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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미국 배제 정책 19세기 먼로와 닮았다

중앙일보 2014.05.13 01:29 종합 18면 지면보기


중국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자국의 ‘영향권(Sphere of Influence)’으로 선언하며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Pivot to Asia)’과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은 경제력으로 뒷받침되는 국력 신장을 기반으로 아시아에서 막강한 입김을 행사하는 미국의 간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임스 먼로 전 미국 대통령이 1823년 유럽 열강의 중남미 간섭을 배격한다는 먼로 독트린을 선언한 이후 미국이 중남미를 자국의 앞마당으로 삼아 배타적 영향력을 행사할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이렇게 중국도 ‘중국판 먼로 독트린’을 통해 아시아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분석했다.

미, 과거 중남미서 유럽 간섭 배제
중, 앞마당 남중국해 영향력 강화
최근 유전시추·군사훈련 등 강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인근 해역 내 지배권 강화에 나섰다. 중국은 베트남과 영유권 분쟁을 빚는 남중국해 시사(西沙·베트남명 호앙사, 영어명 파라셀)군도에서 10억 달러짜리 석유 시추선을 설치해 시추를 강행하다 중국·베트남 선박들이 170차례 이상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은 베트남의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7일부터 항공기·헬기까지 동원해 베트남 초계함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움직임을 비판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남중국해 긴장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의 석유 시추 조치는 도발적이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시사군도 내 중국 기업의 행위는 완전히 정당하고 합법적인 행위로 중국의 주권 범위 내에 있다” 고 반박했다. 중국은 또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해역에서 진행 예정이던 중국과 러시아의 합동 해상 군사 훈련을 남중국해로 변경했다고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이 지난 9일 전했다.



 중국은 동중국해에 이어 서해(황해)와 남중국해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앞서 지난해 11월 동중국해에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해 한국·일본의 반발을 샀었다. 미국 정치학자인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는 저서 『강대국 국제 정치의 비극』에서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을 지속하며 미국이 (19세기 먼로 독트린을 계기로) 중남미 지배권을 확보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아시아 지배권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의 이웃 나라인 인도·일본·싱가포르·한국·러시아·베트남 등을 끌어들여 중국을 봉쇄하려고 할 것이고, 그 결과 안보 경쟁이 유발돼 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패권국 교체 과정이 평화롭게 진행된 사례가 드물다”고 설명했다.



 정재홍 기자



◆먼로 독트린=미국의 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가 1823년 미 의회 연두교서에서 밝힌 외교 정책. 유럽 등 외부 세력이 미주 대륙에 간섭하거나 식민지를 건설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비동맹·비식민·불간섭 외교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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