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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직, 세상에 없는 일에 미래 건다

중앙일보 2014.05.28 00:53 경제 1면 지면보기
아마추어 매니지먼트 기획사인 ‘프로튜어먼트’ 멤버들이 숭실대 정문 앞에서 힘차게 뛰어올랐다. 이들은 “아이디어와 사명감만 있다면 창직(創職·Job Creation)에 성공해 도약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황승률(29)·이석호(25)·송준호(29)·최인구(27)씨. [강정현 기자]


지난달 공식 데뷔앨범을 선보이며 국내 7개 음원사이트 주간차트 1위, 앨범 수록곡 전곡(11곡) 20위권 진입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남매 듀오 ‘악동 뮤지션’. 옛날로 치면 음반판매 ‘밀리언셀러’급 돌풍을 일으킨 셈이다. 이들이 인기몰이를 시작한 건 지난해 TV오디션 ‘K팝스타2’에서 우승하면서다. 하지만 이들의 재능을 처음 알아본 사람은 프로그램 심사위원이었던 박진영도, 양현석도, 보아도 아닌 ‘프로튜어먼트’라는 아마추어 기획사였다.

[연중기획] 젊은이에게 길은 있다
취직은 별따기, 자영업은 포화
새로운 길 가는 게 블루오션
프로튜어먼트, 스킬 트레이너 …
아이디어로 수익 모델 만들어



 송준호(29) 대표는 2012년 유튜브에서 떠돌던 악동뮤지션의 영상을 보고 ‘얘네는 되겠다’는 느낌이 꽂혔다. 연락처를 수소문해 남매를 만났고, 공연 경험이 전무하던 이들을 크고 작은 무대에 세워 끼와 재능을 펼칠 수 있게 해줬다. 악동뮤지션을 발굴해 메이저 무대에 데뷔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은 주역이 사실은 프로튜어먼트였던 셈이다.



 프로튜어먼트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인 ‘프로튜어(proteur)’와 매지니먼트의 합성어로 송 대표가 만든 말이다. 자본이나 기회가 없어 재능을 펼치지 못한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프로 세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준다. 메이저 무대에 서지 못하더라도 원하는 음악을 계속하면서 생계를 꾸려갈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지금까지 ‘May&July’ ‘수정별밴드’ 등 청년 뮤지션 40여 팀을 발굴해 주요 행사 공연과 앨범 제작을 지원했다. 여기에서 발생한 수익의 일부를 프로튜어먼트가 갖는다. 기존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접근하지 않는 영역을 발굴해 그들만의 수익 모델을 구축한 ‘창직(創職·Job Creation)’이다.



 송 대표는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멜론·지니 같은 유료 음원서비스를 거치지 않아도 음원판매 수익을 얻고, 온라인 예매사이트를 통하지 않고 공연티켓을 팔 수 있도록 새로운 채널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현재는 음악공연을 주로 하지만 앞으로 마술·비보잉·미술 등 다른 분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직’의 시대가 오고 있다. 남이 만들어 둔 일자리에 취직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일자리를 개척하고 주인공이 되는 창직에 젊은이들이 뛰어들고 있다. 창직은 누구도 생각지 못한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기존의 직업·직무를 재설계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흔히 창업이라 일컫는 프랜차이즈 창업과도 다른 개념이다. ‘아이디어 거래소’ ‘휴먼 라이브러리’ ‘반려동물 전문 사진관’ 등 국내에선 드문 기발하고, 번뜩이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구인·구직 미스매치로 취직은 바늘구멍이고, 웬만한 자영업도 포화상태가 된 지 오래다. 그만큼 경쟁과 리스크가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창직은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인 만큼 무엇을 하더라도 ‘블루오션’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창직을 위해서는 거창한 자본이나 장비가 필요한 게 아니다. 해당 분야에 대한 열정과 아이디어, 그리고 도전정신이 더 중요하다. 2000년대 초반 길거리 농구에서 이름을 떨쳤던 안희욱(30)씨는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스킬 트레이너’ 회사를 만들었다. 특정한 농구 개인기를 전수해 선수들의 기술향상에 도움을 주는 게 그의 일이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비디오로 촬영해 분석하고, 미국 NBA 선수들의 실전 모습과 비교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 벌써 프로 농구선수 2명과, 중·고·대학 엘리트 선수 13명이 그의 고객이 됐다. 안 대표는 스킬 트레이너를 추가로 영입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 농구가 조직플레이만 강조하다보니 자신만의 개인기·기량을 기르는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게 아쉬웠다”며 “그간 직장생활을 하며 농구에 대한 갈증을 지울 수 없었는데 창직을 통해 나의 꿈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창직은 새로운 시장의 파이를 키워 고용을 창출할 수 있어 기존 취업·창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대안으로 꼽힌다. 한국고용정보원은 국내에 없는 11개 직업을 도입할 경우 2017년까지 약 2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의 25~34세 청년 고용률이 70.9%(2012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3.5%)보다 낮은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도 지식기반 산업 구조로의 전환을 촉진시킨다.



 중소기업진흥공단 박철규 이사장은 “창직은 창조적인 과정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실패해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한다”며 “창직하는 젊은이가 계속 나올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고, 새로운 창업문화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작은 시작이 차츰 규모가 커지면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2010년 소셜데이팅 업체 ‘이음’을 만든 박희은(29) 창업자. 그는 국내 결혼정보·채팅시장은 크지만 소개팅 시장은 형성되지 않은 점에 착안했다. 회원이 자신의 프로필·관심사를 등록하면 비슷한 취미와 성향을 가진 이성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이며 그간 음지에 머물던 온라인 데이팅을 ‘소셜 네트워크 데이트’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변신시켰다. 현재 누적 회원수 120만 명을 확보한 이음은 연매출 50억원, 직원 60명의 중견 벤처기업으로 성장했다. 경쟁업체가 쏟아지며 관련 산업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특별취재팀=손해용·채윤경·김영민·조혜경 기자



◆창직(創職·Job Creation)=기존에 없던 일자리를 만들어내거나 기존 직업·직무를 새롭게 해석해 재설계하는 일련의 창업 활동을 뜻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자신의 능력과 적성·네트워크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창업과는 다른 개념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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