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론] 기초수급자 기초연금 제외가 맞다

중앙일보 2014.05.26 00:20 종합 29면 지면보기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지난 2일 기초연금법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7월부터 기초연금이 지급된다니 참으로 다행이다. 지난해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1년4개월 동안 기초연금 논의에 매몰돼 다른 복지 이슈가 뒷전으로 밀렸는데, 이제는 정상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그런데 최근 기초수급자 노인의 기초연금에 대해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기초수급자 생계비 지원금에서 기초연금을 빼는 게 꼼수라는 것이다. 기초수급 노인들이 기초연금 20만원을 추가로 받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는데, 그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기초연금이든 이의 전신인 현행 기초노령연금이든 둘 다 기초수급자는 못 받기는 마찬가지다. 일각의 비판대로 기초수급자 소득을 계산할 때 기초노령연금이나 기초연금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을 제하는 게 당연하다는 게 복지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왜냐하면 기초생활보장제는 대표적인 공공부조다. 소득·재산·근로능력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도 수입이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면 부족한 부분을 국가에서 보충해 준다. 따라서 노인가구의 소득과 기초연금 20만원을 합산한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면 나머지를 채워주게 된다. 현행 기초노령연금(약 10만원)도 그리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는 어떤가. 보편적인 기초연금제도를 운영했던 스웨덴조차도 최근에는 선별적인 기초연금으로 개혁했다. 기초연금을 운영하는 일본·영국·스웨덴도 우리처럼 기초수급자 생계비와 같은 공공부조 지원금을 산정할 때 기초연금만큼 제한다. 기초연금과 여타 사회보장제도의 중복 지원을 피하기 위해서다.



 일각의 주장대로 기초수급자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추가로 지원하면 바로 위 저소득층인 차상위계층 노인과 소득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기초수급자 김씨 부부는 생계비·주거비·의료비·TV수신료 등으로 월 103만원의 혜택을 받는다. 만약 7월에 기초연금(부부 32만원)을 추가로 받는다면 실질소득이 135만원이 된다. 반면 아파트 경비 일을 하는 박씨는 한 달에 90만원의 월급을 받는데, 이 소득에다 낡은 연립주택 때문에 최저생계비 기준을 초과해 기초수급자에서 탈락했다. 32만원의 기초연금을 받으면 박씨 부부의 실질소득은 122만원이다. 김씨가 13만원 많게 된다. 박씨는 경비 일을 그만두는 게 이득이다.



 사실 기초수급자 노인은 차상위계층에 비해 생활이 더 안정적일 수 있다. 생계비·의료비 등의 혜택 외 부가적인 지원이 많다. 장기요양보험의 본인부담금이 면제되고 전화·전기·가스 요금이 감면된다. 복지혜택이 집중돼 기초수급자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려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실제로 2010년 빈곤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초수급자는 소득(37만원)과 생계비 등의 공적 지원금(51만원)을 합해 실질소득이 월 88만원이지만 차상위계층은 시장소득(72만원)과 공적지원금(12만원)을 합해 84만원이었다. 기초수급자의 생활이 더 낫다. 시골에 밭뙈기가 조금 있다고, 잘 부양하지 않는 자식이 있다고 기초수급대상에서 탈락한 노인에게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 기초수급자보다 더 못한 생활을 하는 차상위계층이 117만 명에 달한다.



 노인 빈곤과 노인 자살이 세계 최고임을 우리는 안다. 노인의 빈곤문제와 벼랑 끝에 선 삶의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노인가구의 생계문제를 비롯해 중증질환으로 인한 가계파탄, 중증장애와 치매로 인한 장기요양 문제 등 포괄적인 생활보장으로 접근해야 한다. 어렵게 사회적 합의를 이뤄서 기초연금이 7월 시행된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문제 제기를 해서 노인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지 말자.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우리 사회의 최후 안전망이다. 빈곤층을 보호하는 데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체계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풀어야 한다. 정부가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상대빈곤선 도입, 생계비·의료비·주거비·교육비 등의 선정 기준 다층화 등으로 기초수급자 제도의 틀을 바꾼다고 한다. 이 같은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을 통해 보장기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 한다. 만약 기초수급자에게 기초연금을 추가로 지급하려면 연간 8000억원(지방예산 포함)이 들어가야 한다. 한정된 예산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차라리 이 예산을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의 기초생활보장제 개선에 쓰는 게 낫다.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면에서도 기초연금 제외가 바람직하다.



 기초생보제를 맞춤형으로 바꾸려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기초연금법과 함께 지난 1년 동안 ‘복지 3법’으로 묶여 있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달 초 기초생활보장법만 통과하지 못했다. 지금은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빈곤층을 든든히 지탱하는 새로운 공공부조제도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과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