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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별 매장이 섞인다 … 백화점 '정석' 파괴

중앙일보 2014.05.28 00:14 경제 7면 지면보기
김세라(32·강남구 도곡동)씨는 지난주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4층 ‘리틀 파머스’ 매장을 찾아 자신이 고른 가죽과 장식으로 직접 가방을 만들었다. 김씨는 “매장에 상주하는 가죽 장인이 ‘일대일 레슨’을 해줘 그리 어렵지 않게 가방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독특한 디자인의 가방을 직접 만들었다고 하면 지인들이 깜짝 놀라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가방 외에 양초·머그컵 만들기 등도 매장에서 이뤄진다. 리틀 파머스 매장 개장 전 여성의류 매장이 있을 때보다 매출이 3배 넘게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고객 반응이 좋자 울산점에도 리틀 파머스를 최근 만들었고, 올가을엔 목동점에도 추가할 예정이다.


유통업계 새로운 형태 매장 실험
식품 옆 미술품, 펫숍 옆 스포츠
여성복·남성복 한군데서 팔기도
"상품보다 라이프스타일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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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편일률, 똑같은 형태에서 벗어나려는 백화점들이 새로운 형태의 매장 실험에 나서고 있다.



 층별로 여성·남성의류, 식당가 등으로 나눠놨던 전통적 매장 구성을 깬 곳도 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3층의 편집매장 ‘파슨스’에선 여성의류와 남성의류를 함께 판다. 매출의 20% 이상은 남성의류에서 나온다. 롯데백화점 PB팀 김희원 CMD(선임상품기획자)는 “자기 옷을 사러 파슨스를 찾은 여성 고객이 다양한 남성의류와 잡화를 살펴보곤 남자친구나 남편 것을 함께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11층 식당가 한가운데엔 잡화매장 ‘버기버기’가 들어서 있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액세서리·스카프·인형 등을 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식사 대기시간에 가벼운 쇼핑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 SSG푸드마켓 지하1층 식품 매장엔 ‘프린트 베이커리’가 있다. 빵 파는 곳이 아니라, 미술작품을 파는 곳이다. 유명 작가의 작품을 부담 없는 가격에 살 수 있게 ‘압축아크릴 프린트’ 방식으로 제작해 판다. 작품 크기도 쇼핑카트에 담아 계산대에서 결제하기 편하도록 3호와 10호 크기로 통일했다. 포장 케이스 역시 장보기를 마친 후 들고 가기 쉽게 손잡이가 달린 종이 박스 형태로 만들었다. 배송도 해준다. 신세계 관계자는 “워낙 새로운 시도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목표보다 매출이 20∼30% 잘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달라진 생활 형태에 맞춘 매장도 속속 생기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 6층엔 ‘몰리스 펫샵’이 있다. 스포츠·아웃도어·캐주얼 브랜드 매장들이 입점해 있는 층이다. 애견 용품뿐 아니라 분양·병원·미용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백화점은 27일 압구정 본점 지하에 유명 셰프가 맞춤으로 유아들을 위해 이유식·죽·간식 등을 만들어주는 매장을 열었다. 백화점에 이유식 전용 매장이 들어선 것은 처음이다. 현대백화점은 올가을 대구점에 20∼30대 싱글 고객을 위한 제품을 모아 파는 ‘1인 가구 트렌디샵’도 연다. 백화점이 1인 가구 전용 매장을 여는 건 역시 처음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3월 명품관 웨스트 매장을 리뉴얼한 데 이어 지난달 말 이스트 매장1층의 가방 매장도 비슷한 형태로 바꿨다. 14개 명품 브랜드 가방을 한자리에 모은 편집숍이다. ‘브랜드’를 앞세우지 않고, 갤러리아의 통일된 인테리어로 오픈형으로 진열했다.



 박동운 현대백화점 부사장은 “비슷비슷한 매장 구성으론 경기 침체기에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기 어렵다”며 “상품 중심이 아닌,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매장을 바꾸는 실험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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