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론] 정신혁명으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자

중앙일보 2014.05.28 00:36 종합 29면 지면보기
조태권
광주요 회장
세월호 참사를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우리 사회의 문화 정체성 상실로 빚어진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참사라고 할 수도 있다. 조선 말기 양천(良賤) 간의 갈등에서 시작해 일제의 ‘조선문화말살정책’으로 인한 전통의 단절을 겪은 우리 민족은 해방이 되자마자 동족상잔의 6·25 전쟁을 겪으며 혼란에 빠졌다. 그 뒤 모방산업을 바탕으로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겪은 정치적·문화적 상처는 홍익사상에 근거한 민족의 정체성을 희박하게 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또한 정신의 성장이 결여된 채 여과 없이 밀려온 서구문명으로 단기간 내에 얻게 된 넘치는 부(富)는 ‘정경유착’과 ‘빈부 격차의 증대’, ‘물질만능주의’, ‘불신문화’, ‘이기주의’ 발현을 심화시켰다. 이로 인해 정치·사회·경제·문화적 문제점들이 누적돼 왔고 결국에는 폭발 임계점에 다다르며 이른바 ‘하인리히 법칙’에 따라 비극적인 사건들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이런 문제에 내포된 근본적 원인의 역사적 고찰과 성찰 및 통찰을 제쳐놓고 지엽적 관점에 매몰돼왔다. 툭하면 정당은 이를 정쟁으로 몰아갔고, 정부는 여론의 흐름을 왜곡해 땜질식 처방과 마녀사냥 식의 책임자 경질로 사건들을 처리해왔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일상에 바쁜 현대인들은 언제 그런 사건이 있었느냐는 듯이 망각에 빠지고, 비극은 역사 속에 묻히고 만다.



 그런데 문제는 나라를 이끌어가는 국회나 정부 그리고 언론만은 이런 참사를 잊지 말고 끝까지 추적해야 마땅하거늘 이들마저 시간이 지나면 다 잊고 묻어 버리는 것이 예사가 된 지 오래다. 그러다 누군가가 개혁에 앞장이라도 서면 “그래 한번 잘 해봐”라는 식으로 실패할 것을 기다리는 듯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개탄스럽기만 하다.



 한마디로 이번 참사는 개혁과 변화를 거부해 온 우리에게 돌아온 혹독한 시련이고 대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 지금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바로 민족정신의 개혁과 혁명이라고 믿는다. 19세기 독일의 사상가 라살레는 “새로운 시대의 개막은 언제나 기존 현실 자체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의식을 지니고 비판하고 싸워서 얻는 것이다. 이는 정신혁명을 통해서만이 가능한 일이다. 이를 기피하면 국민정신의 참된 변혁은 결코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역사와 현실에 대한 정의로운 비판이 사라지면 학문과 덕행이 무시되고, 결국에는 교육정책은 사라지며 정신문화의 발전은 멈추고 궁극에는 저급국가로 추락하고 만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물론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다. 특히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기복사상의 강한 영향으로 공(公)에 대한 책임보다 사(私)적인 욕심을 중시하는 우리의 정신적 풍토 속에서 개혁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우리의 사회적 문화정서를 정상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세월호 같은 참사 또한 근절되기 힘들다. 단기적인 대책도 매우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국민정신의 근본적 개혁을 도모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즉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사상을 재구축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지금 교육과 정신의 혁명을 꿈꾸며 나라 바로 세우기 정신운동의 실천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큰 빚을 졌다. 긴 안목으로 미래를 내다보며 지금 이 순간부터 개개인 모두가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생활 속의 실천을 시작해야 한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대표적인 악습인 사회적 규범 무시, 관존민비, 공동체의식 결핍, 관피아의 이익과 관련된 규제 양산, 정실주의, 정치꾼들의 횡포 등을 하나하나 정상적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악습을 철저하게 찾아내고 쟁점화시켜 정·관·학·민(政官學民) 리더와 전문가들의 충분한 토론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이를 관영 TV와 SNS 네트워크를 통해 한 건 한 건 ‘악습 척결 대국민 공개토론회’란 가(假)주제로 총체적 대책이 나올 때까지 지속시키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이렇게 얻어진 결과물을 바탕으로 가정과 학교, 그리고 각자의 일터에서 반복적 교육과 훈련으로 길들이면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뀔 것이다.



 이는 강력한 악습 척결 의지를 가진 지도자가 앞에서 이끌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한 여·야·보수·진보가 각자의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모두 한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밀고 나갈 때에만 비로소 가능하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반드시 21세기 중반 이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선진 모범국가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끝으로 세월호 참사로부터 얻은 통찰은 우리가 다음 세대에 반드시 물려줘야 한다. 그렇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유산의 핵심은 ‘정도(正道)가 통하는 사회’라는 것과, 이런 사회를 만드는 유일한 해법은 우리 스스로 ‘올바른 사고·정신·마음·의지’라는 진리를 다시 깨닫는 데 있다고 감히 말해 본다.



조태권 광주요 회장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