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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 카카오 초대형 결합 궁금한 점 셋

중앙일보 2014.05.28 00:05 경제 4면 지면보기
원조 포털 다음과 모바일 강자 카카오가 합병을 발표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년간 부진을 면치 못했던 다음과 위챗·라인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한계를 느낀 카카오의 결합이 어떤 결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시가총액 4조원을 넘나드는 대형 IT기업의 탄생 배경을 다시 한번 짚어본다.



최대주주 자리 내놓은 이재웅 선택은



합병 후 지분 3.4% 현금화 가능성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1조 클럽'




이번 합병에 동의한 다음 창업자 이재웅(사진) 전 다음 대표의 선택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95년 다음을 창업한 이재웅 전 대표는 이번 합병으로 최대주주 지위를 잃었다. 현재 다음 지분 13.67%에서 합병 후에는 3.4%로 지분율이 뚝 떨어진다. 다음이라는 이름은 살아남았지만, 향후 다음카카오에서 주도권은 통합법인 최대주주가 될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쥐게 된다. 이 때문에 사실상 2007년 다음 대표에서 물러난 이후 경영에서 손을 뗀 이 전 대표가 이번 합병을 출구전략으로 선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회장이 그동안 보유하고 있는 다음 주식을 매각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인수가격에서 합의를 보지 못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최대주주인 창업자라는 무게 때문에 쉽게 매각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최대주주 굴레에서 벗어나면 현금화하기가 쉬워진다.



 반면 이번 합병을 계기로 김범수 의장은 주식부자 ‘1조 클럽’ 멤버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이 보유한 다음카카오 주식 가치는 9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다음카카오 주가가 상승세를 타면 주식 가치가 1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김 의장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벤처투자사 케이큐브홀딩스의 카카오 지분까지 합치면 1조6000억원으로 불어난다.



2대주주 ‘텐센트’ 합병 찬성한 이유



합병으로 지분 가치 6배 뛴 4083억

한국 인터넷 노하우 배울 기회 판단




지분 13.3%를 보유한 카카오의 2대주주 중국 텐센트도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에 찬성했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26일 합병 기자간담회에서 “텐센트도 양사의 합병에 적극 찬성하고 신규 법인인 다음카카오의 이사회에도 이사를 파견키로 했다”고 밝혔다. 텐센트는 가입자 4억 명을 보유한 세계 최대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운영하고 있다. 다음과 한 몸이 된 카카오가 모바일 메신저를 무기로 중국 등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을 시도할 경우 위챗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당장 중국에 진출하는 것도 아니고 중국 이외에도 많은 시장이 있다”며 “텐센트와 갈등을 일으키는 등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IT 업계에서는 텐센트가 당장은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도 있지만 다음카카오를 통해 한국 인터넷 업계의 다양한 노하우를 배우는 편이 낫다고 계산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유인호 사무총장은 “텐센트가 카카오에 투자한 720억원의 가치는 이번 합병으로 6배 가까운 4083억원으로 뛰었다”며 “하지만 당장 지분을 팔기보다는 중국 검색 시장 1위인 바이두와의 싸움에 대비하는 쪽을 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텐센트는 최근 온라인 검색업체 써우거우(搜狗)의 지분을 매입했다.





제주 + 판교 … 화학적 융합 가능할까



모바일 늦은 다음, 조직문화 느슨

의사결정 빠른 카카오와 충돌 우려




다음 제주 본사인 스페이스닷원.
통합법인 다음카카오에서는 다음 출신 2600명, 카카오출신 600명이 한솥밥을 먹는다. 26일 최세훈 다음 대표와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수평적인 소통 문화를 가진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설립 20년째인 대기업 다음과 4년 만에 급성장한 카카오라는 두 조직이 화학적으로 결합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IT기업치고 상당히 느슨하다는 평가를 받는 다음의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카카오의 탄력적이고 빠른 의사결정 구조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다음이 네이버에 검색시장 주도권을 내주고 모바일로 전환을 빨리 하지 못한 데는 이런 조직문화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김범수 의장은 포털·카페 등 가장 먼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냈던 다음의 저력을 잘 살리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다음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김 의장의 경영 능력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물리적인 거리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다음은 2004년 본사를 제주도로 이전했다. 직원 2600명 중 1000명이 제주도에서 근무한다. 합병 후 제주·서울·판교에 흩어져 있는 직원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융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음이 제주도 이전을 시도할 때 다른 IT기업들이 따라나서 ‘탈(脫)서울’ 러시가 일어날지 주목을 끌었지만, 대부분의 다른 IT기업은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를 택했다. 이번 합병에서 사실상 주도권을 쥔 카카오도 판교에 둥지를 틀고 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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