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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학생 보기 부끄러운 교육감 후보들

중앙일보 2014.05.28 00:37 종합 2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신 진
사회부문 기자
6·4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둔 27일 서울시교육감 후보 간 고발전이 벌어졌다. 보수성향 고승덕 후보가 진보성향 조희연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한 것이다. 조 후보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고 후보의 두 자녀가 미국에서 공부해 영주권을 갖고 있고, 고 후보도 미국 근무 때 영주권을 보유했다”며 “자녀들에게 ‘황제 사교육’을 누리게 했다”고 공격했다. 그러자 고 후보는 “나는 미국 영주권을 취득한 적이 없는데 조 후보가 허위 사실을 언급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거짓말과 흑색선전을 가리지 않는 조 후보는 사퇴하라”고 반박했다.



 아이들의 본보기가 돼야 할 교육감 후보들이 네거티브 선거전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후보별 정책이 이목을 끌지 못한 채 선거전이 전개되자 서로 상대방 약점을 들춰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교육감은 자라나는 학생의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고(헌법 31조 4항), 정당의 지원도 받을 수 없도록(지방교육자치법 46조 1항) 한 이유다. 교육감은 유치원, 초·중·고교의 설립 허가권부터 교장 등 교원의 인사권을 쥐고 있다. 서울시교육감의 경우 한 해 주무르는 예산만 7조원에 달하고, 정책을 적용받는 학생도 130만 명이 넘는다. 교육감이 되겠다는 후보들의 자세와 각오는 그만큼 엄중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들의 행보는 구태 정치권 뺨 친다. 지난 23일 선거기간 유일하게 열린 TV토론에서 서울교육감 후보들은 정책 대결을 펼치는가 싶더니 결국 “철새 정치인” “전교조와 다를 바 없다”는 등의 비방을 주고받았다. 경기교육감 후보들도 정책은 뒷전이고 상대 후보의 병역이나 전과 등 신상 문제를 더 부각하며 흠집잡기를 통한 반사이익을 노리는 모습이다.



 네거티브 선거전은 안 그래도 교육감 후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시민들의 관심을 더 떨어뜨린다. 직장맘 한모(44·서울 송파구)씨는 “초등학생·중학생 자녀가 있어 어떤 후보가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될지 궁금했는데 후보들이 상대방 헐뜯기나 이념성향으로 나뉘어 선명성 경쟁만 벌이는 것 같다”며 “아이들 보기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교육감 후보들은 남은 선거운동 기간에라도 교육 철학으로 평가받으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각종 교육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 없음·무응답’이 50%를 넘는 상황에선 운 좋게 교육감으로 뽑혀도 학생과 학부모의 지지를 받으며 소신을 펼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우리 아이 담임을 고른다”는 생각으로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한다.



신진 사회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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