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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백의 두터움이 반상 천하를 압도

중앙일보 2014.05.28 00:30 경제 11면 지면보기
<준결승>

○·스웨 9단 ●·탕웨이싱 3단



제8보(68~78)=어릴 땐 집이 커보였다. 학교는 또 왜 그리 멀던지. 나중에 커서 돌아보니 웬걸, 자그마했다. 엎드리면 코 닿을 거리였다.



바둑이란 게 그렇다. 5급일 때는 집이 커 보인다. 1급일 때는 세력이 돋보인다. 물론 시간과 거리가 상대적이듯이 1급 안목과 3단 시야가 또 다르지만 세력 무서운 건 같다.



형세판단부터 하자. 수순을 따라가지 말고 반상 먼저 내려다보면 좋다. 바둑에서는 전망이 먼저다. 하변에서 중앙으로 밀어간 백이 백설만건곤(白雪滿乾坤)을 이뤘다. 이토록이나 큰 세력을 쌓아주면서도 흑은 몇 집 내지 못했다. 백 세력은 상변 흑을 지우고 좌변 백을 키울 기세다.



다행히 우변 흑은 살아 있다. 백A 포위해도 흑B 단수할 때 백이 잇지 못한다. 흑이 75 젖혀서 78까지 한 점 버린 이유가 그것이다. 흑B, 백C, 흑D가 남아 있다.



이제 수순을 돌아보자. 머리를 내밀고 싶지만 잘 안 된다. 실전 75로 ‘참고도’는 흑이 나쁘다. 8이 멋진 장문이다(흑a 끊어도 백b로 그만). 흑은 c, 백d, 흑e까지 살지만 근근이 이어가는 정도로 살아서야 말이 안 된다.



그래도 곤마를 세 개 모두 살렸다. 잘했다 할 것인가. 버티고는 있다. 흑 차례인데 흑E와 백F는 맛보는 자리. F가 크다. F를 막혀서야 좌변이 가늠할 수 없이 커지겠다.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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