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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바다가 심상찮다 … 세계 경제 '엘니뇨 주의보'

중앙일보 2014.05.29 00:24 경제 3면 지면보기
세계 경제에 엘니뇨 경보가 울렸다. 엘니뇨는 태평양 해수 온도가 오르면서 발생하는 기상이변을 말한다. 홍수와 가뭄, 냉해로 여러 나라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악동’ 엘니뇨는 2009년 극성을 부렸다가 4년 넘게 잠잠했다. 엘니뇨는 보통 2년에서 7년 주기로 찾아온다. 딱 맞아떨어지진 않지만 4년 주기설도 있다. 세계 경제에 긴장감이 도는 이유는 단순히 주기가 찾아와서가 아니다. 엘니뇨 진원지인 페루 앞바다 수온이 심상치 않아서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해수 온도 등 기후 변화를 조사해 매주 엘니뇨 예보를 한다. 26일(현지시간)엔 “올여름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은 65%”라고 발표했다. 한국·호주·일본을 비롯한 각국 기상청과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도 엘니뇨 발생을 지난달 예고했다.


4년 주기설, 2009년 발생 뒤 잠잠
페루 수면 온도 상승 … "가능성 65%"
홍수·가뭄 겹쳐 원자재 가격 급등
각국 정부 대응책 마련에 부심

 로이터통신은 “각국 정부는 엘니뇨가 가져올 잠재적 위험을 따져보고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과거에 피해가 심했던 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 같은 아시아 지역에 대한 우려가 특히 크다”고 보도했다. 새 총리 나렌드라 모디의 등장으로 기대에 부풀었던 인도 경제는 악재를 만났다. 인도는 엘니뇨 트라우마가 있다. 2009년 엘니뇨 탓에 최악의 가뭄을 겪었고 곡물을 중심으로 물가 폭등에 시달렸다. 인도 경제지 비즈니스스탠더드는 “모디 총리가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가 높은 물가인데 엘니뇨가 물가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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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세 인상 후폭풍을 수습하느라 분주한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에도 고민 하나가 더 생겼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비세 인상보다 엘니뇨가 더 무섭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지난달 1일 소비세를 5%에서 8%로 올리는 바람에 소비가 주춤했다. 휴가철인 7~9월 소비가 살아나리란 기대마저 엘니뇨 때문에 무산될 판이다. 일본도 아픈 기억이 있다. 2009년 엘니뇨로 ‘시원한 여름(冷夏)’ 현상을 겪었고 맥주·아이스크림 판매가 전년보다 10~20% 줄었다. 에어컨 같은 가전과 여름 의류 매출도 급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 10월 소비세 추가 인상을 노렸던 정부와 여름철을 거냥해 소비 진작을 하려던 기업은 갑작스레 ‘엘니뇨 리스크’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엘니뇨가 끼치는 영향은 국가 단위에 그치지 않는다. 쌀·밀·콩·커피 같은 식량 가격 급등의 주범이다. 집중호우가 석탄·석유 광구를 덮쳐 에너지 값을 불안하게 한 전례도 있다. 산불, 물 고갈 사태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히는 일도 잦다. KDB대우증권 손재현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엘니뇨로 여름 무더위가 꺾인다면 전력 수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원자재 수입 물가 상승으로 경제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현숙 기자



◆엘니뇨(El Nino)와 라니냐(La Nina)=스페인어로 엘니뇨는 ‘아기 예수’란 뜻이다. 엘니뇨는 페루 앞바다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많이 올라 발생하는 기상이변이다. 보통 여름에 이상저온, 겨울에 이상고온 현상을 일으키는데 지역마다 기후 피해 양상은 차이가 있다. 엘니뇨가 심하면 중남미와 미국 남부지역에선 홍수가 나고 호주·동남아·남부 아프리카에선 가뭄이 발생한다. ‘작은 여자 아이’란 의미인 라니냐는 엘니뇨와 정반대로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너무 낮아 생기는 이상기후를 뜻한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연달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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