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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천의 시시각각] 청와대가 전관예우를 놓친 이유

중앙일보 2014.05.28 00:28 종합 30면 지면보기
권석천
논설위원
세월호 침몰 참사의 후폭풍이 거세지 않았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안대희 총리 후보자를 기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안 후보자의 사법연수원 시절 별명은 ‘수줍은 사무라이’. 내성적이지만 강단이 있다는 뜻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대검 중수부장으로 대선자금 수사를 관철시키며 ‘국민검사’로 불렸다.



 사달은 안 후보자가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이면서 시작됐다. 변호사 개업 후 5개월간 16억원을 벌어들였다는 사실은 그의 청렴-강직 이미지를 단번에 무너뜨렸다.



 “많지 않은 소득으로 낡은 집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가족들에게 그동안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 어느 정도 보상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제 안 후보자의 ‘재산 사회환원’ 기자회견을 지켜보면서 인간적으로 이해가 되는 면도 없지 않았다. 2009년 대법관이던 그를 인터뷰했을 때 재산이 대법관 중 최하위란 점을 거론하자 그는 멋쩍게 웃었다.



 “재테크에 관심이나 재능이 없다 보니…별로 자랑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안 후보자는 지금 위험한 시험대 위에 서 있다. 그 자신이 자초한 일이다. 그러나 더 크게 비판받아야 할 대상은 따로 있다. 청와대다. 청와대 비서실은 대통령이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기에 앞서 철저하게 검증할 책임이 있다. 재산 문제는 공직자 검증의 첫 관문이다. 당연히 안 후보자의 거액 수임료도 파악했을 것이다. 만약 몰랐다면 무능하거나 직무유기 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왜 전관예우 논란을 걸러내지 못한 걸까. 나는 법조인 비서실장(김기춘)-법조인 민정수석(홍경식) 라인이 전관예우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았을 개연성에 주목한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의 말에서도 법조인들의 의식이 드러난다.



 “(안 후보자는) 30년 공직 생활을 깨끗하게 마쳤잖아요. 최종 근무지에서 1년간 사건 수임을 금지하는 변호사법도 지켰고요. 자꾸 수임료를 문제 삼는데 맛있는 식당에 사람이 몰리는 건 당연한 것 아닙니까? 무슨 탈세라도 했다면 모르지만….”



 법을 어기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사고다. 법조계에서 흔히 발견되는 ‘법 만능주의’다. 고액 수임에 대해선 “전관이란 점보다는 각계에 인맥이 포진한 경기고 출신이란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 집단사고(group thinking)의 울타리 안에서 안 후보자도, 청와대의 법조인들도 별 쟁점이 되지 않을 거라고 결론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집단사고는 마약이다. 내부 논리에 포획되 면 사회가 자신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망각한 채 착시와 오만에 빠지게 된다. ‘법피아(법조 마피아)’란 말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그제 논평에서 밝혔듯 “국가가 입혀준 옷을 벗을 때에는 그 옷을 국가에 돌려줘야 한다”는 게 요즘 국민들의 가치관이다.



 더욱 무서운 건 세월호 참사 이후 지겹도록 지적돼온 소통 부재, 공감 부족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와대는 관피아(관료 마피아)와의 전쟁에 나서겠다면서 안 후보자가 재산 환원의 이유로 밝힌 ‘국민 정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안대희 총리’ 카드로 6·4 지방선거를 돌파하려고만 했지, 사회 저변의 흐름과 호흡하려는 자세는 보이지 않았다. 안 후보자의 소신 행보도 김기춘 실장이 커버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 아닐까.



 이번 안대희 논란은 정부 개혁이 총리 한 사람, 장관 몇 사람 바뀐다고 될 일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바뀌고,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 청와대의 법조인들은 국민들의 눈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은 안대희 카드에 대해 응당 “전관예우는요?” 하고 물었어야 할 일이다. 왜 그러지 못했는지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감히 말씀드리건대 소통은 너(상대방)를 아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상대방을 자기 식대로 이해하고 해석한다고 공감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 소통과 공감은 오히려 나 자신을 제대로 알려는 노력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권석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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