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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골든타임 5분인데 … 종로 2분30초, 의령 13분7초

중앙일보 2014.05.28 01:53 종합 14면 지면보기
화재 발생 후 최초 5분은 ‘골든타임’으로 불린다. 초기에 불길을 잡아 대형 화재로 번지는 것을 막는 한계선이다. 지난 26일 오전 9시2분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700m 거리에 있는 백석119안전센터 소방차 2대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4분 만인 9시6분. 하지만 본대인 일산소방서 소방차들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9시12분으로 화재 발생 10분 뒤였다. 서울 외의 지역은 골든타임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본지가 지난해 전국 소방차 출동 시간 기록 4만 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지역별 격차는 컸다. 사는 곳에 따라 생사가 갈릴 수 있다는 뜻이다.


신고~현장출동 4만 건 분석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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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넘으면 화염 폭발 … 물 퍼부어도 잘 안 꺼져



 “화재출동, 화재출동, 주암동 주택 화재.” 지난 3월 29일 오전 1시7분 경기 과천소방서에 화재 출동 지령이 떨어졌다.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신고 후 10분이 지난 1시17분쯤이었다. 불은 20분 만에 모두 꺼졌지만 이 불로 집주인 오모(35·여)씨의 친구 김모(35·여)씨와 김씨의 두 딸 등 4명이 목숨을 잃었다. 과천소방서 관계자는 “과천엔 안전센터가 2개뿐이라 외곽지역인 사고 현장은 보통 5분 거리인 양재119안전센터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며 “비슷한 시간 서초소방서 관내에 화재가 발생해 양재안전센터에서 지원해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불이 나고 5분이 지나면 축적된 열 때문에 화염이 폭발하는 ‘플래시 오버(Flash Over)’ 현상이 나타난다. 삼성방재연구소 최영화 박사는 “플래시 오버가 발생하면 화재가 최절정기에 도달한다”며 “그 전에 불길을 잡지 못하면 물을 아무리 퍼부어도 물건이나 건물이 다 타기 전까지는 불이 잘 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재 발생 뒤 5분을 ‘골든타임’으로 일컫는 이유다.



8개 도 지역은 평균 7분 … 모두 불합격



  지난해 전국 화재 도착 소요시간 기록 4만 건을 분석했다. 서울과 7개 광역시의 경우 ‘골든타임’ 내 현장 도착률이 75.5%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기·전남 등 9개 도 단위 광역단체의 경우 도착률이 48%로 뚝 떨어졌다. 평균 소요시간도 특별·광역시의 경우 4분19초였지만 도 단위 지역은 7분20초로 ‘골든타임’을 한참 넘어섰다. 도착 소요시간이 가장 긴 곳은 경북으로 평균 9분8초나 걸렸다. 경남 역시 8분 이상 걸렸다. 지역별 소요시간 격차는 곧 소방 서비스의 질적 차이를 뜻한다. 숭실사이버대 박재성(소방방재학) 교수는 “화재 진화에서 도착 소요시간은 절대적”이라며 “지역별 시간 격차는 국민이 사는 곳에 따라 차등적인 서비스를 받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도시는 상대적으로 소방서가 촘촘하게 위치해 ‘골든타임’ 내 도착률이 높다. 그러나 심각한 교통체증과 소방차 진입을 방해하는 좁은 골목길 등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농어촌 마을은 상황이 심각하다. 면적에 비해 인구가 적은 데다 지방재정 부족 등으로 대도시에 비해 소방인력이 훨씬 부족하다. 강원 춘천소방서의 경우 춘천시와 화천군 등 3개 시·군을 담당하고 있다. 면적을 모두 합치면 2700㎢다. 서울시 전체 면적의 4배가 넘는다.



춘천소방서, 화천까지 출동 … 서울 4배 면적 맡아



지난 4월 11일 발생한 국가문화재인 경남 거창 경덕재 화재는 열악한 농촌지역 소방력을 보여준 사례다. 당시 화재 신고는 오전 11시20분에 접수됐다. 하지만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한 건 20여 분이 지난 11시43분이었다. 이미 국가문화재가 모두 잿더미로 사라져버린 뒤였다. 소방서에서 화재 현장이 27㎞나 떨어진 게 문제였다. 거창소방서 이병근 소방경은 “ 면적이 너무 넓어 현장까지 20분 이상 걸리는 출동이 많다”며 “도착해도 이미 건물이 전소된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지역별 격차가 심한 이유는 소방예산이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재성 교수는 “도심엔 교통신호 자동제어 같은 교통체증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개발해야 하고 농어촌의 경우엔 의용소방대 활성화를 통한 소방력 보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우송대 인세진(소방방재학) 교수는 “아무리 소방방재청에서 좋은 대책을 내놔도 지역별로 재정 상황이나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균등한 적용이 쉽지 않다”며 “전 국민이 균일한 소방 서비스를 받으려면 경찰과 마찬가지로 현재 지방직인 소방직의 국가직 전환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석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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