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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득표 … "철없는 아들 용서를" 울먹인 정몽준

중앙일보 2014.05.13 02:15 종합 4면 지면보기
정몽준 의원이 12일 막내아들의 세월호 관련 발언에 대해 사과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몽준이라는 브랜드가 주류의 견제를 돌파해냈다. 그것도 압승이었다. 12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6·4 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정 의원은 선거인단과 여론조사 지지율을 합해 71.1%(3198표)를 얻어 김황식 후보(958표, 21.3%)와 이혜훈 후보(341표, 7.5%)를 압도했다. 정 후보는 현장의 선거인단 투표(73.8%, 2657표)와 여론조사 지지율(60.2%) 모두 큰 차이로 경쟁자를 눌렀다. 후보 수락 연설에서 정 후보는 “부족함이 많은 사람으로, 좋은 가르침을 항상 가슴에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이후 수초간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제 아들의 철없는 짓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제 막내아들 녀석도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울먹였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압승
높은 인지도로 당 주류 견제 돌파
지지율 회복, 재벌 이미지 극복 숙제
승패 따라 대선에 기회이자 위기

 정 후보는 서울시장 출마 선언(3월 2일) 이후 이날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쟁자였던 김 후보를 앞서나가며 순항하는 듯했지만 당 주류의 직·간접적 지원을 등에 업은 김 후보의 박심(朴心) 마케팅은 걸림돌이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막내아들의 ‘국민 미개’ 발언으로 거센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부인 김영명 여사가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경찰에 고발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난관을 2002년 월드컵으로 다져놓은, 90%를 웃도는 높은 인지도와 대권 후보로서의 이미지로 이겨냈다. 정 후보의 선출로 현대가(家)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게 됐다. 그는 “서울시장 임기 4년간 재미있게, 열심히 일하며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장에 당선될 경우 새누리당의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의 반열에 오르게 될 것이 분명하다.



 본선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우선 ‘재벌 대 서민’의 구도가 짜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 세월호 참사 이후 새누리당 지지율은 40% 중반에서 30%대 후반으로 하락세다. 본지와 한국갤럽이 이달 초 실시한 서울시장 가상 대결에서도 정 후보의 지지율(39.2%)은 박 시장(45.6%)에게 6.4%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정 후보는 “사즉생의 각오로 임하겠다”는 자세다. 후보가 되면서 지역구(서울 동작을)를 내놓아야 한다. 본선에서 패할 경우 원내교두보도 잃는다. 큰 그림을 그리고는 있지만 당내에서 그를 지지하는 의원도 10명 남짓한 게 현실이다. 이번 경선 승리를 ‘독이 든 성배(聖杯)’에 빗대는 말이 당내에서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원한 새누리당 의원은 “다른 후보들이야 잃을 게 별로 없지만 정 의원은 본선에서 패배할 경우 정치적 입지 가 흔들리는 큰 위기이자 기회”라고 평했다. 일단 1차 과제는 경선 과정에서 분열한 당력을 모으는 일이다. 정 의원은 조만간 김 전 총리와 이 최고위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위촉할 계획이다.



글=권호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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