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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신전화만 잘 잡으면 의원도 되고 군수도 된다”

중앙선데이 2014.05.17 23:47 375호 3면 지면보기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당 김춘진 선거관리위원장(오른쪽)이 14일 도당에서 기초단체장 후보자를 발표했다. 그러자 일부 완주군민이 “착신전환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미뤄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6·4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기초·광역의원 후보 경선의 핵심은 여론조사였다. 세월호 참사 등으로 후보 결정이 연기된 데다 새정치연합은 기초공천 무공천 논란에 시간을 허비해 일정이 촉박해지면서 100% 여론조사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6·4 지방선거] 여론조작 핵심, 전화 착신전환 수법

그러나 그 뒤엔 불법 전화 착신전환이 기승을 부렸다. 특히 오차범위 내로 1, 2위가 결정된 곳이 적지 않아 착신전환이 결정적 변수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경선의 존재 이유, 결과의 정당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중앙SUNDAY는 논란이 일었던 지역의 정치권 인사를 접촉했다. 특히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 전북지역에서 전화 착신전환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새정치연합에서 과거 ‘선거 조직의 달인’으로 불려 온 L씨. 일부에선 그를 두고 “전화 착신전환의 원조”라고 했다. 그에게 물었다.

-착신전환의 원조가 맞나.
“유선전화를 휴대전화로 돌리는 개념이 전혀 없던 시절에 ‘여론조사 전화가 올지 모르니 유선전화를 휴대전화로 돌려 놓고 (휴대)전화기를 품고 살아라’고 말하고 다닌 건 맞다. 하지만 난 그런 게 착신전환이란 단어로 불리는지도 몰랐다.”

-조직적인 착신전환은 2010년 지방선거 때부터 있었나.
“너무 오래전이라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이다. 내가 한 착신은 개인적인 것으로, 현행법상 문제는 없다. 반면 조직적으로 하는 전화 착신전환은 사전에 기획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어떤 사전 기획이 필요한가.
“주변 사람 명의 4개만 빌려서 텔레마케팅회사를 설립한다고 신고하고 전화를 50~60대 새로 신청해도 된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화를 받을 확률을 높이려면 지난해 해지된, 휴면 전화번호를 챙기는 게 중요하다. 여론조사 업체 중엔 연초에 나온 유선전화번호 명부를 1년 동안 사용하는 곳이 많다. 휴면 번호를 알려면 전화국에 물어야 하는데 한 사람이 여러 번 물으면 의심받을 수 있다. 결국 전화국에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실제 전화국의 지인과 결탁해 해지한 번호를 받는 일만 하는 사람도 있다.”

전화 착신전환에 드는 비용을 구체적으로 증언하는 이도 있었다. 기초단체장 후보자 L씨는 “난 하지 않았다”면서도 “3000대의 전화 회선을 확보하는 데 5000만원이 든다”고 했다. 2010년 검찰 수사로 밝혀진 전북 완주군 사례에 따르면 유선전화 2000대를 확보하는 데 3000만원 이상이 들었다. 전화 설치비 8000원(대당), 기본료 9000원(월), 착신전환 서비스 요금 1000원(대당) 등이다.

100명 단위 착신전환 조직 운영도
지역 사정에 밝은 국회의원 보좌관 K씨는 “모 후보는 여론조사 경선에 대비해 전화 착신전환을 할 100여 명 단위의 조직을 오래전부터 관리했다. 식당에 주기적으로 모여 착신을 준비했다”고 했다. 광역단체장 후보 캠프의 선대본부장을 지낸 K씨는 “결국 전화 착신전환은 돈을 수천만원씩 쓰는 금권선거의 일종”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이 특정 후보의 사조직처럼 전화번호 수집에 동원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정기관 1급 공무원 출신으로 지방선거전에 참여한 M씨의 전언이다.

-공무원이 어떻게 관여하나.
“한 후보는 과거 자신이 있었던 공무원 조직을 활용해 착신전환을 할 전화번호를 확보했다. 지위가 있는 공무원들이니 아는 사람도 많고 번호를 얻는 것도 쉽지 않겠나.”

-왜 하필 공무원인가.
“비밀이 잘 지켜진다. 공무원은 전화 착신전환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바로 퇴직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러니 외부에 새지 않는다.”

-위험을 무릅쓰고 하는 이유는.
“일단 자신의 상관이던 사람이 선거에 출마하면 그 지시를 무시하기 어렵다. 또 미는 후보가 당선되면 나중에 조직에서 크기 쉽다.”

지역 사정에 밝은 지역신문 대표 P씨도 유사한 이야기를 했다. “공무원뿐 아니라 관변단체 소속원들도 전화번호 수집에 동원된다”고 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일부 후보는 기초단체장 시절부터 공무원 출신을 착신전환 조직 관리자로 쓴 뒤 광역단체장 선거에 도전할 때까지 계속 쓴다고 볼 수 있다.

4년 전 발각된 인물 올해도 나와
이처럼 조직적인 전화 착신전환은 “지역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P씨)이다. “전북에선 전화(착신전환)만 활용하면 국회의원도 되고 군수도 된다는 말이 돈다(M씨).” 선관위와 검찰이 수사에 나서도 소용없다고 한다. K씨는 “2010년 검찰이 전북 완주군의 전화 착신전환을 수사한 뒤 오히려 그 수법이 널리 퍼졌다”고 했다.

“그때 착신전환을 했던 L씨는 올해 지방선거에도 지역만 바꿔 무소속 후보로 나왔다. ‘후보인 나는 몰랐다’고 주장해 측근만 징역형을 살게 하는 ‘꼬리 자르기’를 한 거다. 바지사장 같은 사람을 내세워 문제가 되면 대신 징역을 살게 하고 나중에 당선된 뒤 뒷바라지해 주면 된다고 한다. 게다가 2012년 총선 때 국회의원 후보 경선에서 전화 착신전환을 한 사람이 지금 국회의원을 하고 있다. 그런 성공사례까지 있으니 다들 하는 거다.”

전화 착신전환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새정치연합 전북지사 경선 후보들은 이달 초 지상 논쟁을 벌였다. 송하진 후보는 자료를 내고 “여론조사 응답률 15%를 기준으로 했을 때 1000회선 착신 시 전북 전체를 100만 회선으로 보면 (영향력은) 0.66%로 극히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봉균·유성엽 예비후보는 공동으로 반박하는 자료를 냈다. “음성자동응답시스템(ARS)의 응답률이 3%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착신전화 한 대가 발휘하는 영향력은 33.3대에 달한다. 특정 후보가 착신전화를 5000개 보유했다면 16만6500개(명)가 여론조사에 맞춰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도내 전체 회선 수 100만 대를 기준으로 한다면 그 영향력은 16.65%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자신의 지지율을 16%포인트 높이고 상대방 지지도를 16%포인트 낮추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면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여론조사 공천은 재고해야”
지역 인사들은 “여론조사 경선을 하는 한 조직적인 전화 착신전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호남과 영남은 정당 경선에서 이기면 당선이 보장되는 만큼 후보들은 편법·불법을 동원해서라도 경선에서 승리하려 한다”는 것이다.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착신 전화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는 거다. 경선에서 탈락한 한 후보의 보좌관은 “당의 금지규정만 믿고 안 했는데 후회된다”며 “세월호 사건처럼 말 잘 듣는 사람만 손해 보는 상황이어서 앞으론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유선전화 중 착신전환 서비스에 가입된 번호를 제외하거나 휴대전화를 대상으로 해야 하지만 기술적·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현재는 휴대전화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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