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방암 표적치료제, 재발률 확 줄여…보험급여 절실

중앙일보 2014.05.26 00:01 건강한 당신 5면 지면보기
유방암 환자가 꼭 알아야 할 단어가 있다. HER2(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다. 유방암 환자의 고민은 평생 암 재발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점. 심지어 치료 후 10년 혹은 20년이 지나서 재발하기도 한다. 재발 빈도는 20~30%에 이른다. 암이 언제 재발할지 예측하기도 힘들다. 유방암은 암세포 성장을 유도하는 HER2 단백질이 활성화하면서 예후가 나빠진다. HER2 단백질 자체가 늘어나거나 HER2 활동을 돕는 단백질과 결합해 암덩어리가 커진다. 다행히 HER2를 억제하는 새 표적치료제가 등장했다.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정경해(사진) 교수에게 재발·전이성 유방암 치료와 치료 실태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정경해 교수

유방암이라고 다 같은 유방암이 아니다. 정 교수는“유방암이라도 종류에 따라 생존율에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유방암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과 유방암 유발인자인 HER2 존재 여부에 따라 치료 예후가 달라진다. 예후가 좋은 유방암은 90% 이상 생존하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생존율이 30% 수준에 불과하다.



암 재발 위험도 높다. 암세포를 빠르게 증식하도록 신호를 보내는 HER2 단백질이 공격적으로 활동해서다. 한국처럼 유방암 발병 연령이 낮은 젊은 환자는 재발 위험이 더 높은데, 재발·전이성 유방암은 예후가 나쁘다. 암세포가 뼈·간·폐 등 유방 주변조직으로 퍼져 손쓰기 힘들다. 치료를 해도 다시 재발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한다. 생존기간도 5년을 채 넘기지 못한다. 개인 맞춤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HER2 표적항암제는 기존 표적치료제에 추가로 사용한다. 그만큼 암 성장신호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정 교수는 “초기 강력한 HER2 표적치료로 재발 위험을 절반 정도로 줄인다”고 말했다. 부작용도 심각하지 않다. 완치는 힘들지만 암 크기를 줄이고 증상을 완화한다.



국내 유방암 환자 평균 나이는 45~49세다. 자녀 대부분이 중·고등학교를 다니거나 대학교에 갓 입학한 학부모다. 결혼을 늦게 했다면 돌봐야 할 자녀는 더 어리다. 그는 “유방암 환자도 아이를 가진 엄마”라며 “힘든 항암치료를 견디면서 조금이라도 더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발·전이성 유방암 환자가 선뜻 표적항암제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부산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한 번 치료했다. 치료 효과를 입증했지만 아직 HER2 표적 치료법은 급여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약값을 부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신약을 사용하면 기존에 받던 보험급여 혜택까지 한꺼번에 사라진다. HER2 표적치료법으로 치료를 받으려면 치료비가 갑자기 20배 이상 뛴다. 사실상 신약 접근성을 막은 셈이다. 정 교수는 “부담이 워낙 커 효과가 좋은 신약이 있어도 치료 현장에는 없는 약이나 마찬가지”라며 “비싼 신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신약을 제외한 기존 치료약은 보험을 유지하는 식으로 선택적 보험급여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