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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 박근혜 리더십의 재구성

중앙일보 2014.05.29 00:36 종합 35면 지면보기
박보균
대기자
대란(大亂)은 대치(大治)로 다스린다. 대치는 승부수를 던진다. 충격요법이 동원된다. 안대희 총리 기용은 정면 돌파 카드였다. 그 인사는 패착으로 마감했다. 총리 후보는 사퇴했다. 지명 엿새 만이다. 안대희 발탁은 파격이었다. 퇴진은 전격적이다. 대치는 역설로 작용했다. 박근혜 리더십은 좌절했다.



 안대희 카드는 이회창을 떠올렸다. 안대희의 평판은 국민 검사다. 비리와 부패 척결로 축적한 신망이다. 이회창은 대쪽과 소신이다. 둘의 공통적 이미지는 강직이다. 이회창은 김영삼 정권 때 국무총리다. 그 시절 그의 기용도 의외였다.



 이회창에게 물었다. 안대희의 전관예우 의혹이 커질 때다. 그의 답변은 명쾌했다. “사퇴는 불가피하다. 안대희 후보가 살 길이다.” 안대희의 거취 결단도 선명하다. “국민이 보내준 분에 넘치는 사랑에 감사하다.”



 안대희의 깃발은 법치다. 박 대통령은 그 깃발을 앞세우려 했다. 국가 개조 동력으로 삼으려 했다.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려 했다. 관료 개혁은 개조의 출발점이다. 핵심은 관피아 퇴출이다. 관피아는 전관예우의 악성 변종이다.



 안대희 깃발은 부적격 논란에 휩싸였다. 야당의 비판 공세는 거칠어졌다. 그의 거액 재산 증식은 민심을 자극했다. 안대희의 성정(性情)은 그런 상황을 견뎌내지 못했다. 대통령의 지도력은 타격을 받았다. 총리 지명은 징크스를 낳았다. 첫 카드는 중도하차다. 정권 출범 때 김용준 후보는 낙마했다. 정홍원 총리는 두 번째 지명자이다.



 국정 새 출발의 모습은 어수선하다. 조급증과 졸속 탓이다. 세월호 참사의 수습책 제시는 성급했다. 해경 해체 논란은 계속된다. 정부 조직 개편 기조는 헝클어졌다. 안전행정부는 살아났다. 대통령 담화 내용은 뒤집혔다.



 혼란 상황이 이어진다. 정권의 위기 극복 역량은 취약하다. 국정 혼선 때 필요한 것은 중심 잡기다. 새누리당은 허약하다. 활기와 짜임새는 미약하다. 권력 내부는 허술하다. 대통령 성공에 목숨을 걸 재사(才士)는 찾기 힘들다. 리더십의 작동원리에 익숙한 참모는 드물다.



 안대희 카드는 국정관리의 전환을 예고했다. 박 대통령은 리더십 변화를 선택했다. 책임총리제는 그런 흐름에서 등장했다. 그것은 권력 재구성의 구도다. 그 변화의 기조는 유지돼야 한다.



리더십의 성공 조건은 상상력이다. 김용준·정홍원·안대희는 모두 법조인이다. 법의 세계에서 성취 경험을 갖고 있다. 그 경력에는 장단점이 있다. 국정 세상은 미묘하다. 법으로 포착하기 힘든 사안으로 차 있다. 법의 세계는 상상력이 떨어진다. 총리 자리는 상상력과 비전을 요구한다. 총리의 자격요건이다.



 박근혜의 기존 리더십은 ‘디테일’이다. 디테일 리더십은 모성적 세심이다. 섬세함을 담아 강인함을 표출한다. 정밀한 국정 파악이 뒷받침돼야 한다. 박 대통령은 그런 면모를 역동적으로 과시했다.



 디테일 리더십은 미묘하다. 공개와 되풀이는 위험과 부작용을 낳는다. 관료사회는 세심에 눈치로 반응한다. 작은 일에 간섭한다는 불평이 퍼진다.



 그 리더십이 반복의 함정에 빠졌다. 국무회의와 청와대 수석회의 이미지는 받아쓰기로 굳어졌다. 품행 방정한 모범생들의 교실 같다. 무기력하고 우스꽝스럽게 비춰졌다. 그만큼 대중의 뇌리에 쉽게 각인된다. 그것은 만기친람(萬機親覽) 비판으로 이어졌다. 국정의 독점 논란이다. 이슬비에 옷이 젖었다.



 대통령은 정책을 수시로 챙겨야 한다. 장관들을 독려해야 한다. 리더십의 솜씨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디테일 전개는 세련돼야 한다. 기습으로 보여줘야 한다. 기습은 효율이다. 공직사회에 넣는 긴장감은 신선하다.



 국정은 말이다. 대통령 지도력의 자산이다. 받아쓰기 인상은 억세다. 말은 서서히 압도당한다. ‘진돗개 정신’ 같은 의지의 언어는 밀려난다. 그 자산은 낭비된다. 청와대는 리더십 행사 장면의 관리를 소홀히 했다. 대통령 이미지 홍보의 치명적인 실수다. 권력의 브랜드 가치는 떨어졌다.



 5년 단임은 도전의 연속이다. 대통령 혼자서 감당할 수 없다. 정 총리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캐릭터는 비슷하다. 그들의 존재감은 떨어진다. 추진력은 미약하다. 보좌의 완충 역할도 미숙하다. 비판의 파도는 대통령에게 몰려온다. 박 대통령은 그런 문제점을 실감했다. 책임총리제는 그런 반성 속에 내놓은 카드다. 그런 의지 속에 새 총리 후보자를 물색해야 한다.



 대통령제는 호랑이 등이다. 대통령은 호랑이 등에 올라탄다. 재임 동안 곡절은 많다. 시련은 계속된다. 정면 돌파의 결단으로 달려야 한다. 리더십 상상력은 위기관리의 핵심요소다. 속도가 줄면 떨어진다. 책임총리제는 달리는 속도를 올린다. 권력의 재조정은 안정감을 높인다.



박보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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