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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어설픈 매스로 너덜너덜해진 김영란법

중앙일보 2014.05.29 00:44 종합 33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경희
정치국제부문 기자
여야가 호언장담했던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의 5월 국회 처리가 결국 무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는 3번의 심사 끝에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적용되는 대상만 대폭 늘려놨다. 어설프게 매스만 들이대 법안을 누더기로 만들어놓았다. 대상이 확대되면 그만큼 법이 남용될 우려가 커지는 게 뻔한데 그 여파에 대한 책임은 서로 미루고 있다.



 김영란법은 공무원 내지 공직유관단체 종사자가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더라도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법안이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에 필요한 법안으로 대두되면서 처리에 시동이 걸렸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9일 세월호 대국민 담화에서 국회의 조속한 통과를 부탁했다.



 하지만 공을 넘겨받은 국회는 그동안 태평했다. 여야가 법안의 5월 국회 처리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김영란법은 지난해 8월 5일 정부로부터 제출됐지만 그간 전혀 심의되지 않았다. 동양증권 사태, 카드사 개인정보유출 등으로 미처 이 법안을 다룰 여력이 없었다는 핑계를 댔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이 법안이 다시 도마에 오른 뒤 법안소위를 세 차례 연 게 전부다.



 이번에 무리하게 적용 대상을 늘린 것도 결국은 국회 통과를 더 어렵게 만들려 한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지난 27일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여야는 적용 대상인 국·공립학교 교사를 사립학교, 사립유치원 교사까지 확대하고 KBS·EBS 등 정부출연 언론사뿐 아니라 모든 언론기관 종사자를 포함하기로 했다.



 당사자와 그 가족까지 적용대상만 1800만 명에 이른다. “말이 특별법이지 웬만한 경제활동인구는 다 포함되는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국회 정무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용태 의원은 28일 “김영란법 처리 과정의 전모를 공개하겠다”며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안의 부작용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청소년수련원에 근무하는 9급 직원이 아버지가 10만원짜리 허리띠를 선물받았다는 이유로 과태료 50만원을 내야 하고, 100만원 이상의 상품권을 받았다면 형사처벌을 받는 등 맹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란 거다.



 법안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여야가 다시 논의를 하다 보면 ‘김영란법’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적용 대상을 늘린 게 그걸 염두에 둔 꼼수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법의 남용이란 부작용은 물론 줄여야 한다. 하지만 여야가 합심해 이 법을 국가개조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반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뒤로 물려선 안 된다. 후반기 국회가 김영란법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어떻게 요리할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김경희 정치국제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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