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남자는 11자, 여자는 1자…모델 워킹의 기본기 마스터했죠

온라인 중앙일보 2014.05.26 00:10
소중 모델 수업을 진행한 K플러스의 전문 모델 박형섭(1991년생, 키 186㎝·왼쪽)과 최소라(1992년생, 179㎝).
쿵쿵. 몸이 울릴 정도로 큰 음악소리가 연습실을 울린다. 사방이 거울로 된 연습실에서 음악에 맞춰 워킹 연습을 하는 사람들은 바로 소중 모델들이다.



소중 모델 1·2기 16명이 모델 수업을 받기 위해 ‘K플러스’에 모였다. K플러스는 박둘선과 차승원 등을 톱 모델로 키운 모델 출신의 고은경 대표가 만든 회사.



모델 양성과 매니지먼트, 전문 패션쇼를 기획하는 곳이다. 최근 K플러스는 빅뱅·2NE1 등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한국 모델들이 K팝이나 드라마 못지않게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어 패션모델 분야의 사업을 넓히기 위해서다. K플러스와 함께 한 소중 모델 수업 현장을 공개한다.



1·2 소중 모델들이 모델 박형섭에게 자세를 바르게 하는 스트레칭을 배우고 있다.


박형섭에게 배우는 모델의 자세



4월 22일 오전 11시. 소중 모델 수업을 위해 모델 박형섭(23)이 K플러스 1층 아카데미 교육실을 찾았다. 경력 3년차로 해외에서 ‘PARK’이라고 불리는 박형섭은 2014 FW(가을·겨울) 파리 패션위크에서 다섯 개의 쇼에 올랐다. 그중 겐조 옴므 컬렉션에서는 클로징 무대를 장식했다(무대의 오프닝과 클로징은 그 쇼의 메인 모델이 서는 게 보통이다). 또 지난 4월에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브랜드 닐 바렛의 월드 캠페인 남자 모델(아시아 두 번째, 한국 최초)로 선정됐다. 소위 ‘잘나가는 모델’이다.



박형섭의 수업은 남자 모델의 워킹과 워킹을 위한 기본적인 자세가 주된 내용이었다. 먼저 소중 모델들의 자세를 교정하기로 했다. 등을 곧게 펴고 벽에 붙어 서되 벽과 허리 사이에 주먹이 들어갈 만큼 간격을 둔다. 손은 계란을 가볍게 쥔 모양으로 자연스럽게 허벅지 옆으로 떨어뜨리고, 어깨를 편 상태에서 고개가 뒤로 젖혀지지 않도록 턱을 살짝 당겨준다. 그는 “이 자세를 15~30분 유지한 후 워킹에 들어가면 좋다”며 “하루에 한 번 15분 정도 자세 교정을 해주면 키 크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기본자세를 배운 후 박형섭이 직접 남자 모델의 워킹 시범을 보였다. 시선은 정면을 보고 등과 어깨를 편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걷는다. 이때 어깨가 올라가면 경직돼 보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그는 “남자 모델의 워킹은 평소 걷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남자 워킹은 발걸음이 11자 모양이 되는 것이 기본이다. 프로 모델들은 여기에 자신의 개성을 더하기도 한다. 살짝 팔자걸음으로 걷는 것이다. “남자다움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11자로 걷는 것을 익힌 후 개성을 표출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그 밖에도 키가 크고 자세를 바르게 하는 스트레칭 법 등을 가르쳤다.



3 박형섭의 조언을 듣고 모델 워킹 연습 중인 이한률(서울 상지초 5)군. 4 모델 최소라가 보는 가운데 윤혜린(서울 수서초 5)양이 워킹을 하고 있다.


최소라에게 배우는 워킹과 포즈



남자 모델의 기본 워킹이 11자라면 여자의 워킹은 1자에 가깝다. 같은 날 낮 12시에 열린 두 번째 수업에서 모델 최소라(22)는 1자 모양으로 도도하게 걷는 여자 워킹의 진수를 보여줬다. 걸음을 옮기는 한 쪽 다리를 반대편 무릎을 스치듯이 올렸다가 앞으로 내딛는 1자 워킹이다. 1자 선을 따라 걷는 모습이 마치 고양이의 걸음걸이와 비슷하다 해서 여자 모델의 워킹을 ‘캣워크(동시에 패션쇼장의 무대라는 뜻도 있다)’라 부른다. 최소라가 양 손을 허리에 대고, 한 쪽 다리를 앞으로 살짝 내미는 톱 포즈(워킹 이후 모델이 잡는 포즈)로 마무리하자 소중 모델들 사이에서 환호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최소라는 톱 모델을 뽑는 TV프로그램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시즌 3’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K플러스 김성랑 이사는 “최소라의 매력은 쌍커풀이 없는 작은 눈의 동양적인 얼굴”이라며 “예전 같으면 주목받지 못했을 평범한 얼굴이지만 지금은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그는 최근 국내 패션위크는 물론이고 2014 SS(봄·여름) 런던 패션위크와 모나코에서 열린 루이비통의 2015 리조트 컬렉션 무대에 설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워킹을 선보인 최소라는 워킹을 잘하는 그만의 방법으로 ‘자신감’을 꼽았다. 스스로가 최고라고 생각하며 걷는 자신감이다. 수줍어하던 소중 모델들도 “더 뻔뻔하게 표현해도 좋다”는 최소라의 말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첫 번째 수업보다 더 당당한 워킹을 보였다. 워킹은 물론이고 톱 포즈도 더 과감해졌다. 소중 2기 모델 강채리·윤혜린양이 다리를 옆으로 내밀며 당당히 포즈를 취해 칭찬을 받았고, 소중 1기 모델 이지호·강희수양 역시 강렬한 눈빛과 워킹을 보이며 선배로서의 모델 실력을 뽐냈다.



소중 2기 모델 혜린양은 최소라에게 “가장 자신 있는 포즈”를 묻기도 했다. 최소라는 “뒤돌아 있다가 상체와 얼굴을 앞으로 돌려 카메라를 보는 포즈”라 말하며 실제 포즈를 취해보였다. 소중 모델들은 최소라가 알려준 포즈를 따라 연습하며 두 번째 수업을 마무리했다.



모델 박형섭과 소중 모델들의 일문일답

“고2 때부터 워킹·포즈 꾸준히 배우며 내 색깔 찾아”




―(이한률) 어릴 때 꿈은 뭐였나요.



“어릴 때는 키가 이렇게 클지 몰랐어요. 당연히 모델은 생각한 적도 없었죠. 꿈이라 하면…(망설이다가) 동방신기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연예인을 좋아했거든요.”



―(홍지호) 모델이 되기 위해 학원 같은 곳도 다녔나요.



“모델로서 처음 무대에 오른 것은 고3 때이고, 고2 때 모델 아카데미에서 모델 과정을 수료했어요. 한 달 동안 포즈를, 한 달 동안 워킹을 배웠습니다. 지금도 운동이나 워킹, 헤어&메이크업 같은 수업을 꾸준히 받고 있어요.”



―(임교원) 화보 촬영을 할 때, 완벽한 한 장의 사진을 건지기 위해 보통 몇 컷을 찍나요.



“어떨 때는 10장 만에 끝나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100장을 찍어야 한 장을 건질 때도 있죠. 정답은 없습니다. 촬영의 컨셉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또 모델과 포토그래퍼 등 스태프와의 호흡도 잘 맞아야 하고요.”



―(임교원) 모델 일이 힘들 땐 언제인가요.



“서울컬렉션 오디션이 있을 때면 보통 3000~4000명의 모델이 지원을 해요. 그런데 런웨이(컬렉션 무대를 말함)에 서는 모델은 100명도 채 안 되죠. 또 그중에서도 모델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유명 디자이너의 무대에 서는 사람은 10명 내외예요. 모델로서 내 색깔을 찾는 일이 가장 힘든 일 같아요. 디자이너에게 내가 남과 다르다는 것을 알려야 하니까.”



―(강희수) 해외 무대에 서려면, 불어나 영어 같은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하나요.



“사실 모델을 처음 시작할 땐 해외 무대는 생각도 못했어요. 막상 해외 무대에 나가게 됐을 때 영어가 중요하구나 싶었죠. 영어를 잘하는 친구에게 비결을 물으니 어릴 때부터 집에서 영어 애니메이션을 죽 틀어놓고 지냈다더군요. 요즘 뒤늦게 공부 중이에요(웃음).”



모델 최소라와 소중 모델들의 일문일답

“카메라도 잘 못 보던 수줍은 성격, 모델 꿈꾸며 바꿔”




―(이유빈) 모델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고2 때, 모델이 되고 싶은 친구가 오디션에 같이 가달라고 한 적이 있었죠. 작은 에이전시였는데, 제게 모델을 해볼 생각이 있는지 묻더군요. 당시는 관심이 없어 거절했어요. 대학교에 들어간 후 의상디자인학과 친구의 졸업 작품전에 모델로 서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막상 무대에 서보니 그 기분이 뭐라 말로 하기 어려울 만큼 굉장했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돋았죠. 카메라 플래시 속에서 포즈를 취하고 무대를 내려온 후 눈물이 났어요. 기쁨의 눈물 같았어요. 그렇게 모델을 시작했습니다.”



―(윤혜린) 어릴 때부터 모델의 끼가 있었나요.



“저는 오히려 숫기가 없는 학생이었어요. 누가 사진을 찍자고 하면 정면도 못 보는 그런 아이요. 모델을 꿈꾸게 되면서 성격을 바꿨죠.”



―(윤혜린) 무대에서 실수한 적은 없나요.



“보통 두 명의 모델이 한 무대 위에 서는데 옆에 선 모델이 실수를 했어요. 나도 모르게 놀란 얼굴로 상대를 쳐다보고 말았죠. 무대 위에서 힐이 벗겨져 까치발을 한 채 걸은 적도 있고, 한 치수 작은 구두에 발을 구겨 넣고 워킹을 한 기억도 있죠. 무대를 내려오자 다리에 쥐가 나 쓰러졌죠(웃음).”



―(이선하) 키가 몇인가요. 또 어떻게 하면 그렇게 클 수 있나요.



“179㎝. 부모님이 키가 큰 편은 아니에요. 어릴 때부터 군것질과 편식을 안 했어요. 또 패스트푸드는 좋아하지 않았고 엄마가 해준 밥을 제일 맛있게 먹었죠. 가지 볶음, 멸치 볶음은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에요. 어릴 때는 키가 큰 게 싫어 울기도 했는데, 지금은 내 키가 자랑스러워요. 뭘 입어도 잘 어울리거든요.”



―(임교원) 모델이 되려면 얼굴이 작고 팔다리가 길어야 하지 않나요.



“외모와 키, 작은 얼굴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제 얼굴도 화장 지우면 별로거든요(웃음). 그래도 사람들이 매력 있다고 얘기해주죠. 단점을 매력으로 만드세요. 매력이라고 당당히 표출하면 개성이 될 수 있습니다.”



―(홍지호) 어릴 때부터 준비해야 전문 모델 될 수 있나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워킹이나 자세 등을 어릴 때부터 연습해두면 도움이 될 수는 있겠죠. 그런데 외국은 일찍부터 모델 일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영국에서 만난 모델 대부분이 중학생인 것을 알고 놀랐어요. 꿈을 찾았다면, 주저하지 않고 일찍 시작하는 거죠.”



글=이세라 기자 ,

사진=장진영·우상조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