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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스타 셰프 조엘 로부숑

중앙일보 2014.05.28 00:05 강남통신 9면 지면보기
가난한 벽돌공 아들로 태어난 이 사람. 물려받을 재산만 없는 게 아니라 꿈도 없었던 소년.


꿈 없던 벽돌공 아들, 미슐랭 별 27개를 따다
신학교 갔다가 요리사로 방향 바꿔
별 최다 보유 비결? 오감을 만족시켜줬다
전쟁터 같은 주방, 클럽서 스트레스 해소

운명은 엉뚱한 곳에서 정해졌다. 종교에 귀의할 생각으로 들어갔던 신학교에서 수녀들이 식사준비 하는 걸 보면서 자신의 길을 찾은 거다. 이름 하나로 모든 걸 말해주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사 조엘 로부숑(69)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는 15살 때 고향인 프랑스 푸아티에 있는 레스토랑 를래 드 푸아티에(Relais de Poitiers)에 견습 셰프로 취직하면서 요리인생의 첫발을 내딛였다. 하나 받기도 그토록 어렵다는 미슐랭 가이드의 별(star, 한 레스토랑이 받을 수 있는 최대는 3개)을 그는 현재 21개나 갖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MGM그랜드 호텔에 있는 레스토랑 ‘조엘 로부숑’에서 조엘 로부숑을 만났다.



조엘 로부숑(Joёl Robuchon·69)



1945년 프랑스 비엔 푸아티에 출생

1960년 푸아티에에 있는 레스토랑 ‘를래 드 푸아티에’ 수습 셰프

1974년 파리 콩코드 라파예트 호텔 총주방장

1976년 프랑스 최고 장인상(Meilleur Ouvrier de France·MOF) 수상

1981년 파리에 ‘자맹’(Jamin) 개점, 3개월 만에 미슐랭 1스타 받음

1984년 역대 최단기간인 3년 만에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선정

1993년 ‘자맹’ 폐점

1994년 파리에 ‘조엘 로부숑’(Joёl Robuchon) 오픈

1996년 파리 ‘조엘 로부숑’ 폐점하며 은퇴선언 후 세계 여행

2003년 도쿄·파리에 ‘라뜰리에 드 조엘 로부숑’

(L’ Atelier de Jo<00EB>l Robuchon) 열며 복귀

2014년 홍콩·마카오 등 전세계 9개국에 19개 레스토랑 운영.

미슐랭 스타 갯수 총 21개





-미슐랭 별을 가장 많이 보유한 셰프다.



 “10개국에 있는 19개 레스토랑에서 받은 별을 모두 합하면 25개다. 투 스타를 받았던 뉴욕 레스토랑 문을 닫으면서 27개에서 2개가 줄었다.(※미슐랭 가이드 측은 2014년도 현재 조엘 로부숑의 총 보유 별 수는 21개라고 알려왔다.) 미슐랭 가이드 역사상 아마 가장 많은 별을 보유한 셰프일 거다. 사실 미슐랭에 관해선 내가 갖고 있는 기록이 많다. 레스토랑 문을 연 후 가장 짧은 기간에 스타를 받은 셰프, 또 최단기간 3스타로 올라선 셰프이기도 하다.”



 (※1981년 12월 조엘 로부숑이 처음 낸 레스토랑인 자맹(Jamin)은 오픈 3개월 만에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하나를 받았고, 매년 별 하나씩을 추가해 3년 만에 3스타 레스토랑이 됐다.)



라스베이거스 MGM그랜드 호텔에 있는 레스토랑 조엘 로부숑.
-비결이 뭔가.



“손님의 오감(五感)을 다 만족시키는 거다. 고급식당일수록 사람들은 단지 음식만 먹으려고 가지 않는다. 최고의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한다. 그러니 인테리어나 음악, 서비스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기존에 내가 하던 파인다이닝에서 좀더 격식을 뺀 캐주얼다이닝인 ‘라틀리에 드 조엘 로부숑’을 2003년 처음 선보일 때 건축가 피에르 입 로숑에게 인테리어 컨셉트를 맡긴 것도 이런 이유다.”



 -요리 철학은 뭔가.



 “기본에 충실하기. 제철 재료로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게 좋은 음식이라고 본다. 복잡하고 어려운 게 꼭 좋은 건 아니다. 사람들이 내 레스토랑에서 가장 좋아하는 메뉴가 뭔지 아나. 바로 매쉬드 포테이토(으깬 감자 요리)다. 초기엔 미슐랭 별 3개 받는 셰프가 뭐 그런 시시한 요리를 내놓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식당 예약 전에 매쉬드 포테이토를 먹을 수 있는지 확인할 정도로 대표음식이 됐다.”



 -승승장구하던 1996년에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미슐랭 가이드 평가에 휘둘리기 싫어서 그런 선택을 했다는 얘기도 있던데.



 “사실과 다르다. 미슐랭 가이드와는 전혀 상관없이 내린 결정이다. 그때 50살이었다. 15살에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놨으니 35년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만 한 셈이다.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떠나고 싶었다. 또 내 요리 지식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레스토랑을 접고 TV 요리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때 굉장히 즐거웠다.”



 -그런데 왜 8년 만에 다시 복귀했나.



 “같이 일했던 사람들 설득에 넘어갔다. 또 쉬는 동안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할 때 받은 영감을 토대로 새로운 형태의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그렇게 문을 연 게 라틀리에 드 조엘 로부숑이다. 파인다이닝보다 좀 더 대중적인 캐주얼 레스토랑이다.”



 -문턱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라틀리에 드 조엘 로부숑 역시 꽤 비싼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그런데 카운터에 앉아 먹는다. 어디서 영감을 얻은 건가.



 “일본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일본 여행 중 카운터다이닝 식당에 갔는데 프렌치 레스토랑에 적용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바에 앉아서 셰프가 음식 만드는 모습을 직접 감상하면 손님들 눈과 귀가 훨씬 더 즐거울 거라고 확신했다.”



 -전세계 곳곳에 레스토랑이 흩어져 있다. 라스베이거스에는 얼마나 자주 오나.



“일 년에 3~4번. 올 때 마다 셰프들 데리고 꼭 클럽에 간다. 스트레스 해소 차원이다. 주방은 전쟁터에 비유할 만큼 늘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곳이다. 불과 칼을 쓰기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쉽게 사고가 난다. 숨 쉬는 걸 잊을 정도로 긴장할 때가 많은데 그렇게 지내다보면 쉽게 지친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유대관계가 끈끈한 것 같다.



“10~20년 같이 일한 사람이 많다. 아내보다 더 오래 알고 지낸 동료도 있다. 요리사는 요리뿐 아니라 사람을 좋아해야 할 수 있는 직업이다. 손님뿐 아니라 동료도 포함해서 말이다.”



 -혹시 한국에 레스토랑을 열 계획은 없나.



 “5년 전쯤 서울의 한 호텔과 구체적으로 논의를 했다. 결국 무산됐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 해보고 싶다.”



라스베이거스=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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