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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찾아가기] 심리상담사

중앙일보 2014.05.28 00:01 Week& 4면 지면보기

청소년이 선망하는 직업을 생생하게 소개하는 ‘진로 찾아가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다양한 직업 현장을 찾아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지, 또 그 직업을 갖기 위해서 어떤 길이 있는 지 등 구체적인 정보를 중고생 눈높이에 맞춰 알려드립니다. 8회는 심리상담가입니다.



미술도구를 이용한 심리상담.

마음의 병 고치는 사람? 진로 상담, 스트레스 관리도 하죠
우울증·부부갈등·게임중독 등 다양한 심리 문제 대화로 풀어
자격증 취득 후 전문 기관 또는 임용고시 통과해 상담교사로
석사 이상이 과반 … 가장 중요한 자질은 공감·분석력

A양은 중학교 진학 후 같은 반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했다. 물건을 뺏기거나 욕설을 들으면서 따돌림 당하기 일쑤였다. 학교폭력이 6개월 넘게 이어지자 A양은 모든 일에 의욕을 잃고, 성적도 떨어졌다. 2학년 때는 결국 등교를 거부했다. 부모가 내막을 잘 모르고 무조건 “학교에 가라”고 강요하자 먹은 음식을 전부 토하는 등 섭식장애를 일으켰다. 자, A양이 겪는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는 누굴까. 크게 세 분야다. 심리상담사와 임상심리사, 그리고 정신과 의사다. 임상심리사는 행동장애를 진단한 후 심리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적합한 치료 계획을 세우고, 정신과 의사는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심리치료와 더불어 약물을 이용해 병을 치료한다. 그렇다면 심리상담사 역할은 뭘까.



심리상담사는 우울이나 불안 등 정상적 범주 내에서 발생하는 심리문제를 해결한다. 우울증이나 게임중독 같은 정신건강 문제뿐 아니라 학습·진로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룬다. 그렇다보니 “심리상담사가 되고 싶다”는 학생 가운데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정신과 의사와 근본적으로 뭐가 다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심리상담사의 세계를 알아봤다.



음악을 이용한 심리치료하는 모습.


정신과 의사와 달리 약물 처방은 못해



 심리상담사 업무는 다양하다. 학교에서는 게임중독 등을 겪는 학생과 상담하고, 기업체에선 임직원 업무 스트레스를 관리하기도 한다. 또 특화된 심리상담센터를 통해 부모·자녀 간 불화나 부부갈등 등의 해결책을 찾는 역할도 한다. 또 진로나 학습 등 개인의 목표나 성취를 돕는 상담도 심리상담사 역할이다. 이미숙 한국표현예술문화협회(미술치료·놀이치료 등을 하는 심리상담가 양성단체) 실장은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때만 심리상담사를 찾는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중·고교에서 적성검사 후 진로상담을 하는 것도 심리상담의 한 분야”라고 말했다.



 심리상담사 영역은 누구를 상담하는지, 또 어떤 매체를 이용해 상담이나 치료를 하는지, 혹은 무슨 분야를 담당하는지에 따라 구분된다. 대상자에 따라 아동·노인 등으로 전문 영역을 나눌 수 있고, 매체에 따라서는 언어치료나 음악치료·미술치료·놀이치료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가장 흔한 게 상담받는 사람의 문제에 따라 구분하는 거다. 예컨대 게임중독을 다루느냐, 가정폭력을 다루느냐, 아니면 진로와 학업 상담을 하느냐는 식이다. 하지만 내담자(來談者·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문제는 복합적인 경우가 많아 영역을 정확히 쪼개는 건 어렵다. 가정폭력 문제가 게임중독으로 번질 수도 있고, 학교폭력으로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역할극을 하는 연극치료는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게 돼 도움이 된다.
 이렇게 다양한 대상과 다양한 문제를 대체 어떻게 해결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심리상담은 대화가 기본이다. 상황에 따라 미술·음악·연극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기도 한다.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역할을 바꿔 연기하면서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건 연극 치료라 할 수 있다.



 심리상담사와 정신과 의사는 사람 마음을 움직여 행동을 개선한다는 점에선 비슷하지만 그 직업에 이르는 과정은 전혀 다르다. 심리상담사는 대학에서 심리학과나 상담학과 등을 전공하지만, 정신과 의사는 의대 졸업이 필수다. 또 정신과 의사는 정신분열증이나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등을 치료하기 때문에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두 직업은 서로 보완적 관계다. 김경아 서울시교육청 서울행복교육지원본부 서울Wee센터 전문상담교사는 “상처 부위를 소독하고 약 바르는 것처럼 정신적인 문제는 정해진 치료법이 있는 게 아니다”며 “심리상담으로는 전혀 호전되지 않았던 사람이 정신과에 가서 약 복용 후 나아질 수도 있고, 거꾸로 정신과에서 몇 개월 동안 약을 복용해도 개선되지 않던 문제가 심리상담으로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심리 검사 모습.
대학 졸업 후 실무 쌓아야 자격증 도전 가능



 정신과 의사뿐 아니라 심리상담사가 되는 길 역시 만만치 않다. 대학에서 상담관련 전공을 했다고 심리상담사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심리상담사로 활동하려면 자격증을 따야하는데, 심리상담 분야에서 인정하는 자격증은 한국청소년상담원에서 시행하는 청소년상담사 1·2·3급과 한국상담심리학회에서 실시하는 상담심리사 1·2급이다. 청소년상담사는 국가자격증, 상담심리사는 민간자격증이다.



시험통과를 떠나 시험자격을 갖추기가 까다롭다. 대학에서 상담 관련 전공을 한 후 바로 도전할 수 있는 자격증은 청소년상담사 3급 하나뿐이다. 다른 자격증은 석·박사 학위가 있거나, 현장에서 실무 경력을 2~3년 이상 쌓거나,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는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응시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청소년상담사 1급은 상담관련 분야 석사 가운데 4년 이상, 상담심리사 1급은 석사 후 2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도전할 수 있다.



이정향 서울시교육청 학교생활교육과 전문상담교사는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을 갖추는 것도 쉽지 않지만 합격하는 것도 어렵다”며 “청소년상담사 1급은 전체 응시생의 10% 정도만 합격한다”고 말했다. 시험 합격이 끝이 아니다. 청소년상담사는 100시간 연수가 필요하고, 상담심리사는 상담과 사례발표 등 상담심리학회에서 요구하는 수련 과정을 거쳐야 최종적으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이 교사는 “사람 마음을 다루는 직업이라 자격증 취득 과정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며 “실력과 경험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상담하면 오히려 내담자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담 관련 자격증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전문상담교사자격증이다. 대학에서 심리학 관련 전공을 한 후 교직을 이수하면 전문상담교사 2급 자격을 얻는다. 하지만 공립학교에서 전문상담교사로 활동하려면 다른 교사와 마찬가지로 임용고시에 통과해야 한다.



 사실 상담 분야에서 자격증 취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심리상담사는 전체 직업 종사자의 60%가 대학원 졸업자일 정도로 고(高)학력자가 많다. 심리상담사들이 “평생 공부하고 연구하는 직업”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김경아 상담전문교사는 “많이 알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수록 더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있는 상담을 할 수 있어 박사학위 취득 후에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기계발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큰 보람…투자한 시간·노력 비해 소득은 낮아



 심리상담사는 상담받은 사람이 마음을 바꿔 긍정적인 태도로 바뀔 때 큰 보람을 느낀다. 학교폭력으로 등교를 거부하던 아이가 자신감을 얻고 “학교에 가는 게 즐겁다”고 할 때나, 게임중독 탓에 끼니를 거르며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던 학생이 스스로 컴퓨터 횟수를 줄이는 모습을 볼 때 등이다. 이미숙 실장은 “달라진 모습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상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는 건 아니다. 이혜민 서울시교육청 게임과몰입전문상담사는 “게임중독에 빠져 있던 한 학생은 상담할 때만 일시적으로 상태가 좋아져 게임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가도, 집에 돌아가면 부모의 무관심으로 다시 문제행동을 보였다”며 “부모 상담을 병행했으면 효과가 더 좋았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고, 상담의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상담 경험이 많지 않은 상담사일수록 부정적인 상담내용 때문에 어려워하기도 한다. 이정향 전문상담교사는 “매일 학교폭력이나 가정폭력·불안·우울에 대한 얘기만 듣다 보니 삶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으로 바뀌더라”며 “길게 보면 심리상담사로서 내공을 쌓는 과정이지만, 이를 견디지 못해 심리상담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심리상담사를 힘들게 하는 요인은 또 있다.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 낮은 소득이다. 이혜민 상담사는 “어떤 기관에 취직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기업에 다니는 또래에 비래 현저히 적은 월급을 받는 게 사실”이라며 “처음엔 ‘내가 이 돈 받으려고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석사 학위를 받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돈이 들지만, 사회에 진출해 버는 수입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거다.





청소년기에 또래상담자로 활동하면 도움



 심리상담사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 뭘까. 바로 수용과 공감능력이다. 사람 마음을 치료하려면 상대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공감하고,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동철 김동철심리케어 원장은 “심리상담사를 꿈꾼다면 친구와 싸우거나 부모에게 혼 나 속상하다는 친구 사연을 듣고 ‘별 거 아닌 일로 왜 그러지’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정말 속상하겠다’고 공감하는지 스스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능력만큼 필요한 게 통찰력과 분석력이다. 내담자 상황에는 격하게 공감해야 하지만 문제 원인이나 해결방법에 대해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면 좋은 상담이라고 할 수 없다. 분석력을 갖추려면 평소 주변 상황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김동철 원장은 “학교에서 발생하는 일이나 친구 간 관계에 대해 일기를 쓰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관찰력을 키울 뿐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도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심리상담사를 꿈꾸는 청소년이 이 직업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은 또래상담가로 활동하는 거다. 학교폭력이 심각해지자 일부 학교에서는 또래상담가를 운영하고 있다. 부모나 교사에게 털어놓기 힘든 또래 친구의 고민을 상담해 주고, 문제 해결을 돕는 역할이다. 정홍태 서울시교육청 서울시행복교육지원본부 사회복지사는 “이런 경험을 통해 심리상담사가 적성에 맞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미리 경험을 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수진 과반수가 상담·심리치료 전문가

대표 학과 - 가톨릭대 심리학과




심리상담사가 되려면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게 유리하다. 대부분 대학에 심리학과가 있지만, 모든 학교가 심리상담과 관련한 교과목을 가르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미리 살펴봐야 한다. 가톨릭대는 심리상담을 전공한 교수가 많아 다른 학교에 비해 상담 관련 수업이 다양한 편이다.



 가톨릭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려면 사회과학부에 들어가야 한다. 사회과학부에는 매년 150명을 뽑는데 2학년부터 심리학과 사회복지학, 사회학으로 전공이 나뉜다. 1학년 말에 1·2·3순위로 희망 전공을 내면 1학년 성적을 고려해 배정한다. 심리학과 정원은 70명으로, 사회과학부에서 인원이 가장 많다.



 이 학교 심리학과의 가장 큰 강점은 상담심리 전공 교수가 많다는 거다. 교수 13명 중 상담심리 전공자는 5명, 아동심리 전공자는 1명이다. 임상심리를 전공한 교수 2명을 합하면 절반이 넘는 8명이 상담·심리치료 전문가인 셈이다.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학과장은 “국내 대학 심리학과 중 상담심리 전공 교수가 가장 많을 것”이라며 “다른 대학은 대개 상담심리를 전공한 교수가 한두 명 정도”라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상담관련 수업이 다양하다. 전체 교과목 48개 중 9개에 진로상담·학교상담 등 ‘상담’이란 단어가 붙는다. 정 교수는 “이상심리학, 성장심리학 등 상담의 기초가 되는 교과과정까지 합하면 전체의 절반이 상담관련 수업”이라고 말했다.



 전공이 본격적으로 나뉘는 2학년 때는 발달심리학이나 사회심리학 수업을 통해 심리학 지식을 쌓고, 3,4학년 때는 가족상담·집단상담·상담사례연구 수업을 통해 상담에 대해 직접 배운다. 다만 수업 대부분 이론만 가르치기 때문에 실제 상담을 해볼 기회는 없다. 정 교수는 “학부에서 익힌 지식만으로 사람 내면을 들여다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심리상담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대학원 진학을 권유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말했다.



 학생생활상담소에서 언제든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이 학교의 장점이다. 내담자가 되서 상담을 경험하는 거다. 이곳에서 심리상담사로 일하는 이슬(25·심리학과 08학번)씨는 “내가 꿈꾸는 직업 종사자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며 “인생 상담뿐 아니라 진로 정보를 얻으려고 오는 후배도 많다”고 말했다.



정신건강 수요 늘면서 전문 기관 증가

진로 전문가가 본 이 직업




스트레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외래어 중 하나다. 대부분의 스트레스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사라지지만 우울증이나 강박증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마음에 병이 드는 거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사람이 바로 심리상담사다.



 최근 심리상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전에는 ‘왜 필요하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물질적 풍요만큼 정신적 안정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심리상담을 받으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심리상담사 역할도 전문화하는 한편 관련 전문 기관도 늘고 있다. Wee클래스, 인터넷중독대응센터, 유캔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Wee클래스는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도와주는 곳이고, 인터넷중독대응센터는 게임·인터넷 중독인 개인이나 가족을 치료한다. 유캔센터에서는 중독치료전문가가 도박 중독에 대한 심리치료와 상담을 제공한다.



 교통사고나 건물붕괴 등 재난 피해를 입은 사람이 겪는 외상 후 심리 등에 대한 상담과 치료도 담당한다. 세월호 참사 후 경기도와 안산시가 통합재난심리상담소를 운영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희생자와 가족, 시민 등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나 불안 같은 정신적 고통은 혼자 힘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심리상담사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정윤경 연구위원 



전민희 기자



공동 기획 중앙일보·KRIVET·한국직업능력개발원·한국고용정보원

직업 관련 정보는 교육부 커리어넷(career.go.kr)과 고용노동부 워크넷(work.go.kr)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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