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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개혁 총리를 구하라

중앙일보 2014.05.29 00:42 종합 34면 지면보기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어제 사퇴했다. 세월호 참사로 그렇지 않아도 마음 둘 곳 없었던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이럴 때일수록 모두 냉정한 자세로 차분하게 대처해야 한다.



 일주일 전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후보 지명을 받을 때 안 후보자는 “세월호 사태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물질만능주의 풍토와 자본주의의 탐욕이 국가와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기회가 주어지면 비정상적인 관행의 제거와 부정부패 척결을 통해 국가와 사회의 기본을 바로 세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런 안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 자리에 서보지도 못한 채 주저앉은 건 안타까운 일이다. 10년 전에 그를 ‘국민 검사’ ‘깨끗한 손’으로 환호했던 사람들은 안 후보자가 변호사 업무에 손을 댄 지 5개월 만에 16억원을 벌었다는 전관예우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받았다. 안 후보자 개인에 대한 감상이라기보다 한국 사회를 숙명처럼 붙들고 있는 기득권 구조의 강고함에 절망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후보직을 사퇴한 건 바람직한 처신이다.



 대통령이 안 후보자를 지명한 건 세월호 참사의 환경이 됐던 관피아, 즉 관료 마피아의 끼리끼리 문화, 전관예우 풍토를 도려낼 적임자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 후보 스스로 관피아보다 한 술 더 떠 법피아, 즉 법조 마피아의 덫에 걸린 사실을 청와대가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전관예우의 현실을 안이하게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불법성 여부로만 상황을 판단하는 데 익숙한 청와대 참모들이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법률가적 집단사고에 젖어 국민적 거부감을 부를 안 후보자의 퇴임 뒤 행적을 못 본 건 아닌가.



 ‘좌장군 우율사 중관료’란 말에서 보듯 법조인을 우선시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 세월호 참사는 정부 개혁과 함께 국민 눈높이에서의 권력 운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 권력의 강함보다 위임, 법과 질서 외에 나눔과 배려, 바른 원칙에 앞서 국민과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공감을 시대가 요구하고 있다. 매사 옳고 그름으로 세상을 보는 법조인이 이런 미덕을 지니기엔 상대적으로 한계가 있다.



 박 대통령은 시야를 넓혀 자신을 비판했던 사람들까지 인재풀에 넣어 새 총리감을 물색하기 바란다. 인사에서 더 이상의 실패는 있어선 안 된다.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찾지 않은 것뿐이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 줄 개혁 총리감은 어디 있을까.



 지금 나라는 총리 후보자의 낙마와 각종 사고로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이 국민과 손잡고 분위기를 일신한다면 집권 중반기 국정운영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정치적 위기를 대범한 역발상과 쇄신의 승부수로 극복하곤 했던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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