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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김영희 묻고 후나바시 요이치 답하다

중앙일보 2014.05.29 00:54 종합 30면 지면보기

한국은 지금 가파른 동북아 긴장의 십자로에 섰다. 북방에서는 북한이 언어폭력과 물리적 도발을 계속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새로운 차원의 군사·경제협력으로 미국에 도전할 태세를 갖췄다. 남방 해상에서는 중국이 일본·베트남·필리핀 등과 첨예한 영토분쟁을 일으켜 지역의 안정에 충격을 준다. 동북아시아의 이런 안보환경의 틀 밖에서는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일본의 몇 안 되는 세계적인 국제문제 전문가 후나바시 요이치 ‘일본 재건 이니셔티브’ 이사장과 두 시간에 걸쳐 동북아 평화의 길을 주제로 대담을 했다.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오른쪽) ‘일본재건이니셔티브’ 이사장은 김영희 대기자와의 두 시간에 걸 친 인터뷰 내내 거침이 없었다. 아베 정권의 아시아 외교를 따끔하게 꼬집는 한편 한국 외교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김현기 도쿄특파원]

긴장의 동북아시아 어디로 가는가
"미·중 패권경쟁 시작 … 군사적 충돌은 없을 것"
"통일 한국의 핵 보유는 일본에 최악의 시나리오"

김영희=미국과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래 질서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금의 질서를 유지하려고 하고, 중국은 현상을 타파해 중국이 참여하는 새 질서를 만들려고 합니다. 우리 눈앞에서 실제로 전개되는 것은 두 강대국의 패권경쟁 같습니다.



 후나바시=기본적으로 그래요. 패권경쟁은 이미 시작됐어요. 중국은 2008년 리먼 쇼크와 베이징 올림픽 무렵부터 미국과 중국의 기존의 힘의 관계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미국 해군력의 우위를 근간으로 하는 해양의 기존 질서를 뛰어넘겠다는 생각이죠. 그렇다고 중국이 미국 우위의 질서를 완전히 파괴하려고 하는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중국은 아직은 지금의 질서가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요.



 김=어떤 의미에서입니까.



 후나바시=가령 세계무역기구(WTO)나 국제통화기금의 브레턴우즈(Bretton Woods) 체제의 관점에서 보면 아직은 중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지금의 체제가 중국에는 오히려 유리하다고 보는 겁니다. 중국은 미국의 거대한 수출시장이라는 현실과 미국의 국채 매입으로 미국을 견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미·일 동맹도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일본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요.



 김=중국은 여유만만하게 현상을 바꾸려고 한다는 말입니까.



 후나바시=중국은 2008년 무렵부터 2010년까지는 ‘시간은 우리편’이라고 과신했죠. 그러다 2010년 무렵부터 남중국해에서 아세안 국가들과 갈등을 일으켜요. 1대1 대결방식으로 남중국해를 장악하려던 중국의 전략이 틀어진 겁니다. 필리핀 및 베트남과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2012년 미국 국방장관이 베트남을 방문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필리핀을 방문해 미군이 수비크만의 해군기지를 다시 사용하는 권리를 확보했습니다. 이건 새로운 세력이 급부상할 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주변국들의 포위(encirclement) 전략입니다. 중국이 과잉행동으로 스스로 포위(Self-encirclement)된 결과가 된 겁니다.



 김=시카고대학의 존 미어샤이머 교수는 독일의 부상이 유럽의 기존질서를 흔들어 두 번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역사의 전례를 들어 중국의 부상이 결국은 미국과 중국이 충돌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를 심각하게 교란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미·중 충돌의 불가피론입니다.



 후나바시=역사에 불가피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미국과 중국이 과거의 독일과 유럽의 다른 국가들처럼 불가피하게 충돌하는 것, 급부상하는 국가가 기존의 패권국과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일은 없을 걸로 봅니다. 중국인들, 특히 그 지도자들은 역사를 깊이 보는 안목을 가졌어요. 2006년 무렵 CC-TV가 11~12회짜리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했는데 일본과 독일 등 대국들이 주변국을 침략해 식민지배하고 결국은 패망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중국 국영방송이 그런 내용을 보도한 것은 대국이 된 중국은 그런 실수를 범하지 말자는 다짐이었다고 봅니다. 덩샤오핑의 평화대두론이 마지막 반짝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고나 할까요.



 김=미·중 G2시대 일본의 전략적 역할은 어떤 것입니까.



 후나바시=일본은 현재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 방향감각을 잃고 있습니다. 일본은 1980~90년대까지는 이웃나라들과 함께 지역질서를 만들었어요. 97~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는 아시아통화기금(Asia Monetary Fund)을 제안하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미국과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그러나 21세기 들어와서 일본이 유엔 상임이사국이 되려고 했을 때는 아시아에서는 아프가니스탄·부탄·몰디브 세 나라의 지지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참패죠. 90년대 말부터 21세기에 걸쳐 일본의 힘이 약해진 결과입니다. 아베 정권이 들어서면서 역사 문제가 불거져 나와 일본의 입장은 더욱 약화되고 공통의 비전을 만들지 못하고 있어요. 일본은 자승자박의 상황으로 몰려 있습니다.



 김=동아시아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한·중·일 정상회의 같은 동아시아의 다자기구들도 두 수퍼파워의 패권경쟁을 중재하고 견제할 힘이 없어 보입니다. 결국 이 지역의 질서는 G2의 힘의 논리로 결판이 나는 겁니까.



 후나바시=그렇게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중국은 새로운 대등한 미·중 관계를 천명했어요. 다만 미국은 중국이 아직은 G2의 격에 맞는 비전을 가진 책임 있는 이해당사자(stakeholder)가 아니라고 봅니다. 2007년 티머시 키팅 미 태평양군 사령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군 사령관이 “당신들이 동태평양을 차지하고, 우리가 서태평양을 차지하자”고 했습니다. 농담 아니었어요. 중국은 오키나와~대만~필리핀 서쪽~보르네오를 잇는 제1열도선 서쪽 지역을 중국의 핵심 이해지역으로 간주합니다. G2에 의한 태평양권의 철저한 분단입니다.



 김=미국과 중국이 힘을 공유(power- sharing)하는 방식으로 미·중 대결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후나바시=미국은 태평양 전쟁 때 값비싼 교훈을 얻었습니다. 미국은 1921년 당시의 대국들이 군비와 해외 군사주둔을 제한한 워싱턴체제에 따라 필리핀에서 군대를 철수했습니다. 그러다 태평양전쟁이 터져 미국은 힘겹게 태평양 지역을 되찾았습니다. 21년 필리핀에서 철수하지 않았다면 태평양전쟁의 양상은 달랐을 겁니다. 미국이 독점적 지위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김=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의 국력은 상승하고, 상대적으로 미국의 국력은 떨어져 언젠가는 지금의 균형이 무너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후나바시=국제정치는 산술적으로 판단할 일은 아닙니다. 전기(crossover point)가 국내총생산에서 올 수는 있지만 신뢰나 동맹, 문명, 가치 같은 걸 놓고 보면 중국은 지금의 체제로는 미국을 능가할 수 없어요. 오히려 미국에 새로운 동맹국이 생길 것입니다. 지금은 우호국이 아닌 인도, 장기적으로는 러시아도 들어올 수 있어요. 이런 재균형(rebalancing)은 40~50년간 꾸준히 진행될 장기적인 프로세스로 조지 캐넌의 봉쇄정책에 필적할 정도의 전략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틈새에서 한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중견국가(Middle power)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후나바시=한국·베트남·인도네시아를 공통의 아이덴티티가 있는 미들파워로 분류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들 각국의 지리적 전략성, 역사의 특이성 등이 작용하기 때문이죠. 한국의 경우 북한을 흡수해 통일을 성취하면 대국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김=미국은 효과적인 중국과 북한 견제를 위해서는 한·미·일 3각안보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지만 한국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그런 지정학적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하나는, 방대한 수출시장으로서의 중국 배려와 북한의 호전성 견제에 중국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고, 다른 하나는 아베 정부의 역사수정주의와 군국주의 냄새가 짙은 대국지향적인 대외노선에 대한 불안감입니다. 한·일 관계는 위안부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고 미국의 중재노력도 한계를 드러낸 참으로 답답한 상황입니다. 어디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습니까?



 후나바시=미국은 큰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문제에서 미국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한·일 문제만은 열심히 하고 있어요. 미국 부통령이 일본과 한국을 방문해 이면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중재하고 있습니다. 그만큼의 정치자본을 이용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내가 특히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고조되는 이때 미·일 동맹에 따른 주일미군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사실입니다. 위기상황이 되면 일본은 직접 한반도에 나서지 못하지만 미·일 동맹의 존재가 한국에 든든한 뒷받침이 될 것입니다.



 위안부 문제는 정치적 리더십으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내년이 한·일 수교 50주년입니다. 올해 안에 아베 총리가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 방법을 마련해야 합니다. 아베는 지지율도 높고 보수세력을 업고 있어 운신의 폭이 큽니다.



 김=아베 총리가 구상하는 일본의 미래는 어떤 것입니까.



 후나바시=그의 역사관과 야스쿠니 참배는 매우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그가 일본을 1930~40년대의 군국주의, 팽창주의, 파시스트 국가로 만들려는 건 아닙니다. 아베가 전후의 일본을 어떻게 보는가가 중요한데 그는 얼마 전까지도 탈전후를 외쳤습니다. 성공사례인 일본의 전후체제를 왜 탈피하자는 건지 모르겠어요.



 김=야스쿠니 참배 문제는 한·일, 중·일 갈등의 차원을 넘어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도덕적 위상을 흔드는 행동 아닙니까.



 후나바시=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그 전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와는 성격이 달라요. 아베는 야스쿠니를 참배함으로써 일본이 전후 세계질서에 기여를 하는가 그것을 부정하는가 하는 논란을 촉발하는 결정적인 오류를 범했습니다. 중국의 선전전략에 이용당하고 있어요.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를 참배하자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곧바로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전후 중국과 러시아가 함께 만들어온 평화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전쟁 하나만 봐도 소련/러시아와 중국이 전후 세계평화를 만들어 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입니다. 중국은 미국의 귀에 대고는 이렇게 속삭입니다. “당신들은 1941년 진주만에서 일본의 기습을 받고 4년간 태평양에서 일본과 전쟁을 했지만 중국은 1937년 7월부터 일본과 중일전쟁을 치렀어요. 우리가 4년 동안이나 50만 일본군의 발을 중국에 묶어둔 덕에 미국이 일본에 승리해 포츠담 체제도 가능했던 겁니다.” 국제정치에서는 역사적인 서사(narrative)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데 일본 지도자들은 그걸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김=아베 정부는 언젠가는 평화헌법을 고쳐 재무장을 하려는 의지가 강해 보입니다. 장기적으로 봐서 평화헌법에 친숙한 일본 국민들이 그런 개헌에 찬성할 날이 올까요.



 후나바시=그런 일 없을 겁니다. 집단자위권과 관련된 헌법 해석 하나를 봐도 그런 걸 추진하는 데 대한 불안감과 저항, 그리고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의 창가학회 측 반응 등을 볼 때 국민들도 마지막에는 찬성하지 않을 걸로 봅니다. 65세 이상 고령자들의 목소리도 계산해야 합니다. 그들은 전후 일본이 이만큼 성장한 건 평화헌법과 미·일동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믿습니다. 일본에선 65세 이상의 고령자들이 힘이 있습니다.



 김=아시아 국가들이 일본의 재무장을 경계하는 건 군국주의 ‘전과’가 있는 일본에 대한 불신 때문입니다. 전후 서독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공동체 같은 다자틀에 가입해 스스로를 구속함으로써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을 안심시킨 전례에 비추어 동북아시아에서도 다자안보기구와 경제협력체를 통해 일본, 그리고 중국을 견제하는 방법으로 대국들의 야망으로 야기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요.



 후나바시=그렇습니다. 유럽의 화해 프로세스에서 지역주의의 역할은 매우 컸습니다. 유럽공동체(EC), 유럽연합(EU), 공통화폐 유로(Euro), 경제통합, 그리고 NATO가 그런 것들입니다. 아시아에서는 유럽 같이 지역주의 안에서 지역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그래도 아세안은 만들어졌어요. 아세안의 틀 안에서 일본이 역사문제로 화해하는 틀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6자회담은 잘 안 되고 있지만 동북아도 한반도 통일을 염두에 둔다면 다각도의 틀 만들기에 다시 한번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그 안에서 이웃 국가들과 함께 역사 문제를 논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럽에서는 경제의 상호의존이 평화의 실현에 작용했는데 아시아의 경우엔 경제상호의존이 급속도로 진행됐으면서도 그것이 역사화해나 사회의 융화력과 친화력으로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중국을 나쁘게 말하고 싶지 않지만, 중국은 경제적 상호의존이 강해져 상대국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상대를 약자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관여정책(engagement policy)은 높은 수준에서 지속될 수 없다는 것, 이것이 문제입니다.



 김=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의 하나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입니다. 6자회담을 중심으로 협상을 했지만 북한 비핵화는 성사되지 않고, 김정은의 북한은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도발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김정은 왜 저런다고 생각하십니까.



 후나바시=김정은은 김정일보다 더 큰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을 것입니다. 북한은 더욱 고립되고 있어요. 중국과의 관계도 그렇고.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은 중국과의 관계를 잘 활용해 왔습니다. 1992년 한·중 수교로 북한이 배신감을 느꼈지만 잘 견디면서 중국에서 취할 것은 취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지금 중국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중국은 김정은의 북한을 괘씸하게 생각하고 있겠지만 중국이 스스로 북한의 체제를 무너뜨리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중국의 영향력에 한계가 있어 김정은 대신 누구를 내세우지도 못할 것입니다.



 김=귀하의 ‘일본 재건 이니셔티브’가 지난해 3월 발행한 『일본 최악의 시나리오 아홉 가지』라는 책에서 중국이 센카쿠 열도를 무력으로 탈취해 실효지배하는 데 성공했다는 가상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센카쿠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미국이 안보조약상의 의무에 따라 일본을 지원하게 되어 있고, 일본의 군사력이 아직은 중국보다 우세하다는 평가인데도 그런 시나리오가 현실성이 있습니까.



 후나바시=그 시나리오에서는 중국의 무장세력보다는 어민들이 들어올 가능성을 크게 봤습니다. 그레이존(Grey zone) 말입니다. 실제로 군과 군의 정면충돌보다는 어민이나, 어민으로 위장한 사람들이 센카쿠에 상륙할 가능성이 더 크고, 그때 일본이 제대로 통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시나리오입니다.



 10년, 15년 후를 상정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미군이 일본 자위대와 함께 센카쿠에 상륙해 불법입국한 중국 어민들을 퇴거시키지는 않을 겁니다. 일본이 전면에 서서 제 나라 영토를 지키는 모습을 먼저 보이기를 기대합니다. 미국은 그걸 보고 개입 여부를 판단할 겁니다.



 김=『일본 최악의 시나리오 아홉 가지』에서 특히 한국인들의 주목을 끄는 부분은 북한이 붕괴하고 한국이 핵무기를 가진 통일국가를 수립한다는 시나리오입니다. 김정은의 경제개혁에 반대하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김정은을 지지하는 미사일부대가 탄도미사일을 평양으로 발사합니다. 북한은 리더십 없는 혼란에 빠지고, 한국군이 평양을 점령해 통일정부를 수립한다는 것인데 흥미로운 것은 김정은이 한국 대통령에게 자강도 지하에 숨겨둔 핵무기의 소재를 알려주고 핵을 가진 통일국가 수립을 권고하는 대목입니다. 시나리오에는 미국과 중국이 한국 통일에 반대하는 밀약을 맺습니다. 러시아만이 한국 통일을 지지하고. 중국과 미국이 반대하는 가운데 한국이 단독으로 북한에 진입해 핵을 가진 통일한국을 수립한다, 그리고 한·미 동맹을 폐기하고 중립을 선언한다는 발상이 현실성이 있습니까.



 후나바시=그런 최악의 시나리오를 왜 만드는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공포감이라는 것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가를 스스로 까발리는 연습입니다. 그대로 된다는 것보다는 여러 가지 공포스러운 상황이 나오면 미국과 중국·일본·한국 등이 그것이 서로 마이너스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느냐를 사전에 드러내고,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한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통일한국이 핵을 갖는 것은 일본에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통일한국이 핵을 보유한다면 동아시아에 핵개발의 도미노현상이 일어나 이 지역의 전략적 환경이 크게 바뀔 것입니다.



 김=통일한국의 핵보유는 통일되는 시점의 동북아시아의 안보환경, 특히 미·중 패권경쟁의 귀추에 좌우되겠지요.



 후나바시=한국이 핵을 가질 필요가 없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지금부터의 과제입니다.



 김=구체적인 대가(reward)가 있어야겠지요.



 후나바시=대가가 없다면 한국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보기엔 대가는 중국의 동의 아래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중국이 한·미동맹을 인정하는 것은 자체로서 매우 효과가 큽니다.



 김=긴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정리=글로벌협력팀 한예린

김현기 도쿄 특파원





후나바시 요이치는 …?1944년 베이징 출생. 도쿄대 졸업 후 아사히신문사 입사. 베이징·워싱턴 특파원과 미국 총국장을 지낸 국제문제 전문가다. 미국 총국장 시절에는 ‘제2의 일본대사’로 불릴 정도로 위상이 높았다. 2007년부터 정년퇴임한 2010년까지 아사히신문의 주필을 맡았다. 아사히에선 30년간 ‘주필감이 없다’며 주필을 공석으로 두었기 때문에 후나바시의 주필 취임은 큰 화제가 됐다. 지금도 주필은 공석. 퇴임 후 싱크탱크인 ‘일본 재건 이니셔티브’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미국 정·관·학계 핵심 인사들과 ‘직통’하는 몇 안 되는 일본 인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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