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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불량 포레기, 우리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중앙일보 2014.05.26 00:17 종합 30면 지면보기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휑한 이 가슴, 당분간 메워지기 힘들 것 같다. 세월호 참사는 이 땅 모든 이의 가슴에 큰 구멍을 뚫어 놓았다. 슬픔은 나누면서 이겨내는 법이다. 위로와 공감은 그래서 필요하다. 그런데 오히려 휑한 구멍에다 대못질을 했다. 세월호 참사 때도 전혀 개선되지 않은 포털사이트의 불량 서비스 얘기다. 희생자와 그 가족을 위한 눈물이 대지를 적시는데도 포털은 장삿속을 버리지 못했다. 제 배만 불리는 포털의 욕심에 온라인 저널리즘의 가치는 무너지고 있다.



 사정은 이렇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16일 오전 이후에도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에는 검색어 장사가 요란했다. 검색어 장사란 국적불명의 정체 모를 검색어를 포털 사이트 홈페이지에 노출해 클릭을 유도하는 한국 포털만의 창조적인(?) 장사 방법이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방식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핫토픽 키워드’ ‘ 주부 인기 검색어’(이런 황당한 코너도 있다), 다음의 ‘실시간 이슈’ ‘일간 이슈검색어’ 등에는 세월호 관련 단어들과 연예인 뒷얘기가 뒤섞인 검색어들이 올라왔다.



 문제는 클릭이 몰리다 보니 일부 매체가 2차 장사를 하면서 불거졌다. 단원고 교감선생님의 자살 소식이 알려지자 한 매체는 ‘엑소 앨범 발매 연기…단원고 교감 자살’이라는 기사를 썼고, 이 기사는 바로 포털사이트를 장식했다. 당시 검색어 상위권에 각각 올랐던 엑소와 단원고 교감 자살을 엮은 최악의 기사였다. 클릭만 가져가면 된다는 얄팍한 상술이 판치다 보니 이런 금도를 넘는 기사가 횡행한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탑승자들의 생사 확인이 되지 않았는데도 포털 검색어에는 버젓이 희생자 보험과 관련한 내용이 올랐다. 그러자 일부 매체의 키보드 사냥꾼들은 보험 관련 기사를 수십 개씩 쏟아냈다. 포털에서 이런 기사를 접한 희생자 가족의 속은 더 시커멓게 타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포털 관계자는 “검색어가 떴다고 같은 기사를 수십~수백 건씩 보내는 언론사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검색어 판’을 깔아 놓은 건 포털이다. 검색어 내용도 연예인들의 신변 잡기나 연예 방송프로그램의 시시콜콜한 내용 일색이라 건전한 여론 유통과는 멀어도 한참 멀다. 이렇게 판 자체가 불량하니, 저질 콘텐트가 판을 채우는 건 당연한 거다.



 이번 세월호 참사로 인해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말이 나왔다. 실상을 꼼꼼히 취재해 정확하게 보도하지 못한 언론에 대한 비판이었다. 언론은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본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포털도 머리 숙여야 한다. 지금 포털은 포레기(포털+쓰레기)로 불린다. 불량 콘텐트가 검색어 코너에 모이고 있는데도 수수방관해서다. 오히려 뒤에서 적극 조장하는 모습이다. 이런 콘텐트는 소비자들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한국의 포털이 세계 일류를 지향한다면 검색어 장사는 없어져야 한다.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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