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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국내 프로야구 복귀 임창용

중앙일보 2014.05.17 01:25 종합 24면 지면보기
지난 4월에 만난 임창용. 38세라는 나이가 무색한 강력한 공을 뿌리고 있다. 그는 2010년 일본에서 결혼해 아들 둘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김민규 기자], [중앙포토]


프로야구 류중일(51) 삼성 감독은 “난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2011년 1월 삼성 지휘봉을 잡은 뒤 마무리투수 걱정을 한 번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뒷문을 지켰던 오승환(32·한신)이 일본으로 떠나자 임창용(38)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와 마무리를 맡고 있다. 일본 야쿠르트(2008~2012년)와 미국 시카고 컵스(2013년)에서 활약했던 임창용은 지난 3월 삼성으로 돌아왔다. 16일까지 11경기에 등판해 2승7세이브 평균자책점 0.77. 젊은 시절보단 스피드가 조금 떨어졌지만 변칙투구와 제구력이 더 좋아졌다. 타고투저, 불펜 붕괴의 시대에서 마흔 살 가까운 그가 최강의 마무리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14일 대구에서 만난 임창용은 뜻밖에 가족 얘기를 꺼냈다. 한 번도 밝힌 적이 없는 그의 아내와 두 아들에 대해, 그리고 가족과 동료 덕분에 한국 생활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담담하게 말했다.

"4년 전 결혼했어요 아들도 둘 낳고요"
일본서 만났죠, 물론 한국여성
식은 안 올리고 혼인신고만
미국서 300 세이브 못해 아쉬움
팀에 도움 되는 한 계속 던지고 싶어



위부터 일본 야쿠르트, 미국 시카고 컵스, 삼성에서 활약하는 모습. [김민규 기자], [중앙포토]
 - 7년 만에 돌아온 소감은.



 “한국 야구, 엄청나게 달라졌다. 내가 일본·미국에서 뛰는 동안 프로야구 팬들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 같다. 대구구장의 (관중석 바로 앞에 있는) 불펜에서 몸을 풀 때 환호하는 팬이 많아졌다.”



 - 과거 임창용에겐 여성 팬이 더 많았는데.



 “지금은 남성 팬도 많은 것 같더라. 젊은 분들도 많고. 기분 좋다.”



 - 국내 타자들은 어떤가.



 “일본이나 미국 타자보다 잘 치는 것 같다. 체구가 작은 선수들이 툭 쳐도 홈런이 되니 더 긴장해야 한다. 모든 게 좋아졌는데 야구장만 그대로인 것 같다. 여기(대구구장)는 참 똑같네….”



 - 한국에 돌아와 표정이 밝아진 것 같다.



 “마음이 편하니 야구가 잘되는 것 같다. 내가 외국인 선수가 아니라 ‘우리 팀’에서 뛰는 선수라고 생각하니 책임감도 더 생긴다.”



 - 그라운드 밖 생활도 훨씬 편하겠다.



 “물론이다. 2009년 일본에서 만나 결혼한 아내가 있다. 물론 한국 여자다. 외로울 때 힘이 돼준 사람이다. 일본에 있다 보니 결혼식만 올리지 않았을 뿐 혼인신고까지 한 사이다. 두 아들(만 3세, 2세)도 있다.”



 - 결혼한 사실이 갑자기 알려지게 됐다.



 “일본에서 만났고, 돌아와선 얘기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굳이 숨긴 건 아니다. 평범하게 결혼생활을 하고 있고, 결혼식도 올릴 것이다. 아내와 두 아들은 경기도 판교에 있어서 서울에 올라가면 본다. 미국에 있을 때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니니까 훨씬 안정이 된다.”



 - 야구장에서는 어떤가.



 “7년 만이지만 아주 편안하다. 공이나 마운드 높이와 단단함이 내게 익숙한 환경이다. 일본 야구와 거의 비슷하니까. 미국에선 적응이 쉽지 않았다.”



 미국의 공인구(롤링스)는 표면이 매우 미끄러워 공에 진흙을 묻혀 던진다. 지난해 9월 메이저리그에 승격한 후 임창용은 제구에 애를 먹었다. 그는 “시간이 더 있었다면 익숙해졌겠지만 던질 기회가 적었다”고 말했다.



 - 메이저리그에 대한 아쉬움이 남은 것 같다.



 “내가 못 던졌으니까…. 볼을 여러 개 던지다가 한가운데로 스트라이크를 넣다가 맞았다. 잘 맞은 타구는 거의 없었지만 어쨌든 지난해 성적이 좋지 않았다. 올해도 미국에 남으려 했지만 25인 로스터는 물론 40인 로스터에도 들지 못해 기약 없이 기다려야 했다.”



 - 개인 통산 300세이브를 메이저리그에서 했다면 좋았을 텐데.



 “후, 그러게나 말이다.”



 임창용은 2012년 12월 시카고 컵스와 계약하면서 “300번째 세이브는 미국에서 하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2013년 9월 빅리그에 오르긴 했지만 승·패·세이브 없이 여섯 경기 평균자책점 5.40만 기록했다. 결국 임창용은 지난 4일 대구 NC전에서 세이브를 올리며 통산 300세이브(한국 172개, 일본 128개)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세이브 3개를 추가했다. 임창용은 삼성 구단으로부터 받은 포상금 2000만원을 전액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기부했다.



 - 그래도 언젠가 국내로 돌아오려 하지 않았나.



 “지금 생각하면 빨리 오길 잘한 것 같다. 힘 있을 때, 팀에 도움이 될 때 돌아와서 말이다. 몇 년 더 있다가 돌아와서 못 던졌다면 초라해지지 않겠나. 팀에 도움이 되는 한 여기서 오래 던지고 싶다.”



 - 임창용 하면 직구다. 지금 구속에 만족하는가.



 “일본에서 빠른 공(최고 시속 160㎞)을 던졌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내게 스피드를 많이 기대했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최고 95마일(153㎞)까지 나왔지만 평균 구속은 좀 떨어졌다. 한국에서는 직구 평균 스피드가 140㎞대 중후반 정도다. 예전만큼 빠르지 않지만 괜찮다. 안타 안 맞으면 되는 거 아닌가.”



 인터뷰가 끝나자 불펜투수 안지만(31)이 찾아와 “형, 식사 안 하세요?”라고 물었다. 임창용은 “내가 나이 먹었다고 같이 밥 먹자는 후배도 별로 없다. 하물며 이 녀석도 요새 바쁘다고 한다”며 안지만의 볼을 꼬집었다. 안지만은 헤헤 웃으며 대선배의 팔을 붙들었고 라커룸으로 끌고 갔다.



대구=김식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프로야구 전적(16일)



▶한화 5-3 S K ▶두산 8-3 N C

▶롯데 4-3 넥센 ▶삼성 4-3 KIA



시속 152㎞ 38세 마무리 투수



임창용은 38세로 9개 구단 마무리투수 중 가장 나이가 많다. 하지만 기량은 여전히 최고다. 3월 말 미국에서 돌아온 임창용은 개막 후 2주가 지나서야 엔트리에 등록됐다. 그래서 세이브 숫자는 7개(5위, 16일 현재)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평균자책점은 0.77로 마무리투수 중 1위다. 구위 역시 압도적이다.



임창용의 이닝당 평균 주자출루허용(WHIP)은 0.60으로 마무리 중 가장 적다. 이닝당 평균 1명도 주자를 내보내지 않았다는 뜻이다. 장타도 거의 맞지 않는다. 피홈런은 하나도 없고, 2루타만 한 개 내줬다. 앞선 투수가 남긴 주자의 득점을 허용한 비율도 11.1%밖에 되지 않는다. 마무리투수에게 필요한 주자견제 능력도 뛰어나다. 투구 폼이 상대적으로 큰 사이드암이지만 도루 1개만을 허용했다. 올해 최고 구속은 시속 152㎞에 이른다.



 한편 15일 한화전에서 폭투로 1실점하며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임창용은 하루 만에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임창용은 16일 광주 KIA전 4-3으로 쫓긴 8회 말 2사 1, 3루에 등판해 1과 3분의1이닝을 퍼펙트로 막고 승리를 지켰다. 삼성은 20승 1무 13패를 기록하며 선두로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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