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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일은 그날 끝낸다, 전교 1등 만든 습관의 힘

중앙일보 2014.05.28 00:01 Week& 2면 지면보기
최혜지양은 수업이 끝나면 늘 학교 자율학습실에 간다. 공부할 땐 다리를 꼬지 않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1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책상은 늘 깔끔하게 정리한다. 2 한 달 계획표. 3 일일 계획표에는 시간대별로 할 일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수학 시간. 눈꺼풀이 무겁다. ‘졸면 안 돼’라고 생각하는 순간 눈이 감긴다. 시끌벅적한 소리에 화들짝 놀라 일어나니 수업은 이미 끝났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가 아니라 이화여고 2학년 전교 1등 최혜지양 얘기다. 최양은 1학년 1학기 수학 시간 절반을 이렇게 졸며 보냈다. 친구들이 “잠 좀 그만 자라”고 할 정도였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전날 늦게까지 공부한 탓에 수업 시간에 졸렸던 거다. 최양은 “2학년에 올라온 후에는 수능시간에 맞춰 컨디션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자정 전에 자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이젠 수업 중에 졸지 않는다. 이화여고는 올해 서울지역 모집 자사고 중 입학 경쟁률이 4대 1로 가장 높았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모인 우수한 학생 사이에서 최양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그의 책상에서 답을 찾아봤다.

[전교 1등의 책상] 서울 정동 이화여고 2학년 최혜지양
초2 때부터 일일계획 세워 자기 주도 학습
진득한 '엉덩이 힘' 4시간 꼼짝 않고 공부
중학교 땐 무리한 선행학습으로 위기 맞기도



최양의 전교 1등의 비밀은 밤에 있었다. 야행성인 탓에 밤 늦게까지 공부할 때가 많아 정작 수업 시간에 눈꺼풀이 무거웠던 거다. 오전 4시까지 공부하다 2시간만 자고 일어나 학교에 간 적도 있다. 원래 야행성이기도 하지만 최양이 늦도록 잠들지 못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그날 목표한 건 반드시 해야 잠이 오는 성격이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면 내일 할 양이 그만큼 늘잖아요. 그건 견딜 수 없어요.” 그날 일은 그날 끝내는 습관의 힘이 최양을 전교 1등으로 만들었다. 이외에는 사실 특별한 공부법도 없다. 수업 시간에 필기한 내용을 쉬는 시간이나 그날 저녁, 혹은 그주 주말에 다시 정리하면서 복습하고, 모르는 내용은 알 때까지, 암기 과목은 어디에 빈칸이 주어져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외우는 것뿐이다. 최양은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그날 공부를 안 하면 아무리 효과적인 학습법이 있어도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습관은 하루아침에 기를 수 없다. 최양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하루 목표량을 채우는 공부습관을 길러왔다. 엄마 송복희(45·양천구 목동)씨는 “어렸을 때 가족끼리 나들이 나와 있을 때도 혜지는 ‘학습지 해야 하니 집에 빨리 가자’고 졸랐다”며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날 배운 내용을 복습했다”고 말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주말에 몰아서 복습하는 방식으로 바꿨지만 ‘수학 문제 풀기’ 같은 하루 목표량을 달성하는 습관은 계속 유지하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꼭 선행해야 할 게 바로 계획 세우기다. 최양은 초2 때부터 일일 계획을 세웠다.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다. 송씨는 “하루는 아이 책상 위 메모지에 ‘1번 학습지 풀기, 2번 책 읽기, 3번 영어공부’라고 씌여 있어 뭐냐고 물은 적이 있다”며 “혜지가 ‘하루에 할 게 많은데 한 일과 안 한 일을 구분해서 정리하니 좋다’고 말해 놀랐다”고 회상했다. 계획 세우기는 계속 이어지지만 형태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초3 때는 탁상 달력에 일일 계획을 꼼꼼히 적었고, 현재는 스케줄러(일일 계획 작성 수첩)에 하루 공부 계획을 세우는 식이다.



  계획을 철저히 지키는 성향은 책상에서도 쉽게 엿볼 수 있다. 최양 책상 가까이에는 늘 스케줄러가 놓여져 있다. 그날 계획한 내용 중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체크하기 위해서다. 공부 시작 전에는 항상 책상 위를 깨끗이 치운다. 지우개 가루까지 말끔히 치운 후 책상 위에 놓인 탁상용 ‘오늘의 명언’을 마음 속으로 되새긴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과정이다. 또 휴대폰은 끈다. 시간을 재면서 문제를 풀어야 할 때는 별도의 타이머를 사용한다. 휴대폰을 켜두면 괜히 신경이 쓰여서다. 이렇게 공부를 방해하는 요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중3 때 구입한 스마트폰은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스스로 반납했다.



  최양은 다른 모범생들이 그러하듯 ‘엉덩이 힘’이 강하다. 한 번 자리에 앉으면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고는 여간해선 자리를 뜨지 않는다. 2시간은 기본이고, 4시간 꼼짝 않고 집중해서 공부하기도 한다. 주위에서 누가 불러도 모를 정도다. 송씨는 “엉덩이에 종기가 날 정도로 오래 앉아있기도 한다”며 “좀 쉬면서 하라고 해도 ‘내 머리가 특별히 뛰어난 게 아니라 남보다 두 배 더 노력해야 한다’며 들은 척도 안하더라”고 말했다.



  엉덩이 힘 말고도 전교 1등 비결은 또 있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해온 독서다. 최양이 독서습관을 기른 데는 부모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부모가 먼저 책 읽는 환경을 만든 것은 물론 송씨와 아빠 최종진(46)씨 모두 하루 한 두 시간씩 꼭 책을 읽어줬다. 아이는 자연스레 책과 친해졌고, 인형이나 장난감보다 책을 갖고 노는 걸 더 좋아했다. 4~5살 때 다른 사람 집에 놀러 가도 장난감보다 책장에 있는 책에 더 관심을 보였고, 손에 책만 쥐어주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초3 때는 “책 좀 실컷 읽게 하루가 25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최양은 “어릴 때부터 과학·소설·인문 등 분야에 관계없이 다양한 책을 읽은 덕에 상식을 많이 쌓았고, 국어공부에 특별히 투자하지 않아도 시험점수가 잘 나온다”며 “실은 계획 세우는 방법을 배운 것도 책”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송씨는 최양이 초4가 된 이후 문제집 채점도 안 해줬다. 중학교 진학 전 2~3년이 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서다. 자신이 푼 문제를 스스로 채점하고 답지를 보면서 몰랐던 내용을 익히도록 했다. 송씨 방법은 잘 통했다. 최양은 “문제 유형이나 내용에 따라 뭐가 맞고 어떤 게 틀렸는지 확인하면서 스스로 부족한 걸 파악할 수 있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배움의 기쁨’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학교 입학 후 위기를 맞기도 했다. 교육열 높은 목동이라 더욱 그랬겠지만 다들 학원에 의존하기 시작했고 최양도 다르지 않았다. 송씨는 원래 ‘무리한 선행학습은 독’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를 확신하는 계기도 있었다. 최양이 중1 때 다녔던 수학학원에서 “빨리 고교 수학을 배워야 한다”고 재촉해 서둘러 중학 과정을 마쳤다. 그런데 꼼꼼히 끝낸 걸로 생각했던 중학 과정 가운데 모르는 내용이 너무 많았다. 최양과 엄마 송씨 모두 제 학년 과정을 제대로 알고 넘어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중2 여름방학 때 최양은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수학 공부만 했다. 그 덕분에 중1 첫 중간고사에서 전교 14등을 했던 최양은 전교 2등으로 졸업했다. 사교육 도움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렀기에 가능했던 성과다.



  최양 부모는 일찌감치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도록 독려했을 뿐 아니라 최양의 사소한 호기심을 학습에 대한 흥미로 이끌어내기도 했다. 최양은 어려서부터 자연 현상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이것저것 질문도 많이 했다. 하지만 아버지 최씨는 한 번도 바로 답해준 적이 없다. 한번은 밤에 산책하고 돌아오는 데 최양이 “달이 자꾸 나를 따라오는데, 왜 그러는 거냐”고 물었다고 한다. 많은 부모가 “달이 너를 좋아해서”라는 추상적인 답을 하거나 “모른다”고 무성의하게 답하지만, 최씨는 달랐다. “한번 같이 알아보자”며 백과사전과 인터넷을 뒤져 광행차 효과(광속은 유한하기 때문에 움직이는 관측자에게 별빛이 같이 움직이는 것 같은 효과)때문이란 걸 알아냈다. 최양은 “그런 호기심을 이끌어 준 덕분에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과를 선택한 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글=전민희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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