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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宰相[재상]

중앙일보 2014.05.26 10:00
‘재상(宰相)’은 최고 책임자의 뜻에 따라 국정을 이끌어가는 인물이다. 중국에서는 시대에 따라 승상(丞相)·공경(公卿) 등으로 불렸고, 조선시대에는 영의정(領議政)이 그 역할을 맡았다. 요즘에는 나라에 따라 ‘총리(總理)’ ‘수상(首相)’ 등으로 불리고, 영어로는 장관 중의 으뜸이란 뜻으로 ‘Prime minister’라고 한다.



‘宰’는 상(商·BC 1600년께~BC 1046)나라 시기 ‘집안 일(家務)을 처리하고, 노예를 다스리는 책임자’를 일컫는 말이었다. 상나라를 이은 주(周·BC 1046∼BC 771)나라에 이르러 귀족의 집안 일이나 작은 도시를 다스리는 사람으로 뜻이 확대됐다. ‘相’은 ‘보좌(輔佐)’의 뜻이다.



이 두 글자가 합쳐진 ‘宰相’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기서(記書)는 『한비자(韓非子)』다. 한비자 현학(顯學) 편에는 ‘명군의 재상은 반드시 작은 도시에서 나오고, 용맹한 장수는 반드시 군졸에서 나온다(明主之吏, 宰相必起於州邑, 猛將必起於卒伍)’고 했다. 지방을 다스려본 경력이 있는 사람이 국정을 책임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 역사에는 유명한 재상이 많았다. 춘추(春秋)시대 관중(管仲·?~BC 645)은 제환공(齊桓公)을 패주(覇主)로 만들었고, 이사(李斯·?~BC 208)는 진시황의 천하통일을 이루게 했다. 이 밖에도 한(漢)나라 개국 공신인 소하(蘇何·?~BC 193), 삼국지의 영웅 제갈량(諸葛亮·181~234), 성당(盛唐)시대를 낳게 한 적인걸(狄仁杰·630~700), 송(宋)나라 개혁을 이끌어 낸 왕안석(王安石·1021~1086) 등이 있고, 현대에는 저우언라이(周恩來)가 명재상으로 꼽힌다.



한(漢)나라의 재상이기도 했던 진평(陳平·?~BC 178)은 재상이 해야 할 일을 이렇게 말한다. “재상은 위로는 천자를 보좌하고, 음양을 가지런히 하며, 세월의 변화에 순응해야 한다(宰相者, 上佐天子, 理陰陽, 順四時). 아래로는 만물이 제자리를 잡도록 해야 하며(下遂萬物之宜), 밖으로는 주변 오랑캐를 잘 다스리고(外鎭撫四夷諸候), 안으로는 백성들을 친히 보살피고(內親附百姓), 부하 관리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독여야 한다(使卿大夫各得任其職也).”



안대희 총리 내정자가 꼭 마음에 둬야 할 말이다.



한우덕 중국연구소장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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