편하게 작업하려고 2000년 고향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외딴 작업실에서 하루 종일 창작활동에만 매진하고 있다.



 “사람들은 내성적인 제 성격이 제 삶에 마이너스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극사실주의 화풍을 고집하게 된 것도 성격 때문이니까요.”



자연 파괴를 표현한 ‘Neo Juraissic Park’.
 1970년대 초반 국내 미술계에는 개념미술이 주를 이뤘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모더니즘 추상미술에 빠져 있는 것을 본 최 작가는 반발심 같은 것이 생겼다.



 그래서 반항하듯이 하늘과 구름만 줄기차게 그렸다. 조금 더 자세하게, 조금 더 사실적으로. 그렇게 구름과 하늘을 그리다 보니 어느새 ‘하늘작가’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후 그는 ‘극사실주의 화풍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러나 그는 하늘과 구름에 멈추지 않고 그의 삶 가까이 있는 대상들을 관찰하며 소재로 삼았다.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작품이 되죠. 그런데 그냥 있는 그대로 그리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이질적인 대상을 함께 배치하는 ‘도치법’을 쓰는 겁니다. ‘신공룡시대’라고 이름 붙여진 이 그림(사진 2)도 그런 맥락이에요. 새벽에 뒷산으로 산책을 나갔는데 나무가 있어야 할 자리에 굴착기 두 대가 서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걸 보면서 숲을 점령한 공룡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최 작가는 그 순간을 캔버스에 옮겨놓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 비행기와 나비를 등장시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파괴’를 표현했다.



싱그러움까지 화폭에 옮겨놓은 듯한 ‘Iris’.
“나를 채찍질해요.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몇 년 전부터 극사실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다 보니 극사실주의 화풍을 고수하는 젊은 작가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작업 방법은 완전히 다르다.



 최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히지만 극사실주의 작가들 대다수가 캔버스에 사진 이미지를 출력해 그 위에 덧칠을 한다.



 “어느 게 좋다고는 말 못하죠. 그런데 나는 내 방법이 좋아요.”



 극사실주의 화풍 자체가 고도의 세밀함을 요하므로 작품 완성에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최 작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마저도 아낀다.



 “저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무조건 1년에 여섯 작품은 그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몰두해요. 도 닦는 기분으로 작품을 그리죠. 그런데 전업 작가지만 돈 되는 작품을 그리는 작가는 아니에요.”



 한국에서 그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이다. 그래서 전업 작가들 중 상당수는 갤러리와 계약해 찍어내듯 작품을 그려내고 때로는 작품을 팔기 위해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그러나 최 작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돈에 작가적 양심을 팔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저는 그냥 이게 좋아요. 나는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가 와서 내 그림을 보고 그 어떤 느낌을 받는다면 그걸로 됐어요. 그냥 편히 오세요. 그리고 보고 가시면 됩니다.”



최효순 작가 ‘구름작가’ ‘하늘작가’로 불린다. 충남 아산 출신으로 홍익대 미술대학과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서구식 단색 회화가 대세를 이루던 1970년대에 하늘·구름과 등잔을 소재로 한 초현실주의풍 극사실주의 작품을 그렸다. 1973년 제4회 대학미전에서 금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40년 넘게 극사실주의 화풍을 고수하며 고향 아산에서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글=윤현주 객원기자 20040115@hanmail.net, 사진=채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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