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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많아도 북적이는 송파구…아이들 많아도 여유로운 노원구

중앙일보 2014.05.28 00:05 강남통신 4면 지면보기



그래픽으로 보는 서울 놀이터
강남 3구, 수치상으로는 서울 상위권
놀이터 많은 구, 노원·강남·양천구 순
노원구, 종로구의 11배

지난 1월 서초구청이 내곡동 홍씨마을어린이공원 놀이시설 이용을 금지시켰다. 안전검사에서 ‘불합격’을 받은 지 5년 만이다. 넉 달 넘게 보수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주변 어린이들은 이 곳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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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놀 데가 없어요.”



9살 아들을 둔 직장인 이모(40·중구 황학동)씨는 주말마다 기분이 좀 언짢다. 잠깐이라도 짬을 내 아이와 함께 놀아 주려고 해도 15분 넘게 걸어야 겨우 놀이터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보다 좀더 가까운 곳에 놀이터 한 곳이 더 있지만 주말엔 늘 벼룩시장이 들어서기 때문에 아이들이 제대로 놀 수 없다. 이씨는 “곧 이사를 간다”며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애들이 뛰놀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사는 중구엔 놀이터가 총 74개로, 수로만 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24위(어린이 인구당 놀이터 수로는 7위)다.



그렇다면 서울에서 가장 놀이터가 많은 구는 어디일까. 강남에선 강남구, 강북에선 노원구였다. 서울을 통틀어 3위는 양천구였다. 단순 개수뿐 아니라 어린이 인구 대비 놀이터 수를 따져도 순위는 바뀌지 않았다. 노원구의 놀이터 수는 종로구의 11배다.



5살과 11개월 된 자녀를 키우는 김경수(35·양천구 신정동)씨는 “어린이집이 끝나면 아이와 집 근처 놀이터 가는 게 일과”라며 “만약 늘 가는 놀이터에 놀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 많으면 가까운 목동 로데오 거리 내 놀이터로 가서 논다”며 “대형마트(이마트 목동점)로 장 보러 갈 때도 가는 길목에 있는 목동 7단지 아파트 놀이터를 종종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네에 놀이터 수도 많고 시설도 좋아 만족한다”고 했다.



노원·강남·양천은 많고 종로·광진 등에는 적은 이유는 뭘까. 답은 ‘도시 계획’에 있었다.



이제원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강남은 물론 노원과 양천은 30~40년 전 도시계획 아래 조성한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노원 상계동, 양천구 목동 등에 대단지 아파트를 조성하면서 쾌적한 생활을 고려해 곳곳에 공원을 고루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정향수 노원구 디지털홍보과장은 “노원구는 주거형태 83%가 아파트”라며 “단지마다 놀이터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많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락·불암산과 중랑천 등 주변에 녹지가 많아 공원을 세울 만한 곳도 많았다”고 했다. 1970년대 개발을 시작한 강남구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강남구와 함께 소위 강남3구로 묶이는 서초·송파는 어떨까.



단순 개수로만 보면 송파구가 4위(413개), 서초구가 6위(397개)다. 하지만 어린이(0~9세) 인구수 대비 놀이터 비율을 따지면 송파구는 18위로 곤두박질 친다. 송파엔 0~9세 인구가 5만8500여 명으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다. 2위 강서구보다 1만여 명이나 많다.



이러니 수치상으로 놀이터가 많아도 실제 이용하는 주민은 불편을 느끼기 일쑤다. “놀이터가 부족하다”는 거다. 게다가 일부 지역 놀이터는 시설 미흡으로 사용이 전면 금지된 상태라 지역 주민의 불만이 많았다.



지난 14일 찾은 서초구 내곡동 홍씨마을어린이공원 인근 주민들도 그랬다. 공원 한가운데 있는 미끄럼틀이나 구름다리 등 놀이시설 주변엔 붉은색 접근금지 줄이 둘러쳐져 있었다. 서초구청이 지난 1월에 금지 줄을 친 것이다. 이 곳은 이미 구청이 2009년 전문업체에 의뢰해 실시한 시설물 안전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결국 주민들은 지난 5년 간 불합격 시설을 이용해 온 것이다.



문제는 이 인근에서는 이곳 말고는 다른 놀이터가 없다는 점이다. 내곡동 주민 권모씨는 “동네에 딱 하나뿐인 놀이터”라며 “손주와 종종 오던 곳인데 이젠 놀이터 가려면 차 타고 이동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공원 근처에 있는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놀이시설을 이용하지 못해 불편하기는 하다”며 “우리야 아이들이 어려 산책하기 등 다른 야외 수업을 하면 되지만 인근 주민들은 아이들 놀 공간이 갑자기 사라져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놀이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게 막지만 말고 빨리 보수를 해달라”고 올해 초부터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한 주민은 구청 인터넷 민원창에 “한창 뛰어 놀아야 할 아이가 하루종일 놀지 못하고 우울하게 지내고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구청은 이용금지 줄만 쳐 놓은 채 네 달이 넘도록 공사업체 선정도 못한 상황이다.



서초구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강화된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의 안전 기준을 따르면 사실 2009년 이전에 만들어진 놀이터 절반은 폐쇄 조치를 받을 수 밖에 없다”며 “한정된 예산 내에서 이용이 많은 공원부터 공사를 하다 보니 순서에서 밀린 것”이라며 “설계 심의를 마치는대로 홍씨마을어린이공원은 7월쯤, 이용금지를 받은 다른 놀이터도 순차적으로 내년 1월 전까지는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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