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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는 습지 보호 대신 동네 분리수거로 목표 바꿔

온라인 중앙일보 2014.05.26 00:10
1 유김승민군이 ‘람사르 프렌즈’ 친구들과 함께 만든 음료수 분리수거함. 2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분리수거함 표면에 음료수 용기를 촘촘히 붙였다.



유김승민 학생기자의 어린이 환경운동 <2>
한계 부닥친 초반 활동, 방향 전환이 필요해

“공공장소에 놓여 있는 쓰레기통 살피니

특히 음료수 쓰레기가 문제

문방구 앞에 병·캔·페트 수거함 시범 설치”




안녕! 유김승민이야. 1탄에서 람사르 프렌즈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소개했다면 2탄에서는 구체적으로 람사르 프렌즈가 어떤 환경 운동을 하는지 설명할게. 1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람사르 프렌즈는 세계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우리나라의 습지를 보호하고 습지의 중요성에 대해 홍보하는 동아리야. 처음에는 온라인에 카페를 만들어 습지를 홍보하고 보호해야 하는 이유를 알리는 활동을 했어.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는 않더라고. 문제가 뭘까 생각하다가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사람들을 찾아 나서면 되겠다’ 싶었어. 그래서 자료를 만들어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 나가 직접 홍보 활동을 펼쳤지. 하지만 여전히 한계를 느꼈어.



무엇보다 습지 보호 활동 자체에 제약이 많았어. 람사르 프렌즈 회원 모두가 초등학생이라 습지가 있는 곳까지 가기가 어려웠어. 처음 동아리를 만들고 계획은 장대했는데 실천하기가 점점 어려워졌어. 그래서 집 근처에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환경 운동을 찾아보기로 했지. 우리는 음료수 분리수거함을 생각해냈어. 분리수거는 좀 시시해 보인다고? 처음에는 나도 그랬어. 집과 학교에서 잘 지키고 있으니까.



그런데 지난해 여름 친구들과 캐리비안 베이로 물놀이를 갔을 때 엄청난 쓰레기 산을 목격했어. 신나게 놀고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식당 근처에 있는 커다란 휴지통에 쓰레기들이 넘쳐나고 있었어. 가까이 가보니 음식물 쓰레기와 비닐·캔·종이 등이 마구 섞여 버려졌고 특히 사람들이 음료수 병을 음료수가 들어있는 채로 버려서 쓰레기들이 흠뻑 젖어 분리수거가 어려워 보였어. 집에서는 작은 비닐 하나하나 다 떼어 분리수거를 하고 음료수 용기는 헹궈서 말려 재활용하는데, 이렇게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가 그냥 버려진다고 생각하니 화가 나더라고. 그날 이후 공공장소의 쓰레기통을 신경 쓰고 보니 영화관도, 대형서점도 마찬가지였어. 특히 음료수 쓰레기가 문제였어.



람사르 프렌즈는 공공장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음료수 용기 분리수거함을 만들어 설치하기로 계획했어. 음료수 용기는 대개 병·캔·페트로 나뉘어 있잖아. 우리도 병·캔·페트로 나눠 분리수거함을 제작하기로 했지. 또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분리수거함 표면에 병·캔·페트 음료수 병을 촘촘히 붙여 구분했어. 그리고 평소에 자주 가는 문방구 주인 아주머님에게 부탁해 음료수 분리수거함을 설치했지. 사람들이 얼마나 분리수거를 잘하는지, 또 분리된 쓰레기가 잘 수거가 되는지 2주 정도 관찰해보고 다른 곳에도 설치하기로 했어.



설치하고 온 날 밤에는 ‘사람들이 음료수 용기를 잘 분리해서 버릴까’ ‘혹시 누가 음료수 분리수거함을 가져가는 것은 아닐까’ 걱정돼 잠도 안 왔어. 학교를 마치고 오후에 가보니 음료수 용기 분리수거함에는 모두 정확하게 분리돼 있었어. “우와 대박!” 나와 친구들은 기쁨에 소리를 질렀지.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어. 저녁에 다시 찾았을 때는 분리수거함이 사라지고 말았거든. 나중에 알아보니, 폐품을 모으는 할머니가 음료수 분리수거함까지 통째로 가지고 갔더라고. 처음에는 속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만큼 수거에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잖아. 잘 분리해 놓으면 폐품 할머니도 힘이 덜 들고 말이야. 계획대로 안 된 것이 오히려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지. ‘음료수 분리수거함 2’를 만들 때에는 할머니도 잘 볼 수 있도록 ‘이것은 음료수 분리수거함입니다. 수거함은 가져가지 마세요. 음료수 용기만 가져가세요’라고 크게 쓰기로 했어.



이제 설치할 장소만 섭외하면 되는데, 왠지 어려울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 내 예상은 적중했어. 람사르 프렌즈의 음료수 분리수거함 설치 작전은 다음에 소개할게.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사연이야.



서울 상암초 6 유김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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