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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5공 신군부 핵심 이학봉 전 의원 별세

중앙일보 2014.05.26 02:30 종합 25면 지면보기
5공 신군부의 핵심 인사였던 이학봉(사진) 전 의원이 24일 새벽 자택에서 별세했다. 76세. 부산 출신인 이 전 의원은 경남고를 나와 1962년 육사를 18기로 졸업했다. 군내 사조직이었던 하나회에 가입해 리더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육사 11기)의 눈에 띄었다.


12·12 주역 … 전두환에 시중 험담도 전해

 79년 전두환 소장이 보안사령관에 부임했을 때 이 전 의원은 보안사 대공수사과장(중령)이었다. 5공의 또 다른 실세였던 허화평 전 의원(육사 17기)이 당시 보안사령관 비서실장(대령)이었고, 허삼수 전 의원(육사 17기)은 보안사 인사처장(대령)이었다. 이들과 함께 일찌감치 핵심 측근으로 자리 잡았다.



 그해 12·12사태 당시 이 전 의원은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에 대한 연행 계획을 수립해 전두환 사령관에게 제출했다. 전 사령관이 최규하 대통령에게 정 총장의 연행을 재가받기 위해 청와대에 갔을 때도 동행했다.



 80년엔 합동수사본부 수사단장을 맡아 정 총장을 수사했으며, 김대중 내란음모사건과 김종필 부정축재사건 등 5공 권력 창출을 위한 기획을 현장에서 지휘했다. 5공이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권력에서 밀려난 허삼수·허화평 전 의원과 달리 이 전 의원은 5년4개월간이나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을 정도로 전두환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다.



 5공 때 민정비서관이었던 김옥조 한림대 객원교수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고인은 전형적인 군 출신의 스테레오타입이 아니었다”며 “평소에 역사서적을 탐독해서 사고가 경직되지 않고 합리적이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였던 성병욱 전 인터넷신문심의위원장은 “다른 군 출신과는 달리 이 전 의원은 전두환 대통령에 대한 시중의 험담도 부담없이 전할 수 있는 인사였다”며 “민정수석은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를 하는 자리인데 이 전 의원이 강한 통제를 가하지 않아 다른 실세들로부터 핀잔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5공 때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허문도 전 국토통일원 장관은 “전두환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했고, 일처리를 할 때 개인적 관계를 봐주기보다 원칙대로 하자는 주장이 강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은 88년 경남 김해에 민정당 후보로 출마해 배지를 달았으나 민자당 합당 이후 권력에서 밀려났다. 89년 5공 비리 수사 때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가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97년 4월엔 12·12 반란모의 참여죄 등에 관련한 대법원 재판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지만 다음 해 사면됐다.



 이날 빈소엔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와 장세동·박희도·정호용씨 등 5공 인사들이 조문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조화를 보냈다. 유족으론 부인 이설혜씨와 장남 일형, 차남 세형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5호실. 발인은 27일 오전 8시30분이다. 장지는 분당휴추모공원. 02-3410-6915.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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