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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의 세계 속의 한국] 국가의 목표

중앙일보 2014.05.29 00:49 종합 32면 지면보기
국가의 목표와 전략은 국가의 융성과 쇠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19세기까지 이류·삼류 국가에 지나지 않았던 미국·러시아·독일·일본이 20세기 들어 일류 국가가 된 것도 바로 국가의 목표와 전략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독일은 분열된 나라를 통일해 국가의 에너지를 한데 모으려는 링컨과 비스마르크의 비전과 결단이 일류 국가의 토대를 닦았다. 러시아는 인류 역사 최초의 사회주의 천국이라는 이상으로 초강대국 소련을 창조했다. 일본은 탈아입구(脫亞入歐: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이 되자)란 국가 목표와 화혼양재(和魂洋才:일본의 정신으로 서양의 학문과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자)의 전략으로 세계 제2의 경제대국 건설에 성공했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미움 받는 나라가 됐고 소련은 공중분해됐으며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넘어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가고 있다. 이는 새로운 국가 전략이나 목표가 분명치 않거나 시대에 맞지 않음에도 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도 분명한 국가 목표와 전략으로 오늘의 성공을 이룬 나라다. 우선 1960~70년대에는 ‘잘 살아보세’, 80~90년대엔 ‘조국 근대화’란 국가의 목표와 ‘수출입국’이라는 국가 전략이 잘 맞아떨어져 빛나는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90년대와 21세기 들어서는 ‘조국 선진화’라는 국가 목표와 글로벌화를 통해 드디어 선진국에 진입했다. 그러나 빠른 성장은 골다공증을 피하기 어렵고 언제나 그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IMF 경제위기였고 이번 세월호 참사다.



 IMF는 대재앙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와 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어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루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자각을 못하며 서서히 나빠져 가는 환자보다는 혹독한 통증을 겪은 환자가 근본적인 치료를 거쳐 더욱 건강한 체질이 되는 것과 같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 전반에 얼마나 많은 환부가 도사리고 있는지 총체적인 반성과 점검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해준 뼈아픈 사건이었다.



그동안 모든 면에서 얼마나 안전을 무시하고 ‘하면 된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식의 무리한 전진을 계속해 온 것인가! 진정한 선진국이란 아흔아홉 번의 무사고를 자랑하는 나라가 아니라 단 한 번의 사고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나라다. 이제는 국가의 목표를 ‘국가 안전화’로 세우고 안보·경제·사회·교육 등 모든 면에서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게 나라를 개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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