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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북의 화전 양면술, 구멍 뚫린 한심한 군

중앙일보 2014.05.26 00:49 종합 2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정용수
정치국제부문 기자
조직적이고 계산된 움직임 vs. 어수선하고 허술한 대응.



 유감스럽게 전자가 북한, 후자가 우리다. 북한을 두둔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는 어찌 대응하고 있는지 짚어보기 위함이다.



 북한은 올 초 남북관계 복원을 내세우며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이어서 무게가 실렸다. 2월 말에는 남북관계가 좋을 때도 문을 닫던 한·미 연합훈련기간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 (NLL) 인근에서 대규모 사격훈련과 고령의 지휘관과 베테랑 조종사들을 동원해 사격대회를 열었다. 군사적 움직임은 그것대로 멈추지 않은 것이다. 급기야 잦은 NLL 월선(越線)으로 긴장감을 높이더니 지난 22일엔 NLL 지역에서 우리 해군 함정을 향해 포탄을 날렸다.



 하지만 하루 뒤엔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전형적인 화전(和戰) 양면전술이다.



 세계의 관심거리인 4차 핵실험 카드도 동원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새로운 핵시험엔 시효가 없다”(지난달 29일)고 했다가 “핵시험과 같은 군사적 조치는 예견한 것이 없었다”(22일)고 말을 바꿨다. 기분 내키는 대로 말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고도로 계산된 행위일 수 있다.



 정부는 어떤가. 북한의 대화 제의엔 늘 진정성이 없다는 식으로 접근하지만 그렇다고 도발에 단호한 대응을 한 적도 없다.



 대화도 대결도 아닌 어정쩡함의 연속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원점은 물론이고 지원세력과 지휘세력까지 초토화하겠다”고 다짐해왔다. 그러는 사이 수천만원짜리 조잡한 무인기에 청와대 하늘이 뚫렸고, 임박했다던 4차 핵실험에 대한 예측은 틀렸으며, 북한이 NLL을 넘겨 포를 쏴도 육지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넘어갔다.



 더욱이 국가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의 경질로 안보 컨트롤타워가 없던 22일 북한이 우리 함정을 공격했다. 대포병탐지레이더(아서)는 물론이고 1000㎞까지 탐지할 수 있다던 이지스함과 땅에서 이륙한 모든 비행체를 포착한다는 조기경보통제기가 까막눈이었다. 원점타격은 고사하고 발뺌하는 북한을 옭아맬 증거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니 우리 함정을 공격했던 북한이 “포를 쏜 적이 없다”고 발뺌하고, 4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정부의 발표를 “선거를 앞둔 북풍”이라고 역공을 펼친다.



 안보는 말로 하는 게 아니다. 실패한 경제정책은 회복할 기회라도 있지만 안보는 되돌릴 수 없다. 새 외교안보 라인은 세월호 참사에서와 같은 눈치 보기와 얼렁뚱땅식 대응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참고해 보다 치밀한 대응 대북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정용수 정치국제부문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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