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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일의 글로벌 인사이트] 품격 있는 나라를 향한 정부개조

중앙일보 2014.05.28 00:40 종합 28면 지면보기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사공일
본사 고문·전 재무부 장관
너무나 충격적인 세월호 참사와 아직도 진행 중에 있는 그 수습 과정을 보며 우리 국민 대다수는 ‘국가개조’라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화두에 일단 공감하는 것 같다. 이는 특히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부터 ‘바뀌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한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정부는 이미 국가안전처의 신설과 해경의 해체 등 관련 정부조직을 개편하고 필요한 전문 인력을 더 잘 확보할 수 있도록 공직자 채용 방식도 바꾸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물론 이러한 조직 개편과 새로운 인사 제도는 정부개조라는 큰 틀 안에서 전 정부 차원으로 확산시켜 나가게 될 것이다.

 정부조직 개편은 목수가 필요한 연장을 마련하는 일과 같다. ‘목수가 연장 나무란다’는 말이 있지만, 아무리 유능한 목수도 연장이 시원치 않으면 집을 제대로 지을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좋은 연장을 다 갖춘 유능한 목수도 적절한 보상체제(비금전적 보상 포함)하에서만 최선을 다하게 된다는 점은 강조되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조직 개편과 우수 공직자 확보를 위한 제반 조치들도 국정 수행에 있어 목수 격인 모든 공직자의 행태와 업무자세 변화를 유도해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때 비로소 그 효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럼 모든 공직자가 맡은 바 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여건 마련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무엇보다 먼저 현재 우리의 대통령책임제하에서 한 번 임명된 장관은 원칙적으로 대통령 임기와 함께 간다는 전통을 세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각 장관에게 부하공직자의 인사권을 되돌려줘야 한다. 인사권 없는 단명 장관 리더십하에서 부하공직자들이 어려운 일들을 소신 있게 추진해주길 기대할 수 없다. 장관의 보호 없이 자기 선에서 국회 청문회와 감사원 감사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직자의 적극적 업무자세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단명의 장관들을 믿고 소신 있게 추진했던 정책 수행이 문제되어 선배 고위공직자가 처벌받은 실제 사례마저 있었으니 말이다.

 정부조직 개편과 공직자 채용 및 보상체제에 관한 제도적 개선과 함께 정부의 기능, 특히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규제개혁 또한 정부개조의 중요한 일환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왔고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규제개혁 전반에 관한 부정적 논의가 펼쳐지고 있어 우려된다. 규제에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 그리고 안전에 관한 규제와 같이 필요하고 좋은 규제가 있는 반면, 일반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기업이 국내 투자를 기피하고 외국 투자를 선호하게 된 결과 우리 근로자들의 국내 일자리를 줄이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규제가 있다.

 규제개혁의 기준은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오늘날의 일류 선진국의 사례와 국제기준(global standard)을 벤치마크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그럴 경우, 대부분의 좋은 규제는 현재보다 더 강화해야 하는 반면 일반 기업 활동 관련 규제는 상당 부분 완화 내지 철폐되어야 할 것으로 판명 날 것이다. 기업 활동 관련 규제개혁은 결과적으로 규제를 담당해온 전직 관료에 대한 공공 및 민간 부문의 수요를 줄이게 되어 소위 ‘관피아’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오늘날의 대부분 일류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된 좋은 규제는 현재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안전 불감증, 특히 기업 차원의 안전 불감증 해소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혹자는 현재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안전 불감증을 우리의 바람직스럽지 못한 문화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런 문화 내지 사회적 분위기는 위법을 해도 엄한 벌을 받지 않고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법과 제도가 오래 유지되어온 결과 조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 생명과 안전 관련법을 위반한 경우 회사 존폐를 좌우할 만한 수준의 엄한 징벌적 배상을 피할 수 없다면 기업 차원의 안전 불감증은 자동적으로 해소될 것 아닌가. 유사시 회사가 망할 수 있는 정도의 징벌적 배상이 예상되는 법적 여건하에서 어느 기업이 수백 명의 인명과 안전을 책임질 선장을 턱없이 낮은 봉급의 임시직에게 맡길 수 있겠는가.

 물론 그동안 우리나라는 학교에서나 사회에서 안전 관련 교육을 소홀히 해왔을 뿐 아니라 범사회적 안전 불감증 확산을 거의 방치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정부 차원의 관련 분야 투자 또한 미흡했다. 좀 더 긴 안목에서 이러한 일들도 국가개조라는 큰 틀 안에서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모든 것을 포함하는 국가개조 노력에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야 할 것은 물론이려니와 우리 모두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 국민적 대재앙을 품격 있는 일류 선진국 진입을 앞당기게 하는 계기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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